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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칼럼 다짜고짜 기후 | 북극항로는 열리고 소말리아 해적은 준다

 

기후변화로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해상운송 혁신이 예상되지만, 새로운 풍랑이 예고되고 있다. 또 현재 항로의 물동량이 줄면서 소말리아 인근 해역의 대해적 시대도 저물 것이다.


2025-3-28 김우성

김우성 생태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울산시당 청년위원장

“아빠는 직업이 뭐야?” “글쎄? 주부인가?” 김우성은 주부, 작가, 정치인, 연구원, 대학강사, 활동가 등 n잡러의 삶을 살아가는 41세 남성이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산림환경학(학사), 조림복원생태학(석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생물지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갑내기 생태학자 한새롬 박사와 결혼해 아홉살 딸 산들이와 울산에서 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수련생을 거쳐, 울산광역시 환경교육센터 팀장,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했다. 현재는 조국혁신당 울산시당의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아내의 월급에 손댄 적은 없다. 아직은.

 

“해적왕이 나는 될 테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저의 딸은 요즘 원피스라는 만화에 심취해 있습니다. 원피스는 주인공인 몽키 D. 루피가 전설의 보물을 찾고 해적왕이 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바다를 모험하는 이야기입니다. 1997년부터 30년 가까이 연재하고 있는 만화인데, 단행본만 110권이 나와 있습니다. 어린이는 잔뜩 쌓여 있는 만화책을 읽고 읽고 또 읽습니다. 원피스의 세계 속에서는 해적이 악하지 않은 경우가 있고, 해군도 선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등장인물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만화의 설정 오류를 꼬집으며 저녁 시간을 보냅니다. 저는 딸과 함께 소파에 앉아 만화 속 대해적 시대를 여행합니다. 

어린이는 원피스를 읽으며 꿈과 모험, 우정을 배웁니다. 사진_김우성
어린이는 원피스를 읽으며 꿈과 모험, 우정을 배웁니다. 사진_김우성

현실 세계의 바다에서도 해적을 만날 수 있는 바다가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뿔, 소말리아의 앞바다인 아덴만입니다. 소말리아의 앞바다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교통로 중 하나로, 홍해와 아덴만을 지나 수에즈 운하로 연결되는 길목입니다. 전 세계 물동량의 약 10%가 이 해역을 통과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배들이 필수적으로 지나는 경로입니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지 않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할 경우 항로가 약 6000~9000km 가량 더 길어집니다. 운항 시간도 7~10일 정도 증가하며 추가적인 연료비와 선박의 운영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소말리아 해적은 안방에 앉아서 앞바다를 지나는 선박을 노릴 수 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이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던 2010년을 전후로 해적 행위로 인한 수익은 연간 약 3.15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소말리아 GDP의 약 4%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소말리아 자경단이 무장 해적이 되기까지


소말리아는 어쩌다 이런 해적국가가 되었을까요? 사실 그 이면에는 소말리아의 슬픈 역사가 있습니다. 소말리아는 1991년 중앙정부가 붕괴한 이후 무정부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외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불법으로 대규모 남획을 시작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국가들은 유독성 산업 폐기물을 소말리아의 앞바다에 몰래 버리기도 했습니다. 소말리아의 어민들은 남획과 해양 오염으로 생계를 잃었습니다. 일부 어민들이 자경단을 조직해 무장한 채 외국 어선들을 쫓아냈습니다. 이 자경단이 점차 무장 해적화되었으며, 일반 선박을 납치하고 몸값을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해적 활동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스스로를 해안경비대라고 칭하는 것은 소말리아 해적이 자경단의 역사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화 속 몽키 D. 루피는 아마도 해적왕이 되겠지만, 현실세계 소말리아 해적의 미래는 밝지 않아 보입니다.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피해가 반복되자 세계 여러 나라는 자국의 선박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아덴만에 군함을 파견했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한국 등 여러 국가의 군함이 아덴만과 인도양을 순찰하며 해적 활동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해적 활동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후는 소말리아 해적 편이 아니다


하늘도 소말리아 해적의 편이 아닌 모양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항로가 달라질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1979년 이후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50% 가까이 감소하면서 존재하지 않던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습니다.

북극항로를 찾기 위한 탐험가들의 모험은 그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15세기 대항해시대가 열린 이후 유럽 국가들은 동방무역을 위한 최단 경로를 찾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가거나 파나마 운하,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항로는 지나치게 길거나 항해 중간에 강대국의 통제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최단 경로인 북극항로를 개척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도는 북극의 두꺼운 얼음을 뚫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20세기에 이르러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이 천신만고 끝에 노르웨이에서 캐나다를 거쳐 베링해협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북극항로는 너무 춥고 얼음이 많아 상업적인 항해가 불가능했습니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300년 가까운 동안 인간은 화석연료를 태우고 온실가스를 배출했습니다. 날씨가 천천히 따뜻해지면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습니다. 

떠내려 온 빙하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대학원생 시절이라 지금보다 더 이상합니다. 사진_김우성
떠내려 온 빙하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대학원생 시절이라 지금보다 더 이상합니다. 사진_김우성

2만1000킬로미터에서 1만2700킬로미터로


북극항로는 아시아-유럽간 물류의 혁신을 가져올지도 모릅니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항로는 약 2만1000km입니다. 하지만 부산에서 캄챠카반도, 러시아의 북극해, 북유럽을 경유하는 북극항로는 약 1만2700km입니다. 북극항로 이용시 40%에 가까운 거리를 단축할 수 있습니다. 항해 거리의 단축은 시간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해적의 위협도 없습니다. 북극해를 둘러싼 국가들은 미국, 러시아, 캐나다, 북유럽 국가들입니다. 선진국들로 둘러싸인 바다에는 해적의 위협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국가들이 해적에 준하는 통제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북극항로와 현재 항로의 비교. 기후변화로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도_구글 어스, 그래픽_planet03
북극항로와 현재 항로의 비교. 기후변화로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도_구글 어스, 그래픽_planet03

새 해적 시대가 시작될 수도


대해적시대는 끝난 걸까요? 북극항로는 해상운송의 혁신으로 이어질까요? 단순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지정학적 환경은 통상과 무역, 국제질서의 재편에 영향을 미칩니다. 변화는 새로운 갈등의 가능성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쟁 중인 러시아는 북극항로에 인접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나라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합니다. 북극항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대해적 시대의 끝은 새 해적 시대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만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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