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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한국임업인총연합회장 | 산주(山主)가 숲을 지켜야 기후위기도 막는다

최종 수정일: 3월 26일

 

한국 산림의 67%가 사유림임에도 경제적 이익이 낮아 산주들이 경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적절한 산림 관리가 필수적이지만,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커 임업직불제 확대 등 지원이 필요하다. 산림 경영 활성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대한민국 산주대회’가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2025-03-05 이담인 기자

인터뷰 중인 박정희 한국임업인총연합회장. 사진 플래닛03 DB
인터뷰 중인 박정희 한국임업인총연합회장. 사진 플래닛03 DB

경제적 가치를 넘어 다원적 가치를 지닌 숲 


외국에서 ‘산림 경영’이라 하면 단순히 목재 생산과 수확의 개념으로 바라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산림을 통한 임산물 생산과 휴양림 운영까지 포괄하는 발전된 개념이다. 산림 경영이 기후위기, 지방 소멸,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며 산림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제는 경제적 가치를 넘어 다원적 가치의 관점에서 산림 경영을 바라보아야 한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산주들을 모아 새로운 산림 경영에 대해 논의하고 교육할 수 있는 산주대회가 꼭 필요했다.



사유림 70%여도 산주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거의 없는 이유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국유림보다 사유림 비율(전체 산림의 약 67%)이 더 높다. 원인을 알려면 일제 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본은 1911년 조선에 「삼림령」 을 공포했다. 산림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조림 대부 제도’를 실시해 대부분의 산림을 국유화했으나, 일부 산림은 당시 지주와 부유층 등 일부에 불하(국가의 재산을 개인에게 싸게 넘기는 것)하기도 했다. 이것이 해방 이후에도 이어져 사유림 체제의 시초가 됐다고 보면 된다.

국토의 70% 가량이 산림이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땅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산주(山主, 산의 소유자)들이다. 그런데 최근 많은 산주들이 산림을 떠나거나 방치하고 있다. 산림을 경영해 봤자 남는 수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목재 관련 수입 관세가 매우 낮거나 면제되는 품목이 많아 국내산 목재보다 수입 목재 가격이 저렴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니 나무 50년 키워서 팔아 봤자 돈을 벌 수가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휴양림 하나만 운영해도 지역 내에서 약 2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데, 산주들이 떠나면 일자리도 함께 사라진다.

산주들이 산림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산림이 공공재로 인식되는 경향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산을 국가 소유라고 생각하며, 개인이 운영하는 산림에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여긴다. 오래된 오해다. 사유림이 다수인 국가에서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산주들에게 합리적인 비용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취약한 한국 산림


숲은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한국 정부도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며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인 이산화탄소 2억9100만톤의 11%에 해당하는 3200만톤의 탄소감축량을 국내외 산림 부문에서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산림의 노령화로 나무들이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늙은 나무를 벌초하고 새 나무를 심어야 자라나면서 온실가스를 활발히 흡수하는데, 사람들이 멀쩡한 나무를 왜 죽이냐며 반발하니 벌초가 어려운 실정이다. 조림으로 나무들이 빽빽해져 생긴 문제도 심각하다. 보통 숲에 나무가 빽빽해야(울폐도가 높아야)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좁은 공간에 나무들이 밀집하면 생존하기 바빠 크게 성장하지 못한다. 햇볕도 잘 들지 않아 토양이 썩지 못해 영양분이 줄어들고, 결국 생물다양성이 저하된다. 기후위기 대응에 숲의 역할이 나날이 중요해지는데, 이대로 가다간 숲이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려면 임업직불금 확대해야


대한민국의 임산물생산업 정책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산림을 공공의 개념으로 접근하려는 학자들의 시각과 실제 산림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산주들의 입장에 차이가 존재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유재산권을 무시한 정책이 실행된다면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산림조합과 산주들 간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괴리는 정책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학자나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정책이 이론적으로 타당할 순 있으나, 실질적으로 산림을 관리하는 산주들에게는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산주들의 의견을 적극 듣고 반영하는 실사구시의 태도가 요구된다. 특히 산주들에게 직접적인 보상을 주는 형태의 임업직불제를 확대해야 한다. 


산림은 경영되어야 살아남는다


자연 발생한 산림이 아닌 조림된 산림은 여러 면에서 후속 관리, 즉 경영이 중요하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산림은 나무 종류가 비교적 단순하고 밀집 식수로 인해 간격이 좁아 해충, 질병, 재난에 취약하다. 소나무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우리나라 산림의 23%가 소나무다. 소나무재선충이 한번 퍼지면 소나무가 전멸해버리지 않나. 더군다나 소나무는 송진을 함유하고 있어 산불이 나면 강력한 불쏘시개가 되는 데다, 서로 불씨가 옮겨 붙기도 쉽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정기적으로 늙거나 죽은 나무를 솎아내 간격을 넓히는 '간벌' 작업을 꼭 해야 한다. 다양한 종류의 새 나무를 심고 기르는 것도 물론 해야 한다. 그런데 숲을 경영해야 할 산주가 산을 방치하고 있다. 현재의 빈약한 정책과 지원 규모로는 산주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 다 같은 1차 산업임에도 농업과 어업에는 다양한 지원 정책이 존재하는데 임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산주들이 산림을 경영하도록 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국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2022년 울진·삼척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소나무 단순림이라는 특성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컸다. 사진 삼척시
2022년 울진·삼척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소나무 단순림이라는 특성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컸다. 사진 삼척시

산에서 나는 다년생 식물과 임산물을 활용한 ‘기후 미식(美食) 산업’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다른 농산물과 달리 임산물은 탄소를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나물, 버섯과 같은 임산물을 활용한 기후 미식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산림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첫 단추, 대한민국 산주대회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다. 사람들이 도시로만 몰려든다. 기후위기 재난의 시대엔 사람들이 몰려 있을수록 위험이 증가한다. 분산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숲이 분산 정책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숲에는 지금의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모든 해결책이 다 있다. 


나에게 숲은 어릴 적 할아버지가 쓰시던 낡은 벼루와도 같다. 닳고 닳아버린 벼루는 남들에겐 아무 가치가 없어도 우리 집에선 할아버지의 손길이 깃든 가보이듯, 숲에는 어떤 얼 같은 것이 담겨 있다. 미래 세대에게 얼이 담긴 숲을 물려주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하며 소중한 산림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산주라는 개념에서 나아가 ‘임업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져야 산림을 경영할 수 있다. 그리고 산림을 경영하는 것은 곧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뤄 내는 것이 이번 산주대회의 목표다. 


3월 5일 '대한민국 산주대회'에 참여한 박정희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 박정희 회장
3월 5일 '대한민국 산주대회'에 참여한 박정희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 박정희 회장
 

기자수첩

조림(造林)

‘숲을 조성함‘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와 대규모 전쟁을 겪으며 산림 대부분이 황폐화되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조림 참여로 세계적으로 산림 복원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조림 대부 제도

조림을 목적으로 국유 임야를 대부받아 조림에 성공한 경우, 그 임야를 무상으로 넘겨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시행한 바 있다.

임업직불금

산림의 경제적·공익적 가치의 지속 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낮은 임업인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2024년 처음 도입된 제도다. 산물생산업 직불금과 육림업 직불금으로 나뉜다. 

[산물생산업 직불금]

  • 대추, 호두, 밤 등을 재배하는 임업인에게 지급됨

  • 직전 1년 이상 임산물생산업에 종사해야 함

  • 연간 임산물 판매금액이 일정 금액 이상이어야 함

  • 농촌에 주소를 두거나 농촌에서 생산업을 주업으로 해야 함

[육림업 직불금]

  • 본인이 소유한 산지에서 나무를 심거나 가꾸고 경영하는 임업인에게 지급됨

  • 주소지와 동일 시·도에서 일정 면적 이상의 산지를 경영해야 함

다른 시선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간벌을 통해 늙은 나무를 꼭 베지 않아도 된다는 학계와 환경단체들의 주장도 존재한다. 20살 전후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가장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2008년 권위 있는 과학 저널 네이처숲은 800살이 될 때까지도 이산화탄소 순흡수원으로 기능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2014년에는 대부분의 나무는 노령화되더라도 온실가스 흡수량이 둔화되지 않는다는 16개국 과학자들의 공동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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