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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남행(南行) 수중 탐사 ⑩ 이제는 육지가 바다를 지켜야 할 때

 

2024-10-31 제종길


제종길 박사는 199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양생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20년간 한국해양연구소에서 일했다. 2001년 대통령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국회바다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 환경기자가 선정하는 '올해의 환경인상'을 수상했다. 2008년 '도시와 자연연구소'를 만들었으며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고문을 지냈다. 2010년 한국 생태관광협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한국보호지역포럼 대표를 2014년까지 맡았다. 2014년 제13대 경기도 안산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며,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이끌었다. 2019년부터 2년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일했고, 2021년에는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도시인숲 이사장과 수중환경과학협의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숲의 도시』(2022), 『도시재생학습』(2018), 『도시 견문록』(2014), 『도시 발칙하게 상상하라』(2014), 『환경박사 제종길이 들려주는 바다와 생태이야기』(2007), 『우리바다 해양생물』(공저, 2002), 『이야기가 있는 제주바다』 (2002) 등이 있다.

 

바다가 펄펄 끓고 있다


정말 큰일이 났습니다. 전 세계 바다가 펄펄 끓는다고 해야겠습니다. 그중에서 제주 남쪽 바다가 더 심합니다. 올해 제주해협(제주도와 전라남도 사이의 수로)의 수온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한여름인 8월의 수온이 25일간 30℃가 넘었고, 9일간은 31℃가 넘었으며, 그중 이틀은 32℃에 다다랐습니다. 측정한 곳이 제주도 북쪽 바다임을 감안하면 남쪽 바다는 한 달 내내 31℃가 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침 ‘바다 타임 닷컴’에 나타난 현재(8월 31일 오전 9시) 수온도 알 수 있어 찾아보니 서귀포(문섬을 포함) 24.5℃, 모슬포 24.0℃, 제주시 23.1℃, 관탈도 23.4℃, 우도와 성산포 21.5℃, 추자도 20.7 ℃로 나와 서귀포 앞 바다가 북쪽인 추자도와 동쪽인 우도 해역보다 3℃나 높습니다. 그러니 8월의 남쪽 바다가 1℃ 또는 그 이상 높았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합리적입니다. 제주도에서 전문 수중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강동완 씨의 페이스북에 적은 다음 글을 보면 더 실감이 날 것입니다. “너무 다른 제주 바다의 모습을 보았다. 올해 처음으로 수심 10m에서도 수온이 최고 30℃에 달하면서,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 사는 돌산호류들은 백화현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지만, 수심 15m 아래에 주로 사는 연산호들은 그들만의 자리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2024년 8월 제주해협의 수온이다. (바다타임닷컴(www. badatime.com)에서 발췌함.)
제주도 숲섬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바위에 부착했던 아열대산 돌산호들이 폐사한 것인데 다 흰색으로 변했다. 사진_강동완

해양생태계는 비상사태


기후변화가 수온 상승을 초래해 산호초를 비롯한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올여름의 해수온은 예년과도 달랐습니다. 2021년과 2022년엔 29℃가 넘는 날이 하루 정도였으며, 2023년에는 30℃를 넘지는 않았으나 29℃나 된 날이 보름이나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이젠 온대 해역이라고 안전한 도피처가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제주 바다뿐만 아닙니다. 서해안에선 갯벌에서 자라던 바지락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두 곳뿐이겠습니까? 제주에선 강동완 씨 외에도 여러 다이버가 수온 때문에 심각성을 느껴서인지 몇 곳에 글을 올렸습니다. 비상사태라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해류를 타고 북상하여 그나마 수온이 좀 낮은 곳에서 정착하려다 이주에 실패한 것입니다. 이들이 고수온으로 낭패당할 때, 필자는 데라완군도에 있었는데 그 열대 바다도 수표면에서 30℃가 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동해와 서해의 저층에 거대한 찬물 덩어리가 있다


술라웨시해가 해양 생물의 핵심지역으로 높은 다양성을 유지하는 이면에는 훼손이 덜된 육지가 있고, 수심이 6000m나 되는 심해를 한 바다 안에 두고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열대 해역인 미야코지마의 산호초의 상태가 데라완보다는 더 심각해 보여서입니다. 여러 섬이나 반도 등으로 에워싸인 반 폐쇄성 바다는 자체 순환시스템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동해와 서해엔 다들 아는 것처럼 저층에 거대한 찬물 덩어리가 있고, 이것이 수시로 이동도 하니 주변 해역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일본에서 동해 수역으로 분류하고 있는 쓰시마 바다의 북쪽 해역 그리고 우리 추자도 주변 해역의 수온도 관련이 있어 봅니다.

카카반섬의 호수에 서식하는 해파리로 자포가 없다. 호숫물은 섬의 암반 석회층에 막혀 해수와 소통이 되지 않자, 빗물 등으로 희석되어 현재와 같이 되었는데, 이런 기수 호수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미크로네시아 팔라우섬에도 유사한 호수가 있다. 한때 관광객이 많았으나 현재는 폐쇄되었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사진_이병두

잘피밭은 물을 맑게 하고, 산호 암반은 해안을 떠받친다


산호초는 자체적으로 해양생태계 내에서 안정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주변의 다른 생태계와 잘 연계하고 도움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연재의 다른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초산호들은 햇빛을 잘 받아야 합니다. 영양을 섭취하는 다른 기작이 있음에도 공생하는 식물성 미세조류가 광합성을 해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초산호들은 빛이 잘 드는 좋은 자리를 찾으려고 경쟁하고, 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몸을 편평하게 또는 넓게 하늘을 향해 펼칩니다. 또 빛이 투과가 잘 돼야 하니 육지에서 토사나 유기물이 바로 들어오면 안 됩니다. 그래서 열대 해안엔 맹그로브숲(mangrove forest)이나 잘피밭(seagrass bed) 또는 둘 다가 산호초에 필요합니다. 굽은 수로가 있는 숲을 지나는 동안 흙이 가라앉고, 내려가다가 평탄한 잘피밭을 거치면서 이차적으로 여과되고 흡수되어 산호초가 있는 바다로 나갈 때는 맑은 물이 됩니다. 산호초만 도움받는 것은 아니죠. 단단한 산호석 바위가 해안을 떠받치고 있으니 숲이나 밭이 바다로 밀려 내려가지 않고 해안선도 보호됩니다.

일명 잭피쉬(Jack Fish)로 불리는 어류의 어린 개체 떼로 태평양 연안에서는 어렵지 않게 보는 수중 광경이다. 조금 깊은 곳에서 떼를 지어 사는 종으로 크면 길이 1m에 체중 20kg 정도까지 자란다. 사진_ 최성순

생태계 간 강고한 연결성이 해양생태계를 지킨다


이렇게 여러 생태계가 서로 돕는 관계를 맺는 현상은 지구상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당연히 산호초와 직벽 그리고 대륙붕과 심해와도 연관성이 있을 겁니다. 해안 모래언덕(사구)에서는 해당화나 사초들이 뿌리 깊게 내려 모래가 무너져 내리거나 쓸려 나가지 않게 합니다. 그래서 그 배후에 있는 2차 사구나 해안 숲이 안전하게 지켜집니다. 물론 해당화나 다른 사구식물은 그런 모래가 많은 해안환경을 선호합니다. 그러니 묘한 공존 관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펄 갯벌과 염색생물들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데라완군도의 산호초가 미야코지마 보다 훼손이 왜 덜된 것인지는 인위적인 영향이 적기 때문인지, 아니면 위에서 말한 생태계 간의 강고한 연결성이 도움이 된 것인지는 더 살펴봐야 합니다. 물론 둘 다겠지만요. 적도 해역의 웜풀이 움직이는 바다에서 산호가 더 굳건하게 사는 데에는 분명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은 남습니다. 제주 바다까지 북행한 돌산호들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요? 데라완군도에서도 이들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아열대나 열대 바다에도 직벽이나 빛이 직접 들어오지 않은 곳에는 제주 바다의 직벽과 유사하게 아주 다양한 부착생물들이 무리를 이루고 산다. 산호초 지대와는 전혀 다른 구조이자 전경이다. 사진_최성순

열대에서 제주도와 쓰시마까지 생물들은 이어진다


일 년이 넘게 쿠로시오를 역행해 남하하며 수중탐사를 했습니다. 물론 체계적인 과학조사도 아니고 더군다나 종합적인 연구도 아니었습니다. 제주 바다를 아끼는 마음에 제주 생물의 근원은 어디인가 그리고 다른 바다에서는 생물들이 아직 잘 버티고 있는가를 알고 싶었습니다. 처음 쓰시마로 출발할 때부터 전 요코하마대학교 김성훈 교수와 장필순 한국수중과학회장의 성원과 정보가 있었기에 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 여행이 꼬리에 꼬리는 무는 여행으로 술라웨시해까지 이어진 것도 두 원로 다이버의 동행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나 묘한 인연 덕에 수년 전부터 계획한 것보다 더 팀이 잘 꾸려졌습니다. 물론 다이빙 지역마다 새로운 다이버들이 모여 힘을 보탠 것도 또한 행운이었습니다. 남행 수중 탐사에서 더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첫째, 열대에서부터 제주도와 쓰시마까지 생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 위태로운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직 벽에 우아하게 자란, 전형적인 자이언트 씨휀이다. 씨휀에 달라붙어 있는 검은색 꽃과 같은 것은 극피동물의 일종인 바다나리류이다. 데라완군도에서는 이들의 색이 매우 다양했다. 사진_장필순

육지가 바다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기후변화 위기를 타개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 맡기더라도 각자가 활동하는 주변 바다에서의 보전과 관리는 수중을 더 많이 알고 있는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보면 육지에서 바다에 피해를 주는 인위적인 영향이 없어야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를 이 연재 아홉 번째 칼럼에서 소개한 제목의 본문 중 한 문장을 빌어 강조하고 싶습니다. “세계는 월라시아 생태계의 미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진지한 보전 노력이 없다면 이 지역의 수백만 헥타르에 달하는 숲이 황무지로 변하고, 생기 넘치는 산호초 생태계는 해양생물 사체가 쌓인 수중 묘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주 바다와 산호 삼각지대의 귀한 바다 생태계를 지키려는 일을 육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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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7 comentar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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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do
07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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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의 지구생태계에 보존에 대한 관심과 연구 그리고 활동 너무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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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do
05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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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글 읽으니 환경을 위해 정말 뭐라고 하고 싶어지네요. 너무 안일하게 여긴 것 같아서 미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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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do
05 nov

정말 큰 일 입니다. 바다가 펄펄 끓고 있는데 육지는 바다를 위해서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심각한 고민과 행동을 해야 할 때 인것 같습니다.

잘 읽고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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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do
04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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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각심이 드는 글이네요, 모두 노력해야하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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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tado
04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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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다 제주 해역 수온이 30도가 넘는 위기와 문제가 쉽게 해결 안되겠지만 모든 생명을 키운 지구를 경외하는 마음들이 있을때 희망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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