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브리아기에 지구에 생명체들이 대폭발 수준으로 번성한다. 왜 그럴까? 그레이엄 실즈는 다윈이 풀지 못한 숙제를 지질학적 접근으로 풀어낸다. 눈으로 덮인 지구, 내부에서 분출한 화산, 산소가 많아진 이유, 치열한 경쟁 등 생명체가 지구에서 탄생한 비밀을 읽어보자.
2025-3-13 박옥균 객원기자

박옥균 리더스가이드 대표
독자의 길라잡이라는 뜻의 리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과 ‘교육’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과학을 가르쳤고, PC 통신 ‘하이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2년부터 ‘리더스가이드’를 창립해 도서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도서 7만여 종에 대해 빅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관련 특허 두 건(‘도서 관리 시스템 및 도서 관리 방법’, ‘집단 지능을 이용한 상품 검증 방법’)을 등록했고, 데이터 교육과 관련한 자문과 최신 흐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전에 쓴 책으로는 『수학은 스토리다』(2023),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202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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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생명체가 급작스럽게 번성했을까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 초판을 쓸 때 화석 기록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삼엽충 이전에도 생명체는 있었을 테지만, 화석을 찾을 수 없었다. “왜 화석 퇴적물을 충분히 발견하지 못했는지 묻는다면,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을 수 없다.”라고 고백했다. 다윈 이후에도 이 문제는 학자들을 꽤 골치 아프게 했다. 왜 고생대의 시작인 캄브리아기에 생명체들이 대폭발 수준으로 크게 번성했냐 하는 문제였다. 단순히 화석이 되기에 적합한 껍질을 가진 생명체가 캄브리아기에 발생했다고 하기에는 먼저 어설펐다. 현대에는 해파리 같은 자포동물은 술잔 모양의 몸통을 두르고 바다에서 살았음을 알고 있다. 다만, 여전히 생명체가 서서히 진화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폭발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빙하가 지구 전체를 덮었다?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는 고생대의 첫 번째 ‘기’이다. 캄브리아기는 5억4200만년 전에 시작하여 4억8830만년 전에 끝난다. 캄브리아기의 시작은 고생대가 시작되는 시기이며 캄브리아기의 끝은 오르도비스기로 이어진다. 고생대 이전을 원생대라고 하는데 7억만년 전에 시작하는 시기에 크리오스진기가 있다. 화석 분석, 유전자 감식 등의 분석 기술이 발달한 현대 과학은 이 시기 이전에 생명체가 있었다고 추측한다. 그렇다면 크리오스진기에서 캄브리아기까지 2~3억년 동안 생명체가 눈에 띄는 진화를 보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하나의 가설이 존재한다. 눈덩이(Snowball) 지구 가설이다. 지구의 빙하가 산이나 극지방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덮었다는 가설이다.

눈덩이 지구는 왜 생명체 진화를 더디게 했나
이 가설의 검증을 하려면 생물학자가 아닌 지구과학자가 필요하다. 지질학자 그레이엄 실즈는 지질학의 관점에서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찾아왔다. 책 『얼음과 불의 탄생, 인류는 어떻게 극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는가』에서 저자는 먼저 스노우볼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사하라사막을 찾아간다. 빙하가 녹으면서 떨어진 큰 암석 조각이 당시 퇴적층에서 발견되는 드롭스톤(dropstone)을 모리타니 북부에 있는 산악 지역인 자빌리아트 지역에서 발견한다. 산악 지역뿐만 아니라 해안의 경계에서도 빙하가 줄 수 있는 흔적을 찾아낸다. 그렇게 형성된 눈덩이 지구는 왜 생명체가 수억 년 넘게 진화가 더디게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음의 피드백
빙하가 녹기 시작하였을 때는 선캄브리아기 때이다. 빙하를 녹일 열은 지구 내부에서 나왔다. 태양은 꾸준히 지구에 빛과 열을 보냈지만, 지구는 빙하기와 간빙기 등의 시기를 맞이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음의 피드백’을 이야기한다. 어느 상태가 과하게 진행되면, 그것을 상쇄하는 피드백이 작동해서 반대 방향으로 바뀐다는 뜻을 가진다. 그 사례는 와트의 증기기관에서 찾을 수 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수직 프레임 주변을 도는 무거운 공 두 개를 설치했다. 기관이 너무 빨리 회전하면 두 공은 원심력을 강하게 받아 위로 올라가면서 증기 밸브를 닫게 설치했다. 그러면 기계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이것이 음의 피드백이고, 복잡한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게 한다.
갑자기 산소가 늘어난 이유는?
선캄브리아기가 시작될 무렵에 지구 표면에 불을 제공하는 화산활동이 지구의 온실 담요를 두껍게 만들어서 눈덩이를 녹였다. 하지만 날씨만 따뜻해져서는 호흡을 통해 번식하는 동물의 증식에는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산소다. 대기에 처음 산소가 공급된 시기는 23억년 전으로 추측된다. 지구에 갑자기 산소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맨틀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25억년 전 산소급증사건(Great Oxidation Event GOE)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전의 화산 가스는 산소와 잘 결합하는 수소 등을 가지고 있어 대기 중의 산소를 없앴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23억년 전에는 산화되기 쉬운 화산 가스가 더 적게 배출되면서 대기 중의 산소를 모두 없애지 못하게 됐을 때 산소가 대기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 산소는 어디서 왔을까? 산소는 이미 30억년 전부터 지구에 출현했을 것으로 보이는 시아노박테리아와 남조류 같은 미생물이 광합성으로 산소를 발생하고 있었다.
왜 매우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가 되었을까?
해양에는 5억7000만 년 전부터 산소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해양에 산소가 늦게 공급된 이유는 이미 산화물이 해양에 충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바다는 유기 쇄설물로 가득해서 탁한 미생물 곤죽 같았다. 산화물들이 바다의 밑으로 가라앉거나 분해되면서 바다는 산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산소로 호흡하는 생명체가 바다에서 자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왜 몇 가지 종류가 번식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하게 되었을까? 오래도록 이어진 빙하기는 역설적으로 복잡한 생명체가 출현하는 기틀이 되었다. 캄브리아기에 산소가 더 풍부한 얕은 바다 환경에서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었다. 그 생명체는 여건이 좋아지면 바다 전체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생존할 수 있는 소수 영역에서 치열하게 충돌하고 경쟁했을 것이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극소수 동물만 통과할 수 있는 진화 병목 구간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 ‘자연 선택’의 치열한 과정이 일어났고, 수많은 종으로 분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질학으로 다윈이 풀지 못한 초기 생명체의 탄생을 보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풀지 못한 초기 생명체의 탄생을 지질학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구 생명체의 신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으니, 태양계로 시선을 넓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화성에서도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을까? 저자는 만약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그래도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해야 하는 중요한 우연의 일치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성의 ‘음의 피드백’ 등 다양한 우연성을 고려하지 않고, 영화 <마션>에 나오는 온실과 특수한 재배 조건에 희망을 품는 것이 너무 순진한 것은 아닐까.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 과정은 창조적 우연이 끊임없이 빚어내는 복잡하고도 질서정연한 발전의 결과라고 보여지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자연계의 불가사의한 내재적 힘과 능력이야말로 자연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것을 일컬어서 누군가는 신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도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절대정신이라고 부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