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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정치ㅣ윤효원ㅣ사우디의 탈달러화 결정과 글로벌 경제의 미래

 

윤효원 2024-06-14


윤효원 아시아 노사관계 컨설턴트

IndustriALL Global Union 컨설턴트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사우디, 원유 대금의 중국 위안화 결제 허용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에 석유를 미국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제 무역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정치적 결의의 일환이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러한 변화는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제재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으며, 지정학적 정세와 지경학적 상황의 변화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 파트너십과 무역 관행을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 왔다. 위안화를 사용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는 달러의 변동성과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 대한 대응력을 한층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러한 전략은 중국이 자국 통화를 국제화하고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국가적 목표와도 일치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5일에 이뤄진 사우디아라비아의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조치는 글로벌 탈달러화 추세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이는 변화하는 집단 서방(the Collective West)의 지지를 받는 미국의 일극 체제가 약화되고 남반구(the Global South)의 지지를 받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지정학적 및 경제적 역학 관계가 변화되는 글로벌 정세를 반영한다.

     

러시아와 군사 협력 협정

     

사우디아라비아의 탈달러화 노력은 2016년 시작되었다. 그해 4월 25일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을 발표하여 국민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계획을 공개했다. 이 계획은 탈달러화의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경제 정책의 변화는 언제나 정치와 군사 정책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 2021년 8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와 군사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대안으로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같은 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 에너지 및 무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석유 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통화스와프협정

     

2023년 1월 18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재무장관 모하메드 알자단은 석유 거래에서 달러 외의 통화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달러와 석유 대금 결제를 연동시키기로 한 미국과의 합의를 깨는 것이었다. 같은 해 4월 21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 7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양국간 무역에서 중국 통화인 위안화와 사우디 통화인 리얄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우디, BRICS 가입

     

두 달 후인 6월 사우디아라비아는 BRICS에 가입하여 달러 이외의 통화 사용을 공식화하고 BRICS 국가들과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더 한층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2024년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적, 군사적 협력을 통해 탈달러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BRICS 가입을 통해 탈달러화의 범위를 넓히고 미국의 주도하는 기존의 무역 질서로부터 자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 무역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경제에서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비달러 통화 대출의 증가 예상

     

사우디아라비아의 탈달러화 움직임은 2차 대전 이후 국제 무역과 금융을 지배해 온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에도 다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IMF의 특별인출권(SDR)은 현재 달러, 유로, 위안, 엔, 파운드로 구성되어 있다. 탈달러화가 진행됨에 따라 SDR 바스켓 내에서 달러의 비중이 줄어들고, 다른 통화의 비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BRICS 국가들이 달러가 아닌 통화를 강화하면서 SDR에 새로운 통화를 포함시키려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 중심의 일극 체제를 무너트리고 다극 체제로의 전환을 촉진할 것이다.

탈달러화가 진행되면 IMF의 대출 프로그램에서 비달러 통화로의 대출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대출 국가들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IMF 대출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위안화의 비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은행(World Bank), 개발도상국 프로젝트 지원 자금의 다양화 기대

     

세계은행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세계은행이 회원국의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때 비달러 통화 사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프로젝트 국가들의 달러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개발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에서 다양한 통화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화됨으로써 특별히 개발도상국들의 개발 프로젝트에서 재정적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경제의 다극 체제로의 전환점

     

국제 무역 질서의 탈달러화는 세계은행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면서 그동안 글로벌 공급 사슬의 이익 공유에서 소외되었던 남반구의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탈달러화가 가져올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경제 질서의 다극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IMF와 세계은행의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정비하게 될 것이다.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사이에 합의된 석유 대금 거래의 탈달러화 결정은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가 다극 체제로 이행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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