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종합토론 | 패널 ③ 자연 복원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야

 

황희정 기자 2024-06-19


제40회 우이령포럼 종합토론에서 발표하는 중남대학교 권기원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임학과 석박사

케이블카 기둥의 철거 공사를 하면, 상처받은 산에 또 상처


충남대학교에서 근무하다 15년 전에 정년 퇴임을 하고 지금은 강원도 산골짜기에 살고 있다. 가리왕산 산림 조사를 10여년 했다. 서울대 명예교수이고 산림청장도 역임했던 이돈구 교수님, 국민대 교수님 한 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조사했다. 4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까지 내 연구에 가장 완숙 단계에 있는 그 기간을 전부 다 가리왕산에서 도모했다. 1년에 6~7번 갔고 갈 때마다 5~6일씩 있으면서 가리왕산 전체를 다 누볐다. 지금 여기 스키장을 만들어 훼손된 지역에 대해서도 고민 많이 했다. 내 나름대로 복원 방안을 만들어 정선군에 보냈는데 오해하는 것 같다. 강원도의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꿈의 공간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정선에서 오해해서 여기도 안 나오는 것을 보면 답답한 심정이다. 사람들은 무조건 케이블카 존속만 가지고 따지는데 원칙적으로 나는 케이블카를 철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케이블카 존속 여부와 파괴된 이 지역의 복원은 직접적 관련이 없다. 눈에 거치적거릴 수는 있지만 그 케이블카를 철거하게 되면 또다시 가리왕산을 심하게 파괴하는 행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케이블카를 올린 기둥들 아래에는 엄청난 양의 시멘트 콘크리트가 있다. 이게 한두 개가 아니고 꼭대기에서부터 내려오는데 그걸 철거하기 위한 공사를 하게 되면 한번 상처받은 산에 또 상처를 내게 된다.


자연을 복원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야


이제는 과거의 잘잘못을 떠나 현재의 상황을 보고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나는 여기에 내놓는 것이 가리왕산 지역에 대한 자연생태관찰식물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선에서는 국가정원을 만든다는 얘기들을 한다. 순천만국가정원, 태화강국가정원 그리고 제3의 국가정원을 또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 그건 정원이 아니라 도시공원이다. 정원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람의 주거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면서 관계자가 관리해 나가는 것이다. 외부에서 다 해 놓고 사람들이 쭉 가서 구경하는 곳은 공원이다. 말이 좋아 그걸 국가정원이라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그게 유행이 되어 여기저기서 국가정원 만들어 달라고 난리를 치는데, 진정한 국가정원의 개념이 도입될 수 있는 것은 자연생태관찰올림픽수목원이다.

자연생태관찰올림픽수목원 조성에 대한 제안사유를 5가지, 기본구상 4가지, 사업추진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 10가지를 들었다. 또한 사업 추진에 관련된 유의사항 6가지, 이렇게 수목원을 만들었을 때 기대되는 효과 10가지를 들었다. 자연을 복원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야 한다. 가급적 인위적은 것들은 배제하면서 자연을 최대 한도로 이용해서 만들어 보자. 우리가 지금의 울창한 숲을 만들 때 간과한 것이 있다. 포레스트갭(forest gap)이라고 하는 ‘숲틈’이다. 숲틈은 오픈된 공간에 숲 사이 공간이 나오는 좁은 지역이다. 숲틈은 양쪽 숲에 영향을 받으면서 변해 가기 때문에 우리가 관찰해야 한다. 요즘 기후변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는데 가리왕산의 하부와 상부가 약 1000미터 차이 난다. 가리왕산은 적어도 온대 중부림, 온대 북부림, 그리고 한대림까지의 모습을 한꺼번에 다 보여줄 수 있고, 이러한 숲을 우리가 만들어 볼 수 있다. 그런 지역의 생태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관찰하는 수목원을 만들면 이것이 산림자원도 될 수 있다. 이 수목원을 차후 100년 동안, 수목은 수목대로, 초화는 초화대로, 곤충은 곤충대로 모니터링을 계속해 나간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도 조사할 수 있고, 나중에 국제적인 학술지인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충분히 실을 수 있는 가치 있는 논문도 나올 수 있다.


산림 훼손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가능한 가리왕산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건 코끼리 뒷다리 하나 만지면서 얘기하는 거다. 가리왕산 전체라는 코끼리를 대상으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레저, 스포츠, 관광, 휴양, 치유, 문화, 예술, 생산.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지역이 바로 가리왕산이다. 산림 훼손을 더 이상 하지 않고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가리왕산 주변의 거미줄 같은 인도만 잘 보수해서 활용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자연보존과 자연방치 개념을 많이 혼동하고 있다. 사람이 안 들어가고 안 건들기만 하면 보존이라고 한다. 자연을 보존하려면 사람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관여해 줄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해야 그 산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고, 가치가 올라가야 또 그 자연이 보존된다. 무조건 방치해 놓고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가리왕산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존에 대한 여론이 형성이 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댓글 0개

관련 게시물

전체 보기

Comments

Rated 0 out of 5 stars.
No ratings yet

Add a rati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