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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ㅣ법인격성 다발 이론과 자연의 권리주체성

 

서울대학교 정준영 연구원은 법인격성 다발 이론을 통해 자연의 권리 주체성을 탐구해 법학적 담론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2024-12-06 황희정 기자


법인격성 다발 이론으로 법적 인격의 대상을 넓히다


서울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정준영 연구원은 서울대학교 법학과에서 법철학을 연구하며, 자연의 권리 주체성을 탐구하는 연구를 통해 법학적 담론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법인격성 다발 이론을 통해 자연의 권리 주체성을 논의했다. 정 연구원은 법인격성을 '다발'로 비유하며, 이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개별적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 다발의 개념을 통해 전통적인 법인격성 정의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다발의 유연성은 법인격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권리와 의무 요소들의 조합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 인격은 청구권, 자유, 권한, 면제 등 개별적 요소들이 결합된 복합체이며, 모든 권리 요소를 갖추지 않아도 법적 인격으로 인정될 수 있고 특정 조건에 따라 부분적으로 구성될 수 있는 것임을 설명했다. 이를 통해 정 연구원은 법적 인격의 개념이 전통적으로 인간 중심으로 설정된 틀을 벗어나 자연적 존재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법인격성은 전부 아니면 전무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 요소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정도로 나타날 수 있는 연속적 개념임을 강조했다.


자연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사례들


정 연구원은 “자연적 존재자도 법적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라는 도전적인 질문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그는 뉴질랜드와 에콰도르 등에서 제도적으로 자연의 권리가 인정된 사례들을 근거로 들며, 법철학적 이론이 현실 법체계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분석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2017년 황가누이 강(Whanganui River)을 법적 인격으로 선언하며 강 자체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자연물에 대한 법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에콰도르는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정 연구원은 자연의 권리 주장이 이상적 담론에 그치지 않고, 법제화와 제도화를 통해 실현될 수 있음을 밝혔다.


한국, 제주 남방큰돌고래 사례


정 연구원은 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 법인 설립 운동 사례를 통해 한국에서도 자연의 법적 권리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밝혔다. 이 운동은 돌고래 서식지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자연적 존재자도 법적 권리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철학적 기반을 한국 사회에 도입하려는 노력이다. 그는 법적 권리가 인간이나 법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연적 존재까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노력이 생태계 보호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에 기여할 것임을 강조했다.


전통적 법인격성 모델의 한계


정 연구원은 전통적인 법인격성 모델이 자연적 존재의 권리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기존 모델은 법인격성과 권리 주체성을 동일시하며, 비인간 존재가 권리를 가질 가능성을 차단해 왔다.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핀란드 법철학자 쿠르키의 법인격성 다발 이론을 인용했다. 먼저 기존 이론은 법적 인격을 권리와 의무의 통합된 주체로만 정의했으나, 다발 이론은 이를 개별 구성 요소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또한 다발 이론은 법적 인격이 아니더라도 권리의 일부를 가질 수 있는 비인간 존재의 권리를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법적 인격과 권리 주체성은 동일한 것이 아니며, 특정 조합에 따라 자연적 존재도 권리 주체가 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이러한 논점을 바탕으로 자연의 권리 주체성을 논의하는 데 있어 기존의 틀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의 권리를 위한 철학적 기반


정 연구원은 자연의 권리 논의가 법철학적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며, 이를 뒷받침하는 철학적 기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이라는 개념과 권리라는 개념의 모호성을 해결하기 위해 기준을 제시했다. 먼저 자연이란 특정 생태계, 생물종, 기후 현상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권리의 범위와 내용에 있어서는 자연의 권리가 인간의 권리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어떤 법적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준이 명확해지면, 자연의 권리 주체성 논의가 단순한 철학적 논쟁을 넘어 실질적인 법적 논의로 발전할 수 있다. 법적 인격 개념의 유연성을 인정하고 기존의 인간 중심적 법 체계를 넘어서서 자연을 권리의 주체로서 인정하려는 노력은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실질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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