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ign Policy에 실린 더그 밴도우의 글은 친위 쿠데타로 몰락 중인 윤석열 정권에 대한 입장, 민주당이 집권할 것이 분명한 한국 정치에 대한 전망, 그리고 2기 트럼프 정권이 펼칠 북한 정책과 관련하여 미국의 우익진영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윤효원 2025-1-10
윤효원 아시아 노사관계 컨설턴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12월 19일 미국의 대표적 대외정책 간행물인 Foreign Policy에 “트럼프는 한국의 좌파와 협력할 수 있을까?—윤석열의 몰락이 놀라운 기회를 만들지 모른다”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글쓴이는 미국의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 선임연구원 더그 밴도우(Doug Bandow)이다.
1957년 생인 더그 밴도우는 보수주의 평론가로 대외 문제에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반대하는 글을 써 왔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초래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
카토연구소는 국내 정책과 대외 정책 모두에서 미국 정부의 역할을 제한할 것을 주장해 온 싱크탱크다. 연방준비제도에 반대하고 세금을 없애고 사회보장제도를 민영화할 것을 주장한다. 동시에 대외정책에서 비개입주의를 지향한다.
카토연구소와 더그 밴도우의 입장은 국내 정책에서는 자유방임주의(libertarianism)를 지지하면서 대외정책에서는 개입주의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오는 1월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와 통하는 점이 있다.
Foreign Policy에 실린 더그 밴도우의 글은 친위 쿠데타로 몰락 중인 윤석열 정권에 대한 입장, 민주당이 집권할 것이 분명한 한국 정치에 대한 전망, 그리고 2기 트럼프 정권이 펼칠 북한 정책과 관련하여 미국의 우익진영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 판단되어, 소제목을 달고 글을 재구성하여 핵심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독재 권력을 잡으려는 재앙적인 시도를 한 한국의 윤석열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둘 다 권위주의적 성향을 가진 논쟁적인 우파 극단주의자들이다. 두 사람은 인간적으로 잘 지낼 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트럼프와 문재인보다는 더 잘 맞을 것 같았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윤석열에게 호감을 가졌다. 트럼프와 윤석열의 인간적 관계는 동맹 관계를 더 안정시킬 수 있었을지 모른다.
자폭한 루저 윤석열
하지만 윤석열은 자폭을 했고 국회에서 성공적인 탄핵에 이은 후속 조치에 따라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상원이 최종적으로 탄핵 결정을 한다. 한국에서 그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을 구제한다 하더라도, 윤석열의 대통령직은 사실상 끝날 수밖에 없다. 껍데기만 남은 정치적 패배자가 될 게 뻔한 윤석열은 트럼프의 관심과 애정을 끌지 못할 것이다. 미국을 방문하라는 초대는 없을 것이며, 바이든의 백악관에서 이뤄진 ‘American Pie’ 합창도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붕괴는 한물간 한미 관계를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인데, 이는 환영할 만하다. 역사적으로 워싱턴은 늘 서울의 보수적인 매파를 선호해 왔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여러 미국 대통령들이 장기집권 독재자 박정희와 협력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더 부드러운 접근을 선호하는 김대중과 관계가 껄끄러웠던 사실은 유명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적대하고 일본과 화해하며 "American Pie"를 당당하게 부른 윤 대통령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했다. 수십 년 이어진 독재정권 하에서 인권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미국에게는 동맹 유지가 최우선이었다.
윤석열의 친위쿠데타에 사실상 침묵한 바이든과 미국 민주당
이러한 지정학적 실용주의는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시도에 대한 반응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바이든 행정부는 윤석열이 저지른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내놓지 않았다. 앤터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리는 윤 대통령이 계엄 명령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 … 우리는 정치적 갈등(disagreement)이 평화적으로 법치에 따라 해결되리라 기대한다."는 진부한(banal) 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블링컨은 마치 윤석열과 한국 국회가 서로가 평가를 달리하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기념하는 결의안의 문구를 놓고 다투는 것처럼 말했다.
미국의 ‘귀염둥이’ 윤석열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칼 프리드호프가 Foreign Policy에 쓴 대로, "2022년 5월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은 워싱턴 외교정책 기득권층의 귀염둥이(a darling)이였다." 워싱턴은 한국의 좌파를 적대하고 한국의 우파를 숭배한다. 하지만, 윤석열의 행동에 대해서는 통제되고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무대응으로 일관한 이들도 있었다.
NK News의 채드 오캐롤은 "민주주의 침해라는 골치 아픈 문제보다 부드러운 관계를 우선시함으로써, 워싱턴의 주요 기관과 전문가들이 현실과의 괴리를 보였다."고 경고했다. (2024년 3월 한국 정부가 주최했으나) 지금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democracy summit)'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은 자취를 감췄다.
이제 한국은 압도적인 국회 의석의 지지를 받는 자유주의적인 대통령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의 운명은 정원이 모자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달려 있다.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구제한다면 이는 매우 인기 없는 일이 될 것이며, 국가를 마비시킬 것이다.
헌법상, 대통령 탄핵 후 두 달 안에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데, 좌파가 쉽게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에게 간발의 차로 패했던 이재명이 출마할 수 있다면 승리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형사고발 상태로 대선 출마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한국 정치의 적대감(toxicity)을 고려할 때, 누가 당선되든 상당한 보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1기와는 다른 트럼프 2기의 권력이양 작업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다. 2017년, 그는 예상치 못한 선거 승리를 거두었고, 권력 인수 과정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측이 인사 임명에서 놀라운 통제력(discipline)을 보여 주고 있다. 이와 비슷한 분위기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트럼프가 임명한 자들은 첫날부터 트럼프가 하고 싶은 일을 밀어붙일 것이다.
한국과의 방위비분담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 재협상은 그중 하나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복귀 전에 서둘러 협정을 체결했지만, 곧 출범할 트럼프 정부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에 대해 연간 100억 달러를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거부한다면, 트럼프는 미군 주둔을 재고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주한미군 문제가 협상 전술로 시작되었더라도,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훨씬 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해 온 트럼프는 이 문제를 더 밀고 나갈 수도 있다.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
주한미군의 현상 유지와 관련하여 의문이 제기되면서 서울과 워싱턴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한국의 방어를 지원하지(subsidize) 않는 세상을 상상조차 못한다. 따라서 어떠한 철수 제안에도 미국과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한입으로(concerted)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인구가 많고 잘 사는 산업 국가인 한국이 거의 모든 면에서 북한을 능가함에도 불구하고 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지에 대해 만족스러운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은 평시에 연간 약 2조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 연간 1조 달러 이상을 국가 부채의 이자로 지불하고 있다. 미국의 부채 대 GDP 비율은 1946년의 기록적인 106%에 근접하고 있으며, 21세기 중반까지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워싱턴은 계속해서 다른 많은 국가들에게 관대한 국방 보조금을 지불할 수 있을까? 한국에 배치된 군대를 철수하고 해체하면 병력모집 문제와 예산 압력을 모두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새로운 대북 정책을 시도할까
그리고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수도 있다. 트럼프 첫 임기에서 가장 창의적인 외교적 행위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교류였다. 트럼프는 자신의 첫 임기에서 여러 직위를 맡았던 리처드 그레넬(Richard Grenell)을 특사로 임명할 계획인데, 그레넬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도할 수도 있다.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한 윤석열은 트럼프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 저항할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윤석열을 대신해 자유주의자가 당선된다면, 트럼프는 평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위한 협력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여행 금지 철회와 연락사무소 개설
그 시작은 북한여행 금지를 철회하고 대사관으로의 격상될 연락사무소의 개설을 제안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이 세계에 문호를 개방하도록 격려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또한, 북미 간에 비록 제한적일지라도 꾸준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사실, 적과 대화하는 것이 친구와 대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협상은 양보가 아니라 좋은 정책이다. 실질적으로 두 정부는 많은 것을 이루지 못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전진의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김정은과 만나고자 하는 트럼프의 의지는 워싱턴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다. 지난 76년 동안, 미국과 북한은 서로를 노려보며 끔찍한 전쟁을 치르고 교전도 치뤘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평양이 핵무기를 개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을 목표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개발해 놓고 있다. 워싱턴은 한국을 보호하는 데 성공했지만, 북한을 개혁하고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제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다.
윤석열 정권의 잔해를 밀어내고 새로운 한반도 미래 구상해야
윤석열의 대통령직은 착륙에 실패한 후 항공모함의 갑판 위에서 불타는 전투기와 같다. 유일한 해결책은 그 잔해를 바다로 밀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 무엇이 올지는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가 다시 취임할 때 그의 마음에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긴급한 문제가 한반도의 미래 같은 중요한 문제를 대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는 한반도(Koreas)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그가 본능을 따른다면, 그는 미국의 정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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