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0 권춘오 객원기자
권춘오 (주)네오넷코리아 대표
(주)네오넷코리아는 정부중앙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공립 공공도서관, 국책 연구소 등에 지식 데이터 베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권춘오 대표는 동국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코리아 편집국장을 역임했고, 「동아비즈니스리뷰」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옮긴 책으로 『기회의 심리학』, 『세계사를 바꾼 49가지 실수』,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실험경제학』, 『세스 고딘 보고서』 등이 있다.
홈페이지 북집 www.bookzip.co.kr
위기의 시대, 어디서부터 희망을 찾을 것인가
환경 위기는 어느덧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위협하는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 극단적인 기후변화와 급격한 생태계 파괴, 대규모 자연재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구동토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녹아서 사라지고 있는 현실만 보더라도, 이 거대한 위기 앞에서 우리는 종종 무력감을 느낀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우리의 생각을 마비시키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 리치(Hannah Ritchie)의 『Not the End of the World(아직은 세상의 끝이 아니다)』는 이러한 두려움과 비관론에 맞서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명쾌한 희망을 던지고 있다.
리치는 말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책은 우리가 이미 환경 문제에서 이뤄 낸 진전을 데이터로 보여 주며, 실질적인 해결책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한나 리치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또 다른 한 명이 오버랩된다. 바로 제인 구달이다. 한나 리치의 희망에 환경 보호 활동에 평생을 바쳤으며, 자연 보존과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앞장서 온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제언이 합쳐지면, 보다 완벽한 희망의 길이 보인다. 제인 구달의 메시지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임을 일깨운다.
이 두 사람의 메시지는 단순한 희망을 넘어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천적 에너지를 전한다. 절망에 빠지지 않고,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 리치의 실증적 접근, 데이터는 희망을 말한다
먼저 한나 리치가 무엇을 말하기에 희망이 있다고 하는지 들어보자.
한나 리치는 환경 문제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을 넘어,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이미 이뤄 낸 성과를 보여준다. 그녀는 막연한 공포를 불식시키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낙관적으로 설명한다.
한 사례가 “숲은 다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리치는 숲이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지역에서 산림이 회복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20세기부터 삼림 재생 프로젝트를 시행해 숲을 다시 늘리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사막화를 막기 위한 대규모 나무 심기 운동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산림 손실은 둔화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역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재조림은 더 이상 추상적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Forest loss is slowing down, and in some regions, the trend has reversed. Reforestation is no longer an abstract dream—it’s happening).”
이러한 데이터는 우리가 정책적 노력과 공동체의 협력을 통해 자연을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준다. 산림 회복은 단지 나무를 심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를 되살리고,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해 기후 변화 완화에도 기여한다.
또 하나의 사례는 ‘탄소 배출 감소의 가능성’이다. 탄소 배출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청정 기술의 발전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범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끼쳤던 중국 또한 각종 환경 정책을 도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개발, 전기자동차 우선 정책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실행 가능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경쟁력이 있습니다(Renewable energy is not only viable—it’s economically competitive).”
리치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변화는 정부와 기업의 정책뿐 아니라 개인의 선택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이 바로 제인 구달의 제언이다.
인간과 자연의 연결 회복: 제인 구달의 통찰
제인 구달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이 맺고 있는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평생에 걸친 연구와 경험은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지역사회의 힘’이다. 구달은 환경 보호의 출발점이 지역사회라고 말한다. 그녀가 진행한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의 산림 보호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성공을 거두었다. 주민들은 나무를 심고 숲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제적 자립을 이루었으며, 이러한 노력이 지속가능성을 보장했다.
“지역사회가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면, 그들은 보존의 가장 강력한 동반자가 됩니다(When we help local communities understand that protecting nature is in their interest, they become the strongest allies for conservation).”
구달의 메시지는 환경 보호가 단순히 정부와 대규모 프로젝트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구달은 개인의 선택이 만드는 변화를 이야기한다. 즉, 개인의 행동 변화가 환경 보호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것.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실천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각자가 모두 중요합니다. 각자 맡은 역할이 있으며, 각자의 행동은 변화를 만듭니다(Each of us matters. Each of us has a role to play. And each of us makes a difference).”
구달의 메시지는 개인의 실천이 거대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강조하는 데, 작은 행동이라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환경 위기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희망도 없다!
한나 리치와 제인 구달의 메시지를 종합하면 분명한 결론에 이른다.
“우리는 여전히 이 위기를 돌이킬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기다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첫 번째 행동은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지속 가능한 정책과 기술을 도입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정책과 비즈니스의 소비자들이 가하는 압박은 자본의 논리 관점에서도 충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두 번째 행동은 ‘각자 행동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소비 줄이기, 에너지 절약, 환경 교육 참여 등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결국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마지막 행동은 ‘희망을 믿는 것’이다. 한나 리치가 보여 주는 데이터와 자연의 회복력, 제안 구달이 제안하는 참여의 힘을 믿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행동을 이어가야 한다.
희망은 지금 우리 손에 있다
환경 위기의 시대에 한나 리치와 제인 구달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분명 ‘근거가 있는 희망’이다.
수많은 국제 환경 협약과 청정 에너지 기술의 개발 및 적용, 국내외 환경 정책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이러한 움직임들이 진정성이 없다고 느낀다. 그도 그러한 것이 환경은 더욱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서는 곤란하다. 한나 리치의 데이터는 우리가 이미 많은 변화를 이루었음을 증명하고 있고, 자연은 여전히 회복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행동이다.
“미래는 우리가 오늘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The future depends on what we do today).”
절망과 패배감 대신 이제 희망을 선택하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아가자! 우리의 행동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 바로 지금이 행동할 때다.
한나 리치(Hannah Ritchie)
영국 출신의 데이터 과학자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Our World in Data의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희망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그녀의 핵심 접근법이다. 특히 기후 변화, 에너지 전환, 식량 안보 등 주요 환경 이슈를 객관적 데이터로 풀어내며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제인 구달(Jane Goodall)
1934년 영국에서 태어난 제인 구달은 어린 시절부터 동물과 자연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1960년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에서 시작된 침팬지 연구는 그녀를 세계적인 동물학자로 만들었으며,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의 행동과 문화를 최초로 밝혀 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정식 학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연구 업적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특이한 사례로도 유명하다.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Jane Goodall Institute)’를 설립해 자연 보호 활동과 교육에 힘쓰고 있다. 평생을 자연과 함께한 그녀는 현재도 전 세계를 다니며 환경과 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Jane Goodall Institute : janegoodal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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