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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정치ㅣ윤효원ㅣ2007년의 푸틴, 2024년을 경고하다

 

윤효원 2024-05-31


윤효원

아시아 노사관계 컨설턴트

IndustriALL Global Union 컨설턴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2007년 뮌헨안보회의 연설


“우리는 협력에 열려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은 우리의 모든 주요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외국 기업들이 석유 추출의 최대 2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기업이 서방 국가의 주요 경제 부문에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세요. 그런 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2007년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연설의 일부다. 그는 서방이 “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한 글로벌 경제 관계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러시아는 이에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같은 연설에서 푸틴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지정학적 전개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했다.

     

“오늘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우리는 균형이 분명히 파괴되고 있음을 봅니다. … [인권을 준수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고, 우리는 이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이러한 간섭이 민주주의 국가의 발전을 전혀 촉진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의존적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연설에서 푸틴은 1990년 5월 17일 브뤼셀에서 있었던 만프레트 뵈르너 NATO 사무총장의 연설을 상기시켰다.

     

“당시 그는 ‘우리가 독일 영토 밖에 나토 군대를 배치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소련에게 확고한 안보 보장을 제공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그 보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국제 질서 불안정의 다섯 가지 이유

     

2007년 2월 푸틴의 뮌헨안보회의 연설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분명히 드러냈고, 러시아 외교 정책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 연설에서 그는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국제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 미국이 지배하는 단극 세계(unipolar world)를 지적했다. 푸틴은 단극 세계 질서를 받아들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단일 권력 중심의 세계는 위험하고 불안정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냉전 이후 국제 관계의 협력적 톤에서 벗어나 러시아의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미국의 단일 패권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의 외교 정책을 지적했다. 그는 국제 관계에서 미국의 군사력 사용을 비판하며, 이라크와 발칸반도에서 한 군사 개입을 예로 들며, 통제되지 않은 군사력 사용이 지속적인 분쟁과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러시아가 참여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약화와 러시아가 배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을 지적했다. 푸틴은 나토의 동진, 즉 러시아 국경 근처에 나토 군대가 주둔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했다. 이는 심각한 도발이며 상호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이자 바르샤바 조약기구 해체 후 서방이 러시아에 약속한 사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넷째, 유엔 중심 국제법 체제의 와해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행동으로 인해 국제법이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정치적 편의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국제 공동체를 단결시키고 국제법의 실현을 보증하는 유엔 체제를 미국과 서방이 훼손하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명했다.

다섯째, 글로벌 안보의 원칙을 지적했다. 푸틴은 한 국가의 안보가 다른 국가의 안보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글로벌 안보와 일국의 안보, 그리고 각국간의 상호 안보가 불가분의 것이라고 천명했다.

     

브릭스 체제의 강화, 국제기구 개혁의 요청

     

15년 전 푸틴이 경고했듯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수반할 수 있는 나토의 동진은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또한 지난 15년 동안 튀니지, 이집트, 예멘의 ‘아랍의 봄’ 연쇄 혁명, 리비아와 시리아의 내전 등 ‘민주적 규범’을 수출하려는 미국과 서방의 시도가 이어졌다. 이러한 간섭은 수많은 사상자와 실질적인 주권 상실, 그리고 이슬람 테러 조직의 출현을 초래했다.

미국 중심의 단극 세계가 불가능하다는 푸틴의 생각은 지난 15년 동안 경제 데이터로도 뒷받침되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2007년에 비해 5배 성장했다. 중국은 2033년에 국내총생산 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더불어 중국, 인도 등 세계 주요국을 포괄하는 브릭스(BRICS) 체제는 더욱 강화되었다. 브릭스 회원국들은 세계 무대에서 현재의 힘의 균형을 반영하기 위해 IMF, WTO,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의 국제기구를 개혁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다.

1963년 뮌헨안보회의가 시작된 이래 해마다 열리고 있지만, 푸틴은 2007년 단 한 차례만 참석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정세는 당시 푸틴이 예언하고 경고한 대로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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