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4
윤효원 아시아 노사관계 컨설턴트
IndustriALL Global Union 컨설턴트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 절대적인 것은 없다. 당연히 인도 경제가 중국 경제를 따라잡을 수 있나는 질문도 장기적으로 볼 때, 고정적인 답은 없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그리고 중기적으로 볼 때 향후 수십년 동안 인도 경제가 중국 경제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그리고 중국이 미국의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다면 21세기 말까지도 인도 경제가 중국 경제를 추월하거나 능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GDP는 중국이 인도의 5배
두 나라 인구는 15억으로 비슷한데, 2022년 기준으로 두 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중국이 1만2720달러, 인도가 2411달러로 그 격차가 5배가 넘었다. 참고로 한국은 3만2423달러였다. [그림]에서 보듯 1980년대 말까지 두 나라의 1인당 GDP는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다가 21세기 들어 격차는 대폭 커졌다.
중국의 1인당GDP가 지금의 인도 수준이었던 때는 2006년(2099달러)과 2007년(2694달러)이었다. 인도의 1인당GDP는 2006년 802달러와 2007년 1023달러로 중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20여년 전 2배였던 격차가 현재 5배로 벌어진 것이다.
[그림] 중국과 인도의 1인당 GPD 비교 (1985~2022년). 출처: 유튜브 Money & Macro
의무교육, 산업정책, 외국인 직접투자가 승패를 갈랐다
중국은 1980년대에 경제적 자유화를 단행했고, 인도는 1990년대에 경제적 자유화를 단행했다. 두 나라가 경제적 자유화 정책을 시작한 때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자유화 여부가 두 나라의 격차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인도 경제학자 라구란 라잔(Raghuran Rajan)은 의무교육, 산업정책, 외국인 직접투자(FDI)에서 두 나라의 승패가 갈렸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교육 체제를 실현하는데 성공한 반면, 인도는 그렇지 못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을 성공적으로 펼친 반면에 인도는 그렇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와 관련하여 중국은 지방정부가 행정 절차의 합리화와 효율화 등으로 적극적인 투자 유인책을 펼친 반면, 인도는 그렇지 못했다.
경제적 자유화가 국가의 통제와 관리 속에서 효과적으로 전개된 중국과 달리 인도에서는 국가와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별다른 역할을 못한 인도의 국가(state)와 달리 중국의 국가는 시장을 조절하면서 시장의 성과를 사회의 성과로 끌어오는 운전자 역할을 했다.
정부 인력의 부족, 카스트 제도, 미성숙한 민주주의를 꼽는다
또 다른 인도 경제학자 다베쉬 카푸르(Davesh Kapur)는 인도 경제의 문제로 정부 인력의 부족, 카스트 제도, 미성숙한 민주주의를 꼽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무원 비율을 보면 중국은 지방정부 공무원의 수가 중앙정부에 비해 훨씬 많은데 비해, 인도는 정반대다. 실제 국민의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인 지방에서 정부가 제기능을 해야 하는데, 인도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지방정부가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여전히 인도 사회 곳곳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카스트 제도는 국민적 통합과 경제적 개방성을 좀 먹고 있다. 이에 더해 사회와 국민을 위해 기능하는 민주주의가 아닌 자신에게 투표한 지지층을 유혹하는 장치로 전락한 민주주의는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인 대변(representation)을 무력화하면서 정치와 사회를 부패와 비효율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인도 인구의 12.92%가 국제빈곤선에 못미친다
세계은행은 하루 1.9달러 미만의 소득을 ‘국제빈곤선’(International Poverty Line)으로 잡고 빈곤퇴치를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을 추적해 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은 “40년 동안의 빈곤퇴치 운동”을 펼친 이래 2020년 이 목표를 달성했다. 40년 전 8억명에 달했던 중국의 절대빈곤층이 사라졌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후 세계은행은 국제빈곤선을 하루 2.5달러로 올렸는데,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인도 인구의 12.92%가 국제빈곤선에 못 미치는 하루 수입을 벌고 있다.
인도 경제의 중국 경제 추월 가능성은 낮다
인도의 GDP 성장률은 2020년 -5.83%, 2021년 9.05%, 2022년 7.00%, 2023년 7.20%였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2020년 2.24%, 2021년 8.45%, 2022년 2.99%, 2023년 5.20%였다. 인도가 중국보다 살짝 높지만, 중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인도의 5배가 훨씬 넘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도 경제가 중국 경제를 추월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2022년 중국의 GDP는 17조9600억달러였는데 반해 인도는 3조4170억달러로 그 격차 역시 5.26배에 달했다. 같은 해 미국의 GDP는 24조4400억달러였고, 한국은 1조6740억달러였다. 중국과 미국의 GDP 격차는 1.36배고, 인도와 미국의 GDP 격차는 7.15배였다. 중국과 미국의 격차(역시1.36배)와 인도와 중국의 격차(5.26배)를 감안할 때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따라 잡을 가능성은 인도가 중국을 따라 잡을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언제 추월하느냐가 문제
따라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문제는 인도 경제가 언제 중국 경제를 추월하느냐가 아니라 중국 경제가 언제 미국 경제를 추월하느냐가 되어야 한다. 후자가 더 빨리 일어날 것이고, 그것이 세계 경제는 물론 세계 정치에도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경제의 추월을 미국이 평화적으로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군사적으로 방해하려 할 것인가의 문제는 향후 전개될 지정학과 지경학적 질서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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