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6-19
중앙정부와 강원도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물어야 한다
오늘의 토론회가 우이령사람들 창립 30주년 기념 토론회라는 것에 무게감이 정말 크다. 1999년에 녹색연합에서 생태팀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오늘 이런 인연으로 토론을 맡게 된 것 같다.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우이령사람들 홈페이지에 가리왕산을 검색해 봤다. 얼마나 오랜 시간 시민들이 가리왕산을 지키고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2018년 6월 37회 우이령 포럼에서도 가리왕산 복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지고 토론을 했는데 지금도 같은 주제로 우리가 복원을 외치며 이런 토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토론회 준비하면서 100여명의 시민들이 10차례 이상 꾸준히 현장을 조사해서 식생에 관한 전문가 못지않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2022년에 가리왕산 복원을 위한 연구 공모전도 진행해 왔다. 이렇게 시민들이 가리왕산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동안 중앙정부와 강원도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 먼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원시림 복원 계획도 없이 방치됐다
7월이면 프랑스 파리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린다. 물론 하계올림픽보다 동계올림픽이 시설 같은 것까지 포함해 더 환경적, 기후적으로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 논란이 많긴 하다. 그래서 하계와 동계를 비교하긴 어렵지만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이 그나마 회복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원시림 복원 계획도 없이 방치됐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파리 올림픽과 비교된다. 지금 아주 큰 이슈가 되는 일이 바로 ‘센강에서 수영 경기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이다. 1900년대에는 센강에서 수영 경기가 열릴 정도였는데, 그 이후로 강이 심각하게 오염이 되면서 1923년에 공식적으로 수영 자체가 금지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거의 100여 년 넘게 수영 등의 활동들이 금지됐었다. 파리가 이번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강을 복구하기 위해 2조를 들였다. 하지만 환경단체가 조사했더니 여전히 오염이 되어서 강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래서 일단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번 하계올림픽을 회복, 오염된 강을 살리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2018년에 파괴된 가리왕산에 대한 회복, 복원에 대한 얘기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보고서에 이미 '복원하겠다'는 약속 들어가 있어
파리는 회복, 강 살리기와 더불어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보통 올림픽을 개최한다 하면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데, 파리 같은 경우에는 95%를 기존 건물이나 임시 인프라를 활용한다고 한다. 올림픽을 위해 짓는 건물은 단 한 개라고 한다.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는 선수촌 지붕 위에 새나 곤충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선수촌 주변에 9천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물론 평창과 파리 시내라는 공간적 차이가 있긴 하지만, 파리는 올림픽에서도 기후 위기,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평창의 약속 그런 서류들을 찾아보면 올림픽 경기에 대한 문서가 있다. 평창 올림픽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사전 보고서 등을 보면 좋은 말들은 많이 들어가 있다. 특히 환경 분야를 보면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겠다는 약속 같은 것들을 환경영향평가에 이미 담고 있다. 올림픽이 끝나고 난 후의 평창에 대한 해석, 평가가 있는 보고서가 있는지 열심히 찾아봤지만 없었다. 원래 올림픽이 끝나고 2년 정도 보고서를 쓰도록 돼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IOC 내에서도 평가가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올림픽 개최 전에는 자연에 대한 책무, 훼손된 자연에 대한 복원과 같은 좋은 말들도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는 이 모습이 한국의 부끄러운 모습이자 그린워싱이 아닌가 한다.
생태계 파괴를 기반으로 한 관광자원이 아니라 다른 방식을 찾아야
2018년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한 논문이 있다. 동계올림픽 이후 피해 지역을 복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원도에 권고했지만 강원도는 그런 내용을 말하고 있지 않다. 결국 환경적인 측면에서 강원도가 환경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에 강원도만 책임이 있는가? 이런 상황과 내용을 중앙정부도 방관하면서 올림픽 개최만을 중시했다. 올림픽 이후의 경기장의 미래도, 가리왕산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강원도와 관련된 언론 보도 내용은 강원도가 관광도시로 부흥할 것인지, 국가정원으로 조성할 것인지, 케이블카 설치 이후 관광객이 얼만큼 늘어났는지 말한다. 단기적인 강원도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태계 파괴를 용인해 왔던 이런 사례들이 지금 가리왕산이 회복되지 않는 이 상태로 계속해서 연결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상 관건은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정선군의 먹고사는 문제를 이유로 설치된 시설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지역의 입장을 두고 이걸 어떤 방식으로 설득할지, 혹은 여러 형태의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인 것 같다. 지금 케이블카 유행이 있고 출렁다리 유행이 있고 최근에는 순천만정원이 나름 조명을 받으면서 각 도시들이 국가정원 얘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지역이 생태계 파괴를 기반으로 한 관광자원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상생 협력과 지원 방식을 통해 방식을 찾고 복원해야 할 것은 복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제2의 대안, 제3의 대안들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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