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북ㅣ여행은 공동체를 향해 간다
- hpiri2
-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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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여행문화 트렌드, 여행의 미래는 공동체를 향한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로 시작된 우리의 여행은 기후여행으로 바뀌고 있다. 관광객 증가로 여행지는 몸살을 앓고 여러 문제를 낳는다. 마침내 오버투어리즘을 막는 여행지가 늘고 있다. 덜 자주, 더 오래, 더 깊이 머무는 지속가능한 여행으로 다음에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공간을 넘겨 주자.
2025-4-10 박옥균 객원기자

박옥균 리더스가이드 대표
독자의 길라잡이라는 뜻의 리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과 ‘교육’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과학을 가르쳤고, PC 통신 ‘하이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2년부터 ‘리더스가이드’를 창립해 도서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도서 7만여 종에 대해 빅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관련 특허 두 건(‘도서 관리 시스템 및 도서 관리 방법’, ‘집단 지능을 이용한 상품 검증 방법’)을 등록했고, 데이터 교육과 관련한 자문과 최신 흐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전에 쓴 책으로는 『수학은 스토리다』(2023),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2022)가 있다.
블로그 리더스가이드 / 홈페이지 www.readersguide.co.kr / 서점 알지책방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와 국내의 문화 답사 붐
봄이다. 누구나 엉덩이가 들썩이고 길을 가다가 피어난 꽃을 보며 마음이 설레는 때다. 신윤복의 그림에 선비들이 나들이 가는 모습을 보면, 꽃구경은 꽤 오래된 여행의 이유인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언제일까?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1989년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조심스럽게 해외로 여행을 떠나가기 시작하는 그해에, 해외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국내 여행의 질을 높일 방법에 목이 마를 때이다. KTX도 인터넷도 없어, 불편한 교통과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마침 나온 책이 『유홍준의 문화유산답기』다. 외국 영화에서 보던 해외를 가지 못해도 부럽지 않을 만큼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다. 한적한 시골이었던 강진은 ‘남도 답사 1번지’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 되었다. 특히 정약용이 유배 생활을 하던 다산초당은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가는 곳이 되었다. 숨어 있던 우리 전통문화의 속살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에 없던 이런 유형의 답사 여행은 한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그저 보기만 하면 되었던 ‘관광’이 느끼는 ‘문화’로 질적으로 성장하였다.
여행 오지마!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본격적으로 여행의 시대가 되었다. 물론 ‘유한계급’(한가한 여유가 있는 계급)일수록 더 자주 더 길게 여행을 다녀오는 특성은 한 번도 변하지 않았지만, GDP가 커짐에 따라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라디오에 올라오는 청취자 게시판은 세계 곳곳의 여행지에서 여행의 기쁨을 자랑하는 글로 채워진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인들은 여행에 중독이라도 된 듯하다. 그렇기 때문인지 최근에는 여행객을 반기지 않는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관광지의 수용 한계를 초과하여 과도한 관광객이 몰려들어 발생하는 ‘오버투어리즘’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후지산의 입장료를 매년 더 비싸게 올리거나, 베네치아시에 들어갈 때 5유로의 입도세를 내거나, 사전 예약제로 인원을 제한하기도 한다. 언뜻 생각하면 관광객이 몰려들면 경제적인 이익을 지자체도 주민도 얻을 텐데 뭐가 문제일까? 관광객에 물총을 쏘는 사람들은 또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관광객이 많아져 생기는 문제, 오버투어리즘
물론 관광지는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수입이 늘어간다. 먹고살 만한 것이 부족해 산수유나무를 심었다는 구례 산수유마을 사람들의 마음처럼 관광은 수입이 된다. 해방 이후 지역 발전이 더뎌 옛날 일본인들의 가옥이 그대로 있는 군산과 목포의 입장에서는 관광객이 반가울 따름이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문제다. 에어비앤비에 가입한 주택이 늘면 늘수록 주민이 거주할 주택이 줄어들어 임대료가 올라가고, 가게들이 관광 상품을 주로 다루는 곳으로 바뀌면서 거주민들은 잠을 잘 공간도 먹을 물건을 사기도 힘들어진다. 결국 자기들 삶의 터전에서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대형 호텔이나 대형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부족한 지하수를 모두 빨아들여 마을 사람들이 떠난 일도 있다. 이외에도 소음, 사생활 보호 등 너무나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세계적인 관광도시들인 베네치아, 코펜하겐, 바르셀로나는 오버투어리즘에서 벗어나는 정책을 시행해 가고 있다.

화물선 탑승 여행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처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불편할 수 있다. 비행기나 크루즈 같은 이동수단에 붙은 ‘기후악당’을 이용하려면 더욱 불편하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비행기를 타는 해외여행을 중단해야 하는 것일까? 평화여행, 공정여행으로 잘 알려진 임영신 작가는 대안으로 ‘지속가능한’ 여행을 제시한다. 『기후여행자』에서 저자는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 문제를 야기하는 여행을 계속해도 괜찮은지 묻고, 책임 있는 여행 방식을 제안한다. ‘덜 자주 여행하고 한 지역에 더 오래 머물러 지구를 더 깊이 만나는’ 여행을 제안한다. 책에는 수많은 ‘지속가능한’ 여행들이 제시된다. 흥미로운 이동 수단 중에 ‘화물선 탑승’이 있다. 배와 식사를 제공받는데 100달러 정도면 된다. 배에 들어가는 기름은 똑같으니 탄소 발생의 걱정 없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바이웨이트래블, 리필마이보틀, 코펜페이
이외에도 야간열차와 비수기 여행을 장려하며 ‘비행기를 타지 않는 여행’ 상품을 제안하는 영국의 ‘바이웨이 트래블’, 플라스틱 물병 대신 텀블러에 물을 채울 수 있는 가게를 알려 주는 ‘리필마이보틀’ 등의 캠페인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코펜하겐의 생태도시 변환 정책은 인상적이다. 화폐 형식의 공공 서비스인 ‘코펜페이’를 만들어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수거할 때마다 스키, 카누 등의 무료 사용권을 제공한다. 관광객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그냥 카누를 탈 때보다 보람찬 환경보호와 더불어 ‘무료’로 카누를 탈 수 있으니 그럴 듯 하다. 이렇게 잘 구성된 도시가 아닌 곳에도 ‘기후여행’은 가능하다. 하지만 환경이나 기후를 생각하는 여행은 80%가 원하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은 20% 정도라고 한다. 극단적이지만 두 가지 유형에서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빙하가 녹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으로라도 보기 위해 알프스와 남극으로 달려가는 여행자, 자신이 간 그곳이 다음에 올 다음 사람에게도 똑같이 좋은 곳이기를 바라는 여행자. ‘눈 내린 길을 함부로 걷지 말라’는 말처럼 다음에 살아갈 사람에게도 따뜻한 공간을 넘겨 주면 어떨까.
기후여행 안내서를 들고 떠나는
여행은 번아웃, 인간관계에서 지친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기회이다. 여행의 질을 굳이 나누자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제일 낮은 단계는 남이 좋다는 곳을 따라가는 여행이다. 그런 곳은 사람은 많고 비싸고 빨리 움직이길 강요당하기 쉽다. 두 번째는 자기가 선택해서 가는 여행이다. 자신에 맞는 여행 유형을 찾아가는 형태이다. 그럼에도 ‘좋은 곳’이라는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마지막으로는 느끼고 오는 여행이다. 처음 낯선 곳을 여행하는 사람은 어느 곳을 가도 느끼고 올 수 있다. 조금 여행을 한 사람들은 조금 더 오래 머무르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마을의 버려진 빈집을 보수해 재건한 흙집, 마을 농부들이 생산한 로컬푸드, 지역의 여성, 장애인, 소수 부족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들에 참여하는 여행이다. 문화유산답사기를 들고 남도 답사를 떠났던 그때처럼, ‘기후여행’ 안내서를 들고 세계를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여행은 경쟁이 없는, 비교가 없는 공간에서 함께 어우러진 공동체 경험이 아닐까 싶다.
기후여행안내서를 들고 떠나는 여행은 신나기도하고 신선한 경험이기도 하겠네요^^
여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