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박옥균 객원기자
박옥균 리더스가이드 대표
독자의 길라잡이라는 뜻의 리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책을 만들고,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에서 ‘과학’과 ‘교육’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과학을 가르쳤고, PC 통신 ‘하이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2년부터 ‘리더스가이드’를 창립해 도서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공부하면서 도서 7만여 종에 대해 빅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빅데이터 관련 특허 두 건(‘도서 관리 시스템 및 도서 관리 방법’, ‘집단 지능을 이용한 상품 검증 방법’)을 등록했고, 데이터 교육과 관련한 자문과 최신 흐름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전에 쓴 책으로는 『수학은 스토리다』(2023),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202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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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더 가까이 자연을 오게 할 방법들
누군가 이야기한다. 기후변화가 심각하고 지구환경이 위험하다고. ‘그렇군’ 하고 끄덕인다. 하지만 일상은 별다를 일이 없이 지나간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도 힘들 뿐 아니라, 애써 해 왔던 환경 실천도 흐지부지되기 쉽다.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장면이다. 디지털 환경이 발달한 현대 도시인들에게 환경은 조금 낯선 것일까? 바닷물이 점점 차올라 섬이 가라앉고 있는 투발루의 주민에게는 환경은 운동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의 목적이다. 그들은 세계를 향해 기후위기를 막아달라고 부르짖고 있다. 그런데 사실 기후 환경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한다. 그런 면에서 도시인들에게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알리는 방법도 ‘생존’ 혹은 ‘생활’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자연을 일상에 가깝게 다가오게 하는 방법들이 필요하다.
산지 주민, 도보 여행자, 전문 서퍼, 구름 관찰자, 심해 잠수부 …
『리턴 투 네이처』는 자연 체험을 안내하는 좋은 안내서이다. 뉴욕에 사는 환경운동가가 바쁜 일상에서도 자연과 연결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인간과 깊게 연결된 자연의 중요성을 여러모로 고찰한다. 공원, 바다, 산, 숲, 눈, 사막, 강, 도시라는 여덟 가지 자연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이 환경들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실천으로 이끈다. 안내를 돕는 사람들은 히말라야 산지 주민, 도보 여행자, 전문 서퍼, 구름 관찰자, 심해 잠수부, 삼림욕 안내자 등이다. 그리고 자연과 함께할 때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자금을 댄 연구에 따르면, 녹지를 가까이 하고 사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 녹지 공원은 주변 온도를 조절하고 오염을 줄이며 소음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 진화론 관점에서 사람이 공원에 있으면 편안해지는 이유는 원시인이 진화해 온 장소가 초원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BC 6세기의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보면 고대인들이 탁 띈 공간을 선호했다는 기록도 있다. 바빌론 정원과 유사한 현대의 정원이 고대부터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매일 정원을 가꾸면 치매 확률이 36% 낮아진다
공원은 사람을 걷게 한다. 어떤 의사들은 약을 처방하듯 걷기를 처방한다. 그만큼 정신 혹은 육체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 맑은 날이 아닌 흐린 날이면 구름을 관찰할 수 있다. 또 새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볼 수 있다. 근처에 공원이 없다면 자기 집에 작은 공원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호주의 한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인 사람들이 매일 정원을 가꾸면 치매 확률이 36% 낮아진다.
바다 공기가 우울한 감정을 개선한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여자와 노인은 바다의 경관을 보며 경외심과 평온함을 더 느낀다고 한다. 바다 공기에 유익한 것이 많다. 물 분자가 서로 부딪치고 회전해 공기 중에 음이온을 형성하는 데 이것이 우울한 감정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잠수는 엄마의 뱃속으로 돌아간 듯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은 잠수가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철학자들은 걷기를 좋아한다. 산에 올라가기 시작할 때 현실적인 고민거리들을 생각하지만, 멀리 가면 갈수록 머리가 텅 비기 시작한다. 때로 그럴듯한 문장이 스쳐 지나가고, 예리한 통찰이 예상치 않게 떠오르기도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신의 뛰어난 아이디어 중 몇 가지는 등산 덕분이라고 했다.
토양 속 세균이 기분을 조절해 준다
숲에서는 병원균에 대항할 수 있는 자연살해세포(NK cell)가 생성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3일간의 산림욕 동안 50% 이상 자연살해세포가 증가했다. 심지어는 30일이 지난 후에도 그 수치가 평균 기준치보다 높게 나온다. 과학자들은 토양에 있는 ‘미코박테리움 박케(Mycobacterium vaccae)’라는 세균이 뇌의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키고 기분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나무를 보고, 흙과 닿기만 해도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다.
자주 눈에 띄는 나무 한 그루를 골라라
사람들은 자연을 국립공원, 외딴 바닷가, 산꼭대기처럼 멀고 인적 없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야생을 자연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자연을 ‘소량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와 친해지기’, ‘창문 열고 주변 색깔 확인하기’ 등 바쁜 일상에서도 자연을 통해 치유 받을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자주 눈에 띄고 계속 찾아가기 쉬운 나무 한 그루를 고른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잠시 멈춰 서서 가지가 꺾인 곳은 없는지, 나뭇잎 색이 변하지는 않았는지 달라진 점들을 적극적으로 살핀다. 그러곤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공기의 향과 질감에 집중하고, 나무의 크고 작은 패턴을 따라가 본다. 그렇게 초록으로 물든 감각을 지닌 채 일상으로 돌아온다.
자연은 현대 도시의 삶이 주는 거의 모든 문제에 위안
자연을 찾는 일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종일 앉아서 하는 업무, 혹독한 스트레스같이 현대 도시의 삶이 주는 거의 모든 문제에 위안이 될 수 있다. 자연과의 접점을 잃으면서 우리는 자신을 잃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에 많은 상처를 입혔다. 저자가 환경운동을 하게 된 이유는, 어느 날 ‘나는 불편한 진실을 보았으니, 환경운동가가 되어야겠어’라고 한 게 아니다. ‘나는 인간이고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을 보호할 것이다’라고 느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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