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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정치ㅣ윤효원ㅣ“북한군 러시아 파병“, 객관적 증거가 없다

 

윤효원 2024-11-01

윤효원 아시아 노사관계 컨설턴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고위험 갈등 상황에서 보도 내용은 철저히 검증해야


연일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견되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은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여 신뢰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정보기관이 파병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영상이나 검증된 자료가 부재하여 그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정보기관은 북한군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자료를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북한군 파병설을 다룰 때,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한국이 자국의 안보 이익에 따라 북한의 개입을 부각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위험 갈등 상황에서는 지정학적 필요에 따라 미확인 정보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신중한 접근이나 정확한 증거 없이 간접적이고 미확인된 정보에 의존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는 특히 남북한 문제나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감정적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오보는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고위험 갈등 상황에서의 보도는 철저한 검증과 다각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서방의 실질적 침묵


서방 정보기관인 미국의 CIA와 영국의 MI6는 아직까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미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도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을 가능성만 언급했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사실 미국 정부는 내심 추가 조사가 필요함을 시사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서방 정보기관들조차 이 문제에 대해 확정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임을 보여준다. 만약 서방 기관들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명확한 정보를 이미 언론에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 증거에 대한 서방의 실질적 침묵은 오히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주장에 대한 의문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보기관의 발표에 의존한 보도


한심스러운 사실은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같은 주요 서방 매체들이 대부분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보기관의 발표에 의존해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보도 방식은 독립적 검증 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향후 정보의 신뢰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언론들이 직접적인 현장 취재나 철저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선정적인 보도를 마구 쏟아내고 있는데, 이러한 ‘선전전’은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

언론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국제적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잘못된 정보를 확대해 갈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언론은 신중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대중에게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지만, 지금 서방과 한국의 언론은 반북한과 반러시아 정서에 매몰되어 군사적 충돌과 전쟁을 부추기는 선동 나팔을 부는 데 전념할 뿐이다.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보기관의 신뢰성 문제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보기관의 신뢰성 문제도 유념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자국 내의 전장 상황에서 정보력을 발휘하는 데 강점을 가질 수 있으나, 러시아 내에서 발생하는 외국 군대의 배치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한국 정보기관 역시 북한의 활동을 추적하는 데 능숙할 수 있지만, 러시아 내 외국군의 활동에 대한 정보 수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 국가의 정보 활동은 자국 안보에 필수적일지 모르지만, 러시아 내부의 민감한 군사 활동에 대해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독립적으로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보기관의 ‘선전전’에 놀아나지 말고 더욱 객관적이고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해 사실을 확인할 필요성이 국제사회에 제기되는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한다


지금까지 북한과 러시아 정부는 모두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를 “허위 정보”라며 일축하면서, 이러한 보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수군사작전’을 비난하려는 서방의 시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이 국제 사회에서 갈등을 조장하고 자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정부 역시 유엔 회의에서 자국 병력이 러시아에 파견되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북한의 병력 지원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북한의 입장은 파병이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허위 사실 유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정부의 이러한 공식 입장은 두 나라가 북한군의 참전설을 부인하고 있음을 명확히 하며, 국제사회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지난 10월 30일 미로슬라우 옌차 사무차장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격화시킬 모든 조치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_유엔 정치평화구축국(DPPA) 홈페이지)

유엔은 미확인 정보이며 갈등 확대 방지를 위해 신중하기를 촉구한다


유엔 간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나, 이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은 만약 파병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을 뿐이다. 유엔은 모든 관련 당사국이 갈등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며, 추가적인 정보가 나올 경우 이를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반응할 뿐이다. 현재까지 유엔 사무차장보 미로슬라우 옌차를 통해 이뤄진 공식 발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최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 군인들이 러시아 연방에 파견되고, 그 중 일부가 갈등 지역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유엔은 이러한 발전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제기된 주장이나 보고서를 검증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관련 당사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산되고 격화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DPRK와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상기한다. 북한 군대의 러시아 파견이 이러한 결의안의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안보리가 결정할 문제다.”


이렇듯 유엔의 공식 입장은 북한군 파병설이 여전히 미확인 정보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갈등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자기 눈으로 보고, 자기 머리로 분석해야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주목할 사실이 있다. 라오스군이 러시아에서 매년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오스군은 중국에서도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이 보여주는 ‘동양인’ 군인들의 모습은 최정예 부대라기보다는 논산훈련소에 막 입소한 신병에 가깝다. 자기 눈으로 보고 자기 머리로 분석한 것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믿어서는 안 되는 시대다.

결론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보기관이 제시하는 간접적인 정보는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난무하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보도는 독립적이고 확실한 검증이 이뤄진 다음에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은 물론, 무기 지원설도 잠정적인 가능성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언론과 정보기관은 대중에게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확인된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적 갈등 상황에서 신뢰성 없는 정보는 오해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보당국의 ‘선전’ 자료를 정신 없이 베껴 쓰는데 한국 언론의 행태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것은 ‘언론의 자유’가 아니며, ‘기레기의 방임’이다. 이러한 한국 언론의 문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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