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2024-03-21
연세대 인류학과 졸업. 서울대 지리학과 석사과정에서 정치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정치활동이 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크다. 복잡한 논의를 통해 해답을 찾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스물여섯 살 '지구여자'다
악어의 눈에 비친, 인간이란 먹이
"우리 인간의 존재에 있어서 우리가 음식, 즉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몸이라는 것은 사소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특징이 아닙니다. 하지만 악어의 눈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계획할 때 내 존재의 이 중요한 측면, 그러니까 내가 먹을 수 있는 동물적 존재로서의 취약성을 가졌다는 것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호주 출신의 에코페미니스트 생태철학자 발 플럼우드(Val Plumwood, 1939~2008)는 악어의 공격을 받아 죽을 뻔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악어의 눈: 포식자에서 먹이로의 전락』 (yeondoo)에 이렇게 쓰고 있다. 포식자의 위치가 아니라 먹이의 위치에서 악어의 눈을 바라본 순간, 그는 그동안 갇혀 있었던 인간 중심적 세계가 뒤집히는 경험을 한다. 근대 자유주의 아래에서, 우리는 '초-개인(hyper-individuals)'이라는 예외적 존재로서 다른 동물들과 같은 먹이사슬 아래에 있다는 점을 쉽게 잊는다.
일부 채식주의는 인간중심주의의 반복일 뿐
그 자신도 채식을 하지만, 플럼우드는 일부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은 인간중심주의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우리가 여전히 포식을 하는 자의 위치에서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식 자체에 대한 부정을 통해 우리 자신 또한 포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육체성과, 포식이라는 자연적 행위를 비극적인 것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즉, 인간을 자연과 독립된 것으로 세워 두면서 인간이 특권을 부여한 몇몇 동물들만을 생태적 관계에서 떼어내어 탈자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분명한 것은, 동물의 모든 생을 변형시키고 도구화하는 공장식 축산을 통해 인간은 본래 자신이 위치한 생태적 관계에서 벗어나 지배적이고 특권적인 위치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먹이사슬 밖의 포식자가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기
"그 진리는 인간은 자연과 동떨어진 존재 혹은 자연의 먹이사슬과 먹이 그물 바깥에 위치한 존재가 아니라 자연 안에서 자연을 통해 자연과 함께 생명을 얻고 성장하며 죽음으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이 먹이사슬로, 생태적 관계 내부로 돌아가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특권적인 태도를 경계하고, 나의 먹음이 다른 공생의 관계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를 취할 때,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는 포식자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관계와 공존의 기회를 만들어 나갈 생태적 주체로서 위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먹이입니다. 인간은 상어와 사자와 호랑이와 곰과 악어의 먹이입니다. 인간은 까마귀와 뱀과 독수리와 돼지와 쥐와 큰도마뱀의 먹이이고, 수없이 많은 작은 생명체와 미생물의 먹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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