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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북ㅣ동물에게서 생존을 배운다

 

2024-12-27 박옥균 객원기자



박옥균 리더스가이드 대표

독자의 길라잡이라는 뜻의 리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과 ‘교육’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과학을 가르쳤고, PC 통신 ‘하이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2년부터 ‘리더스가이드’를 창립해 도서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도서 7만여 종에 대해 빅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관련 특허 두 건(‘도서 관리 시스템 및 도서 관리 방법’, ‘집단 지능을 이용한 상품 검증 방법’)을 등록했고, 데이터 교육과 관련한 자문과 최신 흐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전에 쓴 책으로는 『수학은 스토리다』(2023),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2022)가 있다.

블로그 리더스가이드 / 홈페이지 www.readersguide.co.kr / 서점 알지책방

 

재난 감수성이 높아지다


문명이 점점 발달하고 있지만, 재난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전쟁, 기후, 핵발전소 사고, 감염증 등을 겪은 현대인들은 재난이 점점 더 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며 망각한다. 만약 ‘내’가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역에 살고 있다면, 쓰나미가 몰고 간 후 물과 전기가 끊긴 마을에서 있다면, 갑자기 발전소의 사고로 전기가 끊긴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 너무 준비가 없는 느낌으로 긴 후회가 몰려올지 모른다. 최근에 재난 대비 가방이 다양하게 나오고, 재난 매뉴얼이 책으로 나오는 것은 재난의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박쥐의 감염 예방법


코로나의 최고 감염 시기가 지난 지 2년도 되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에게 새로운 감염병은 평균 4개월마다 나타난다고 한다. 수천 년 동안 전염병은 대부분 가축으로부터 감염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발생하는 감염병들은 야생동물과 거리가 좁아지면서 생겨난다. 코로나의 감염원으로 의심받는 박쥐는 수천 종의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박쥐는 병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포유류인 박쥐는 날아갈 때 동력 비행(팔이 변형된 날개가 유연하기에 일반 새들과 달리 위로 올라갈 때 날개를 뒤로 이동해 몸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비행)을 한다. 일반 새들과는 달리 엄청난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몸 온도가 올라간다. 이에 따라 면역 능력이 올라가고 감염 예방이 된다. 어떤 이들은 박쥐를 없애자고 하지만, 그렇다면 큰 식량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박쥐는 밤에 곤충을 잡을 뿐 아니라, 과실수가 열매 맺는 데도 도움을 준다. 박쥐를 없앤다는 것은 참새를 죽여 쌀을 증산하려던 마오쩌둥의 정책과 같은 엄청난 재난을 일으킬 것이다.


‘활동’은 오래된 면역 기능


박쥐의 유전자를 연구해서 항체 능력을 항상 시킬 수도 있지만 요원하다. 그렇다면 당장은 활동이라는 오래된 면역 기능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하루의 87퍼센트를 실내에서 보내고, 차에서 6퍼센트를 보낸다. 인구의 70퍼센트가 도시에 산다. 이 모습을 보면 인간은 도시라는 거대한 동물원에 산다고도 표현하는 게 큰 무리는 아니다. 기술의 발달은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기대 수명도 30년 가까이 늘렸다. 하지만 기술은 예방할 수 있는 많은 병에 걸릴 위험도 높였다. 치매, 심장병, 고혈압, 제2형 당뇨병, 비만, 자가면역질환, 골다공증은 다른 동물 종에게는 발병하지 않는다. 질병을 일으키는 3대 원인은 만성 스트레스,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설계된 몸인데도 종일 앉아 있으려는 경향, 수백만 년 동안 진행해 온 진화를 거스르는 식습관이다.

데이비드 B. 아구스 지음, 허성심 번역,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현암사, 2024. 10).

암 정복을 위한 동물 연구서


미국의 암 전문가인 저자가 쓴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현암사)는 ‘동물’을 통해 인류의 생존법을 이야기하며 건강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이다. 암은 대단히 “교활하게” 진화해 항암제를 써도 초기에 사라진 듯 보이지만 어느 사이에 생존 경로를 모색해 생환한다. 책은 암을 정복하기 위한 동물 연구서이자 진화생물학 책으로 읽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인들에게 오랜 진화가 준 건강법을 알려준다. 다양한 주제를 함께 묶은 책이라 조금은 복잡하게도 읽힐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풍부하다고 느껴진다.


침팬지의 악명 높은 식습관


다시 음식 이야기를 이어가 보면, 침팬지는 유인원 중에서 악명 높은(?) 식습관을 보인다. 먹기 위해 어린 침팬지들을 살해하는 행동은 영장류학자이자 채식주의자인 제인 구달을 당혹하게 했다. 그럼에도 인간보다 더 나은 면이 있다. 야생 침팬지들도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지만 인간처럼 비만이 되지 않는다. 인간의 비만은 요리 또는 가공 방법 때문이다. 우리는 더 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는 감각 회로를 교묘히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음식을 가공하고 있다. 과일을 껍질과 함께 먹는 대신에 갈아서 쉽게 먹으려 한다. 그런 경우 과식의 경고 등이 꺼지게 된다. 천천히 소화되도록 진화한 체질과 반대로 가기에 허릿살이 불어난다. 한편, 침팬지의 새끼 살해를 예방하기 위해 암컷들은 짧은 기간에 16명 내외의 수컷과 짝짓기한다. 친족 관계와 공동 육아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전서구는 2천킬로 떨어진 목표 지점에 도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것이 드론이다. 엄청난 기술 집약체인 미사일보다 훨씬 싸고 다루기 쉬운 기계인 드론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쟁 무기가 문명에 비례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아주 오래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현대 중국군은 전서구를 키우는 부대가 있다. 나그네 비둘기에서 발달시킨 전서구는 2000㎞ 넘게 목표 지점으로 날아갈 수 있다. 공간 변화를 잘 인식하는 능력, 지구 자기장 인식, 땅이나 강의 초저주파 인식 능력 등이 근거로 제시한다. 좀 엉뚱하게도, 저자는 본 것을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한다. 변화가 있다면 비둘기는 즉각 반응한다는 이야기다. 어리석게 보일지 모르지만, 인간의 직관이 더 곤란할 때가 있다.


비둘기는 반드시 바꾼다


사고 실험 게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틀린 사례로 ‘몬티 홀 딜레마’가 있다. 세 개의 문, 하나에만 자동차가 있고 두 문에는 염소가 있다. 처음 선택한 후에 사회자가 남은 두 문 중에서 염소가 있는 문을 열어준 후에 답을 바꿀 거냐고 묻는다. 사람들은 바꾸거나 바꾸지 않거나 거의 비슷한 비율로 나타나는 반면, 비둘기는 반드시 바꾼다. 사실 사회자가 문을 열어 준 후에는 남은 문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이 1/2로(원래는 1/3)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선택을 바꾸는 것이 유리해진다. 사회자는 답을 알고 오답을 미리 알려 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직관에 의존해(다시 말하면, 자동차가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는 생각에) 기존 선택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코끼리처럼 큰 동물일수록 암 발병률이 낮다


코끼리는 모계사회로 잘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에서 대가뭄이 일어났을 때, 살아남은 무리는 우두머리가 나이가 많았다. 코끼리는 머리가 영리하고 잘 기억할 뿐 만 아니라 70세 넘게 살아간다. 1993년 탄자니아 타랑기레 국립공원에서 35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들었을 때, 35세가 넘는 나이의 지도자들이 있던 집단은 그 공원을 떠나는 모험을 강행해서 자기 집단의 생존율을 높였다. 한편 코끼리는 큰 몸집을 갖고 있지만 암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사람은 키가 10㎝ 증가할 때마다 암 발병 위험이 10퍼센트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동물은 클수록 그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갖고 진화했기에 암 발병률이 낮은 편이다. 코끼리는 진짜 음식만을 먹기에 온갖 영양제나 보충제를 먹는 인간보다 훨씬 암에 걸리지 않는다. 저자는 영양제나 보충제는 효과가 없고, 오히려 과용하면 안 좋다고 강조한다.


반려견은 주인의 심리적 질환도 닮는다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개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 회색늑대에서 진화한 개는 한 수렵채집인이 가축화시켰다고 많이 알려졌지만, 개의 처지에서는 인간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려고 함께 살게 된 거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개와 인간은 더 가까워졌다. 개의 진화는 가축 몰기, 사냥하기, 던진 물건 물어오기, 안내하기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의도한 계획 교배의 영향을 받아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그래서 질병도 닮아간다. 심지어는 심리적인 질환도 반려견과 인간이 같이 겪는 때도 있다. 반련견의 개체수가 늘어간다. 개의 진화는 한 가지 큰 교훈을 남기고 있다. 상냥한 눈빛과 다정한 교감이 발달하면서 더 많이 번식하고 있는 셈이다. 점점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상대 입장을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인간 사회가 개에게서 배워야 할 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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