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북ㅣ기후위기와 부정의 역사: 진실을 왜곡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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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1일
- 3분 분량
2025-02-21 권춘오 객원기자

권춘오 (주)네오넷코리아 대표
(주)네오넷코리아는 정부중앙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공립 공공도서관, 국책 연구소 등에 지식 데이터 베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권춘오 대표는 동국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코리아 편집국장을 역임했고, 「동아비즈니스리뷰」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옮긴 책으로 『기회의 심리학』, 『세계사를 바꾼 49가지 실수』,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실험경제학』, 『세스 고딘 보고서』 등이 있다.
홈페이지 북집 www.bookzip.co.kr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움직임은 어떻게 형성되나
“역사는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쓰이지만, 미래는 과학에 의해 결정된다. 서사를 통제하는 자들이 대중의 인식을 형성할 수는 있지만, 현실은 과학적 원칙에 의해 지배된다.”

기후변화는 과학적 사실로 입증된 명백한 위기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를 의심하거나 부정하고 있다. 데이비드 립스키가 저술한 The Parrot and the Igloo: Climate and the Science of Denial는 이렇게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움직임이 어떻게 형성되고, 왜곡된 정보가 확산되었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이다. 이를 통해 이 책은 기후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이를 방해한 정치적, 경제적 세력의 역사적 흐름을 함께 조명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부정은 단순히 개인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한 조직적인 조작과 홍보 전략의 산물이다. 즉, 산업계와 정치세력은 과학을 의심하도록 유도하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려 한다. 이러한 기후 부정의 기원과 확산 과정은 우리 사회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기후 과학의 시작과 진실의 발견
“기후 변화 과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수세기 동안 존재해 왔으며, 그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퍼지기를 기다려 왔다. 증거는 항상 존재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려는 사회의 태도는 변화를 거듭해 왔다.”
기후변화 연구는 19세기부터 시작되었다. 프랑스의 과학자 푸리에(Fourier)는 대기 중 특정 기체가 지구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제시했고, 이후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는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지구 기온 상승을 초래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계산해 냈다.
그리고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기후학자들은 인류의 산업화가 대기의 조성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가 발표될 때마다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석유 및 화석 연료 산업은 기후변화 연구 결과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일찍부터 인식했고,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연구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연구 결과를 조작하도록 압력을 가하거나, 반대되는 연구를 발표하도록 유도했고, 또한 언론을 이용해 “과학적 논란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계속적으로 확산시키며 대중의 혼란을 조장해 왔다.
결국, 기후변화 문제는 단순한 과학적 발견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투쟁의 장이 열리는 새로운 갈등 요소가 되었다. 과학적 증거가 아무리 명백해도, 이를 부정하는 거대한 산업적·정치적 기득권이 존재하는 한 진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과학적 부정의 전략과 기후변화 논쟁
“의심은 그들의 상품이지, 발견이 아니다. 과학적 합의가 경제적 이익을 위협할 때, 대응 방식은 증거를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사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대신, 불확실성을 조장하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이들은 ‘기후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거나 ‘기후 과학자들조차도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식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퍼뜨렸다. 이는 담배 산업이 흡연의 위험성을 부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전략과 유사하다.
이러한 전략의 핵심은 대중이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정보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둘러싼 이러한 가짜 논쟁들은 끊임없이 조장되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미디어와 기업은 이 논쟁을 증폭시켰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행동을 보류하게 되고, 정책 결정자들은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망설이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혼란 조장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대중의 90% 이상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해야만 정책 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허위 정보가 확산되면서 여론은 양분되었고, 실제 대응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던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1991년 미국 석유연구소(American Petroleum Institute)와 대형 석유 기업들이 진행한 ‘기후변화는 과학적으로 불확실하다’는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 연구의 신뢰성을 흔들기 위해 과학적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기후변화가 자연적인 주기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퍼뜨렸다. 이 전략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었고, 정치권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지연시키는 명분으로 활용되었다.
정치적 이념과 기후변화 부정론
“과학이 정치와 만날 때, 진실은 협상의 대상이 된다. 정책은 증거가 아니라 권력의 역학에 의해 형성된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이미 정치적 논쟁의 핵심 이슈가 되었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이를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방식으로 반대 입장을 형성했고,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환경 보호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적극적인 규제 도입을 추진했다.
기후변화가 이렇게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 변질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화석 연료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와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이 자신들의 수익성을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로비와 선전을 통해 대응 방안을 차단하려 했다. 이들은 기후변화 연구를 ‘과학자들의 의견일 뿐’이라는 식으로 축소하며, 법률적 조치를 무력화하려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치적 갈등이 깊어졌고,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실질적 조치는 늦어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학이 제공하는 분명한 데이터를 무시하는 것이 단순한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정책 결정자들이 과학적 사실을 존중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한, 기후위기의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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