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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경제ㅣ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든 환경적 역설

 

2025-03-06 금민, 유승경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후위기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사용 증가, 군사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 확대, 환경 파괴 등의 부정적인 요소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며 타국의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났다.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엔 게오르그아우구스트대학교 법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운영위원장,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 주필, 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장를 역임했고, 현재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소장이다. 최근 디지털 자본주의, 에너지 전환, 기본소득, 공유부 기금 등이 관심사이며, 인공지능의 정치경제학으로부터 기본소득의의 의의를 끌어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Financing Basic Income-An Exploratory Study of the Korean Case(공저, 2022), 『모두의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다』(공저, 2021),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공저, 2021), 『이럿타로 경제에 눈뜨다: 쉽게 읽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기본소득』(공저, 2020),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2020), 『진짜 민주주의』(2012), 『사회적 공화주의』(2007) 등이 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https://alternative.house/me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

유승경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수석연구위원으로서 화폐 및 금융 관련 연구자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 주립대 경제학 석사,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G경제연구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근무하고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의 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는 『MMT 논쟁』(2021), 번역한 책으로는 『주권화폐–준비금 은행제도를 넘어서』(2023), 『기본소득과 주권화폐–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의 대안』(2021), 『경제 위기는 반드시 온다–금융 위기 200년사를 통한 경제 위기 예측과 대처법』(2020), 『프리드먼은 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자고 했을까?』(2020), 『우주의 거장들–하이에크, 프리드먼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치의 탄생』(2019), 『세계화의 종말–위기의 자본주의와 포스트-신자유주의 경제질서 전망』(2012_)이 있다. 연구보고서는 『탄소세 도입 정책동향과 경기도 시사점』(책임연구)이 있다.

유승경의 ‘화폐, 금융, 경제 이야기’ https://alternative.house/category/economy-story/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지났다. 이 전쟁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에너지 정책,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전쟁은 당연히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폭격으로 숲이 불타고, 군사 장비가 엄청난 양의 연료를 태우며, 수백만의 난민이 이동하면서 탄소 발자국이 커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쟁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쟁이 초래한 환경적 모순과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바라 봐야 할지 생각해 보자.


군사 활동과 환경 재앙: 전쟁이 초래한 탄소 폭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탱크, 전투기, 군용 차량이 하루에도 수천 톤의 연료를 태우고 있으며, 폭격으로 인해 산업 시설이 파괴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2년간 배출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75억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175개국의 연간 배출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전쟁 중 폭격으로 인해 산업 시설과 발전소가 파괴되면서 대기 중으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방출되었다. 2023년 러시아의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동부에 위치한 대형 정유 공장이 파괴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탄소와 메탄가스가 누출되었다. 산림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전쟁으로 인해 9만2100헥타르 이상의 산림이 소실되었는데, 이는 평년 대비 두 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전쟁과 별개로 미 국방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기관 중 하나로 꼽히며, 그 연간 배출량은 포르투갈 전체 배출량과 비슷하다.


2022년 8월 9일 포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사진_위키커먼즈,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서비스(SESU)
2022년 8월 9일 포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사진_위키커먼즈,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서비스(SESU)

전쟁이 불러온 화석연료의 역습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 배출량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에너지 경제에 미친 영향이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의 4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독일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천연가스의 55%, 석유의 34%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었다. 전쟁 이후 유럽은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고,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LNG(액화천연가스)와 석탄 소비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유럽의 석탄 소비는 전년 대비 7% 증가하며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가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을 닫았던 석탄 발전소를 다시 가동했고, 프랑스와 영국도 화력 발전소 운영 기간을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 역시 서방의 제재로 인해 원유와 가스를 새로운 시장으로 돌렸다. 특히 중국과 인도로의 원유 수출이 급증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러시아의 대중국 원유 수출은 45% 증가했고, 인도에는 무려 300% 이상 증가했다. 전쟁은 에너지 경제에 퇴행적인 영향을 미쳤고 화석연료 사용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전환, 예상치 못한 가속 페달


그러나 이처럼 지난 3년간 탄소 배출이 늘어났음에도,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위기감 속에서 EU는 2022년 ‘REPowerEU’ 계획을 발표하며 태양광과 풍력 발전 확대를 선언했다. 유럽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2022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고, 2023년 EU의 풍력 발전 설치 용량은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독일은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전력 소비의 46%를 차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태양광과 풍력 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 정책을 펼쳤다. 결국 전쟁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강제적인 가속 페달 역할을 한 셈이다.

러시아 천연가스로부터의 에너지 독립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유럽과 바이든 행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 안에서 가능했던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정책기조가 화석연료 친화적으로 바뀐 상황에서 전쟁이 에너지 경제에 전환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전쟁이 국제 기후 협력을 방해한다


전쟁은 국제 기후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쟁은 지정학적 위기의 표출이며 지정학적 균열 속에서 국제적 기후 협력이 순탄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 2023년 G20 정상회의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기후 합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두된 안보위험은 국방 예산과 기후위기 대응 예산의 규모를 재조정하게 만든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이 국방 예산을 늘리면서 개발도상국의 기후 대응 지원이 줄어들었다. 전쟁으로 인해 기후위기 대응이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전쟁과 기후위기,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현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후위기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 단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사용 증가, 군사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 확대, 환경 파괴 등의 부정적인 요소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며 타국의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났다.

하지만 전쟁이 지속되는 한 기후위기 대응은 항상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군사적·정치적 갈등보다 더 시급한 문제다. 국제사회는 기후 대응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전쟁이 기후위기 해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각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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