기획 | 숲을 위협하는 것은 산불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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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3일 전
2025-04-02 김성희 기자
305만 여 그루의 소나무를 고사시킨 소나무재선충병은 단순 병해충의 문제를 넘어 기후위기, 고령림, 인프라 부족 등 복합적 위기의 결과다. 한국 산림정책은 조림 중심에서 ‘가꾸는 숲’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 왔지만, 여전히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지속가능한 산림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소나무 305만 그루 고사, 병든 숲이 드러낸 문제
최근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한국 산림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숲을 위협하는 것은 산불만이 아니다.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재선충은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숲을 무너뜨리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1mm 크기의 선충으로, 나무의 수분과 양분의 이동을 차단해 소나무를 고사에 이르게 한다.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을 통해 다른 나무로 퍼지며, 치료제가 없어 감염된 나무는 100% 고사한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소나무재선충병으로 고사한 소나무는 305만여 그루에 달한다. 대구·경북 지역의 피해가 심각하다. 녹색 연합에 따르면 포항 남구에서 경주 감포읍까지 약 2만5000ha 의 산림이 감염됐고, 일부 지역은 감염률이 80%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매개충의 활동 시기가 빨라지고, 활동 범위도 넓어지는 것과, 재선충의 빠른 증식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목 제거가 필수다. 피해목은 단목 벌채, 강도간벌, 소구역 모두베기 등의 방식으로 제거되며, 벌채한 고사목은 파쇄하거나 훈증 처리를 진행한다. 훈증에는 메탐소듐, 디메틸디설파이드 등의 약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감염이 반복되는 지역에서는 단목 벌채나 모두베기 방식 모두 한계에 직면한다. 산 전체를 베어 낼 수는 없고, 대규모 예산이 지속적으로 소요되기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의 확산은 단순한 병해충 문제가 아닌, 기후위기와 고령화된 산림 구조, 방재 인프라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이며, 이는 우리 산림 생태계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심은 숲에서 가꾸는 숲으로, 우리나라 산림 정책의 흐름
1970~1980년대 조림사업은 민둥산으로 황폐해진 우리나라 국토를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국토녹화 10개년 계획’을 통해 제1차 사업에서는 약 108만ha, 제2차에서는 106만ha에 달하는 조림과 황폐지 복구가 이루어졌으며 양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 시기 조림된 나무의 대부분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잣나무와 리기다 소나무 등 침엽수 위주의 단일 수종 중심이었다.
1980년대 치산녹화사업의 성공 이후, 한국의 산림정책은 단순한 녹화에서 벗어나 경제림 조성, 산지 자원의 활용, 생태적 가치 증진,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으로 점차 확장되었다. 제3차 산지 자원화계획(1988~1997)을 기점으로 산림휴양, 산촌개발, 산림문화시설 확충 등이 추진되었고, 제4차 계획(1998~2007)부터는 조림 중심의 ‘심는 정책’에서 ‘가꾸는 정책’으로 방향 전환이 본격화됐다. 이 시기 산림 공익 기능과 산촌 활성화, 산림 복지 개념이 등장했으며, 산림법 체계도 기능 중심으로 개편되었다.
제5차 계획(2008~2017)은 '녹색복지국가'를 비전으로 삼아 목재 이용 확대, 산림 복지 서비스 제공, 산림치유·교육 활성화, 국제산림협력 확대 등 산림의 산업적·사회적 가치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제6차 산림기본계획(2018~2037)은 “일자리가 나오는 경제 산림, 모두가 누리는 복지 산림, 사람과 자연의 생태산림”을 비전으로 설정하며, 산림의 탄소흡수원 기능과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체계를 통한 순환 경제 실현, 지역 산림 기반 일자리 창출, 산림 재해 대응력 강화, 국제 산림 협력 리더십 강화 등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산림의 63%, 활용은 0.5%… 인프라가 막은 산림 경영
80년대 녹화 사업의 성공으로 한국은 국토가 63%가 산림으로 구성된 세계적인 ‘산림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산림을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는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임도다. 목재 수확, 병해충 방제, 산불 대응에 필수적인 임도의 밀도는 2023년 말 기준 4.1m/㏊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국내 임도 밀도는 일본(24.1)의 6분의 1 수준이고, 미국(9.5)과 비교하면 절반에 못 미친다. 이로 인해 조림된 숲의 수확, 병해충을 방제, 산불 대응 등에 큰 제약이 따른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연간 목재 수확률은 전체 산림 자원량의 0.5%에 불과해 OECD 최하위 수준이다. 목재 자급률은 14.7%에 머물러 매년 약 7조 원 상당의 목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산림청은 국산 목재 우선 사용제도, 목재 산업단지 조성, ICT 기반 산림 경영 고도화를 추진 중이지만, 전체 산림의 66%를 차지하는 사유림은 대부분 고령 산주로 적극적인 경영의 참여가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산림 재난 대응 측면에서도 산불과 병해충 대응을 위한 임도망, 취수원, 사방댐 등 방재 인프라 확충과 함께 통합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림과 산촌의 감소,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이유
우리나라 산림정책은 치산녹화 이후 조림 중심에서 가꾸는 숲으로 점진적인 전환을 시도했지만,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다. 우선 단일수종 중심의 조림 방식은 생물다양성을 저해하고 병해충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당시 집중적으로 조림된 산림은 이제 40~50년이 지나 대부분 고령림에 접어들었다. 현재 산림의 3분의 2 이상이 31년생 이상 중·노령림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탄소흡수량 감소뿐 아니라 재선충병 같은 병해 확산에도 취약한 조건을 만든다. 산림청 내용에 따르면 노령림은 순생장력이 둔화되면서 이산화탄소 순흡수량은 2020년 3980만tCO₂에서 2050년에는 1560만tCO₂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촌 인구 또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0년 142만3161명이던 산촌 인구는 2024년 135만8407명으로 줄었고, 2029년에는 125만6554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5년간 약 16만 명이 줄어드는 수치로, 연평균 1.5% 감소에 해당한다. 산촌 유입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 일자리 확대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산림의 보전과 활용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지 현재 세대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실제로 운영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시스템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산림의 다양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유지하고 확장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요구되고 있다.

숲은 돌봄으로 자란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은 묵묵히 나무를 심은 한 사람의 손길이 얼마나 깊은 변화를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황무지에 도토리를 심고, 수 십년간 조용히 숲을 가꾼 한 양치기의 이야기처럼, 숲을 되살리는 일은 거창한 구호나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시간과 의지, 그리고 사람의 몫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

산림청은 『제6차 산림기본계획(2018~2037)』을 통해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25년 10대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이는 탄소중립, 산림 산업 활성화, 산촌 공동체 회복, 산림 복지 확충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우리의 숲은 자연의 선물이자 인간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졌다. 숲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보존을 넘어 지역사회, 사람들의 삶과 긴밀이 연결되어 있다. 1980년 울창하게 조성된 우리 숲은 관리와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이다. 다양한 수종과 생물 다양성 보전, 체계적인 산림 거버넌스와 인프라 구축, 청년층과 은퇴세대 간의 활발한 교류 등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산림의 잠재적 가치와 활용 가능성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이러한 고민과 지속적인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미래에도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아름다운 숲을, 우리는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소나무 재선충병이 이렇게 무서운 병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