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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 박사ㅣ해양생태학자ㅣ바다를 알아야 대응할수 있다

 

황희정 기자 2024- 02-22



제종길 박사는 199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양생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20년간 한국해양연구소에서 일했다. 2001년 대통령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국회바다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 환경기자가 선정하는 '올해의 환경인상'을 수상했다. 2008년 '도시와 자연연구소'를 만들었으며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고문을 지냈다. 2010년 한국 생태관광협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한국보호지역포럼 대표를 2014년까지 맡았다. 2014년 제13대 경기도 안산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며,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이끌었다. 2019년부터 2년 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저서로는 『숲의 도시』(2022), 『도시재생학습』(2018), 『도시 견문록』(2014), 『도시 발칙하게 상상하라』(2014), 『환경박사 제종길이 들려주는 바다와 생태이야기』(2007), 『우리바다 해양생물』(공저, 2002), 『이야기가 있는 제주바다』 (2002) 등이 있다.



과학 다이버의 꿈을 이루다


어릴 때 바닷가에 살았다. 늘 바다 생물과 친숙했다. 집 앞에 작지만 맑은 도랑이 있었는데 생물들이 많이 살았다. 생물학과에 가서 1학년 1학기 마치고 군대를 갔는데 거기서 생각 한 것이 생물학과를 다니고 물을 좋아하니 해양생물학을 해보자 싶었다. 헌책방에서 '해양생물학'과 '해양학' 원서를 사다가 군대에서 읽었다. 제대하자마자 1979년부터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대학 2학년 여름방학부터 해양연구소에서 무급 아르바이트를 했다. 석사학위를 받고 시험을 쳐서 과학기술원 해양연구소 연구원이 됐다. 살면서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 꿈꾸던 해양생물학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해양생물학은 기본적으로 물속에 사는 생물들을 다루는 분야다.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미경이나 데이터가 아니라 생물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바다에 정말 많이 들어갔다. 과학 연구를 위해 다이빙하는 사람을 과학 다이버(scientific diver)라고 한다. 세계수중연맹(CMAS)이라는 국제수중기구에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과학 다이버 인증서를 받았다. 과학 다이버를 인증받은 것이 자랑스럽다.


생태계의 가치를 아는 정치인


지금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1984년부터 근무했다. 1986년 안산으로 옮긴 연구소 앞에 시화호가 있었다. 시화호는 1987년,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할 담수호가 필요하다고 바다를 막기 시작한 인공호수다. 당시 한국 사회는 습지의 가치를 너무나 무시하고 있었다. 거대한 연안 습지(갯벌)가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시화호는 바다가 내륙으로 만입해 있어서 생산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수산물의 가치나 습지의 고유 가치를 제대로 따지면 개발보다 가치가 훨씬 크다. 1994년 완공되었는데 당시 하늘에서 보면 완전히 새카맣게 썩은 호수였다. 공장 폐수로 물이 썩어 악취가 진동하고 어류와 조개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죽음의 호수’였다. 개선 방법은 내가 볼 때 바닷물로 희석시키는 것뿐이었다. 결국 정부는 바닷물을 막은 지 3년여 만에 갑문을 열고 바닷물을 끌어들여 오염된 물을 희석시키기 시작했다. 인공습지 조성, 생태계 모니터링이 있었는데 시민 참여가 정말 컸다. 지금 시화호는 수질의 90%정도를 회복한 상태로 보인다. 그때, 세상 일은 결국 정치인이 결정한다는 걸 알았다. 생태계를 잘 아는 누군가가 정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없었다. 그래서 20년 근무하던 연구원을 그만뒀다. 국회에 들어가 해양 환경 정책을 바꿔보고 싶었다. 국회에 들어가서 '국회바다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을 만들었다.


시민운동가가 되다


시화호 연구의 생물 분야 책임자를 맡으면서 안산, 시흥, 화성 주민들의 인식을 증진시키러 다녔다. 처음에는 운동에 앞장설 생각은 없었다. 동료들과 자체 노력으로 조사했는데 호수 주변의 수많은 공장에서 처리 안된 폐수가 펑펑 쏟아져 나오고 있어 큰 충격을 받았다. 연구원은 준공무원 신분이지만, 시민운동을 못하라는 법도 없었다. 오염된 호수를 깨끗이 하자는 데 앞장섰다. 새만금 때도 생물 분야 책임자로 있다가 민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가 있었다. 새만금 건설 반대한다고 당시에 욕을 많이 먹었다. 새만금 개발을 해야 전라북도가 먹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 전라북도가 얻은 게 뭔가? 땅을 얻었는가? 경제를 얻었는가? 일자리를 얻었는가? 새만금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새만금을 막은 다음부터 우리나라 어패류 수입이 늘어난다. 그 전에 우리나라는 어패류를 수출했다. 지금은 50% 이상을 다 수입해서 먹는다. 우리 어장들을 없앴기 때문이다. 연안의 생태적 가치는 말할 수 없이 크다. 문화적으로는 교육과 관광의 장소이고, 엄청나게 많은 수산물을 생산하여 높은 재화 가치가 있다. 갯벌 표면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수많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식물이 있어서 탄소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하고 기후위기 완화에 이바지한다. 갯벌은 해일로부터 해안도 방어한다. 해일이 밀려오다 저항이 생겨 영향력이 작아진다.


한국의 갯벌은 세계적으로 중요하다


한국은 현재 3면이 바다다. 동해, 서해, 남해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세 해역에 사는 생물들의 구성이 다르다. 한국은 땅은 작아도 생물다양성은 전 세계에서 육지 면적 대비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일 것이다. 이렇게 풍요로운 바다와 생물다양성을 가지고 있는데 관리를 잘 하는지가 의문이다. 1차적으로 주요 바다를 보호지역으로 정해서 국가의 법과 제도로 합리적이고 환경 친화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연구소에 있을 때는 보호지역 지정 책임을 맡았었다. 한국의 갯벌은 지정학적으로도, 지구적으로 중요하다. 철새들의 주유소이기 때문이다. 지리적 위치가 그렇고, 갯벌의 생산량이 많아서 또 그렇다. 일단 생물들은 먹이와 안전이 보장되는 곳으로 간다. 순천만에 오던 흑두루미 육십여 마리가, 순천만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후 지금은 수천 마리가 온다. 봄과 가을엔 순천 근처에 방이 없다. 이것은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혜택이다. 자연을 잘 가꾸면 혜택이 늘어나고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 된다. 순천은 지금 세계 유명 관광 안내서들이 꼽는 한국 주요 관광지다. 전지구적으로 봤을 때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해양 자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섬뜩한 산호초들의 무덤


일본 학자들과 교류하다 보니, 10년 전에 대마도하고 이키섬에 산호초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산호초는 연평균 수온이 겨울에도 18가 넘어야 한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대마도로 4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다이빙을 갔다. 원래 대마도는 해조류가 번성하고 전복과 물고기가 많이 살았다. 그런데 수온상승으로 해조숲이 산호초로 바뀌고 있었다. 그 아래에 있는 이키섬도 궁금했다. 이미 대부분 바뀌었고 전복은 거의 안잡힌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과거 섬에선 해조류와 동물 간의 관계에서 균형이 맞춰지고, 수질이 깨끗하게 유지되었으며, 물속 생물다양성이 유지되어 지속되는 생태계로 기능했다. 두 섬은 기존 생태계가 무너져 구조가 바뀌고 기능이 바뀌었다. 더 남쪽의 미야코지마 섬도 가서 봤다. 여기는 본래 산호초가 절대 우점하던 곳인데 산호초가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산호초는 따뜻한 바다에 살지만 기존 온도보다 3~4도만 높아도 이상한 색깔을 낸다. 결국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이 일어나 죽는다. 섬뜩하다. 반면 제주도는 이들 섬보다는 훨씬 잘 버티고 있다. 왜 그런지 과학적 결과를 얻고 싶다. 한 2년 정도 살펴보고 글을 쓰려고 한다.


생물다양성을 밝히는 것부터 시작이다


나는 생물학자다. 우리나라 해양생물연구는 생물다양성을 밝히기도 전에 첨단 과학으로 가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조사했지만 완성되지 못했다.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다. 울산 앞바다에 200여 종이 산다고 가정하면 일반 학자들이 단기간에 조사하면 보통 50종도 안 나올 것이다. 우리나라도 생물다양성 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정부나 대학이 전문가를 길러내야 한다. 연구자 개인에게는 지독하게 외롭고 오랫동안 물고 늘어져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 해야 한다. 데이터가 부실한 데 아무리 첨단 과학을 이용해서 프로그래밍하고 모델링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겠는가? 생물다양성 협약이나 습지 협약에서는 국가가 생물다양성을 잘 보존하기 위해 첫 번째로 할 일이 분류학자 양성이라고 한다. 생물이 바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생태학은 작은 생물들간의 관계를 아는 것이고, 이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기능을 아는 것이다. 생태계가 안정될 때 기능이 좋아진다. 영토, 자본, 국민, 뿐만 아니라 생태계 서비스도 국가 자산이다. 생태에 이해가 깊은 정치인이나 정책 결정자들이 각 나라나 지역의 생태 자산을 알면 생태계 관리나 문제해결이 쉬워질 것이다.


인류 존망을 걸고 대응해야 한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1%다. 바다의 평균 수심은 약 3800m고 육지의 평균 고도는 약 840m다. 육지 약 30여 개가 바닷속에 들어간다. 지구의 모든 환경에 바다가 영향을 미친다. 바다를 모르면 안 된다. 육지에 있는 사람들은 0.01%밖에 되지 않는 담수에 의존한다. 지금 담수는 고갈되고 있다. 그럼 바닷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 태풍의 세기가 강해지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바다를 알지 못하면 대비하지 못한다. 바다가 안정되려면 일차적으로 거기 살고 있는 생물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추적해야 한다. 물고기들의 주 먹이인 요각류는 해양에 오염물질이 생기면 성기능에 장애가 생겨 번식하지 못한다. 남극의 크릴이 없어지면 남극의 해양 생물들이 다 없어진다. 바다가 썩는다. 크릴은 얼음 밑 미세한 식물을 먹고 산다. 얼음이 없어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 기후변화에 인류 존망을 걸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해양을 잘 관리해야 한다. 쉽지 않고 막연하지만 당장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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