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6-20
오성희 국장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 본부 사무처에서 2006년~2010년 선전홍보부장, 2010년~2015년 국제부장을 역임하고 2015년~2017년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정책실에서 근무했다. 2017년~2020년 (재)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사무처장/인권연대처장을 맡았고 2020년 8월부터 지금까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 국제국장으로 있다.
다양한 업종을 조직하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는 조합원 25만명이 있는 민주노총 최대 산별 노조이며 굉장히 다양한 업종을 조직하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공, 사회서비스, 운수 부문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의 공무직 노동자들, 돌봄과 같은 사회 서비스 제공하는 노동자들, 운수(버스, 택시, 지하철, 철도, 화물, 라이더 등)부문의 노동자들, 발전노조, 가스공사 노동자들, 에너지 부문 노동자들까지 이러한 조직 노동자들을 대표한다. 발전노조는 발전사인 한국전력(한전) 산하 6개의 발전 공기업 노동자를 말한다. 5개는 석탄화력발전소, 1개는 원자력발전소다. 그 안에는 정규직도 있고, 비정규직도 있다. 위험한 업무는 다 비정규직들이 하청으로 맡고 있는데 하청 비율이 45% 정도된다. 이렇게 하청 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자들까지 포함해서 조직이 꾸려져 있다.
노조의 국제적 활동과 정의로운 전환
노동조합도 여타 기업과 같이 국제적으로 비슷한 부문의 노조끼리 모여 정책교류도 하고 연대하는 일이 많다. 유엔 산하의 노사정 기구인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에 의견을 개진해야 할 때는 노조 입장으로 의견을 정리해서 민주노총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다. 요즘 국제노동운동에서 큰 이슈 중 하나가 기후정의운동이다. 한국의 노조가 사실 4~5년 전까지만 해도 기후운동을 노조운동의 과제로 많이 인식하지 못하다가 이제 이게 노동자들이 진짜 앞장서서 주도해야 하는 운동이구나 인식한 게 3~4년 정도됐다. 사실 국제노동운동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고 그때부터 노동계에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기후 위기에 계급적 관점을 가지고 접근하다
한국의 경우 노조 탄압도 극심하고 구조조정도 빈번하고 노조를 악마화하는 정서가 있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기후 문제는 우리의 이슈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쯤(2019년)해서 한국 사회에서도 또 다른 기후정의운동이 필요하다는 흐름이 생겼다. 기후 위기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봤더니 일단은 북방과 남방 간의 불평등 문제가 있었다. 배출은 사실 미국이 제일 많이 하는데 미국은 이미 제조업이나 오염원 배출 산업이 다른 나라로 다 이전을 시켰기 때문에 본인들은 그 책임을 묻기만 하면 되는 이상한 구조를 갖고 있다. 더 들여다 보면 기후 위기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이고, 이게 불평등을 더 심화하고 있다. 에너지에 대한 비용은 계속 올라가는데 노동자와 서민들은 이걸 부담할 수 없어 에너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이 기후 위기가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라면 이건 노동자 계급이 계급적 관점을 가지고 주도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걸 인식하게 됐다.
한국의 노조와 기후 위기
한국이 1990년대 후반에 IMF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많은 민영화 정책이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당연히 공공제로 공공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하는 것들이 민영화되면서 많은 폐해가 있었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이 체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는 노동계가 인식을 바꾸게 된 큰 계기다. 감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10%도 되지 않는 공공병원이 다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다 보니 노동자들도 기후 위기 대응이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나의 노동조건의 문제임을 깨닫게 됐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차원에서 2021년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민주노총 산하에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많은 산하 조직들도 각각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을 노동조합의 주요 과제로 삼기 시작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특히나 다업종 노조인만큼 기후 위기에 영향을 다양하게 받는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퇴출되야 하니 영향을 받는 발전노동자들이 있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공공교통 사용이 권장되면서 거기 관련된 운수업 노동자들도 있다. 감염병 위기에 굉장히 애를 많이 쓰셨던 병원 노동자,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로 영향받는 비행기 관련 노동자들 또한 있다.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기도 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정의로운 전환이어야 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건 정의로운 전환이다. 공공노조 산하 발전노조 HSP지부가 지난달 처음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면서 파업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 45%의 비정규직들은 고용 위기에 처한다. 예전 같았으면 발전 부문 노동자들이 아마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반대한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기후 위기가 어떠한 문제인지 인식했기 때문에 당장은 내 고용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에너지 전환을 빨리 하지 않으면 전 지구적 위기가 닥쳐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 달라는 거다.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방식은 노동자와 피해자가 아닌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시장은 에너지 전환도 기회로 본다. 현재 재생에너지는 다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은 투자만 하고 있다. 이게 불평들을 심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민영화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현재 6개로 나눠져 있는 발전소를 하나로 다 통합해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거다.
정부(공공)주도의 통합적인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게 되면 인프라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또 다른 기술 훈련도 받아야 한다. 여기에 기존 발전노동자들을 전환 배치해서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 넷제로(탄소중립)를 향해 가야 하니 공공교통도 확충하고 투자를 더 많이 해서 수소버스, 전기버스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 공공교통망을 정부가 주도해 통합적 망을 만들어 광역교통체계를 만들어 공공유통을 확충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요즘과 같은 감염병 위기 시대에는 공공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니 공공병원에 인력도 투자하고 지역 공공병원을 지어라 등의 요구들을 다같이 하는 거다. 이 모든 과정을 정부 주도로 통합적으로 관리하기를 바란다. 계속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투자하는 방식으로 가면 공공발전은 없어지게 된다.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단전이 되어 냉방을 못하고 겨울에는 난방을 하지 못하는 식으로 기후 약자로 전락하게 된다. 발전공공에너지공사(가칭)를 만들어 국가가 주도해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해야 할 때다. 물론 기존의 공사 운영방식이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공사지만 민주적인 운영과 민주적인 통제, 사회적인 운영과 사회적인 통제가 가능하게 개혁하면서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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