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 권춘오 객원기자
권춘오 (주)네오넷코리아 대표
(주)네오넷코리아는 정부중앙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공립 공공도서관, 국책 연구소 등에 지식 데이터 베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권춘오 대표는 동국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코리아 편집국장을 역임했고, 「동아비즈니스리뷰」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옮긴 책으로 『기회의 심리학』, 『세계사를 바꾼 49가지 실수』,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실험경제학』, 『세스 고딘 보고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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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인간 사회의 위기
‘Fire Weather: On the Front Lines of a Burning World’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재앙적 현상 중 하나인 산불의 증가와 그 사회적 영향을 심도 있게 다룬다. 저자 존 바일런트(John Vaillant)는 책을 통해 현대의 산불이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 활동의 산물이며,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다. 그는 캐나다의 역사적인 포트 맥머리(Fort McMurray) 산불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와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며, 이 현상이 환경과 경제, 그리고 우리의 심리적 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다.
최악의 산불, 포트 맥머리 산불
포트 맥머리 산불은 2016년 캐나다 알버타 주의 포트 맥머리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현대 캐나다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이 산불은 약 6000평방킬로미터의 숲을 태우며, 도시 전체를 위협해 8만8000명 이상의 주민들이 대피해야 했다.
산불은 건조한 기후와 강풍, 그리고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결합되어 급격히 확산되었으며, 도시의 상당 부분을 소실시키고 90억 캐나다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이 자연의 균형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 주는 사례로 꼽힌다.
포트 맥머리 산불은 화석연료 산업의 중심지인 알버타 오일샌드 지역에 위치한 도시에서 발생한 만큼, 화석연료 사용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논의에서도 중요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산불의 증가: 기후변화의 명백한 징후
“산불은 더 이상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Wildfires are no longer natural. They are the result of our choices.")
저자는 ‘2016년 포트 맥머리 산불은 단순한 재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구 온난화가 자연의 법칙을 어떻게 새롭게 썼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라고 선언하고, 산업화 이후 인간 활동이 어떻게 산불의 빈도와 강도를 증폭시켰는지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요인은 ‘화석연료 사용 증가’다. 산업화 이후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를 대기에 축적시켰다. 이는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산불 발생의 핵심 조건인 고온과 건조한 환경을 조성했다.
존 바일런트는 “지구 온난화는 산불이 더 쉽게 발생하고, 더 오래 지속되도록 만든다.”라고 강조한다.
두 번째 요인은 ‘산림 관리의 실패’다. 20세기 동안의 산림 관리 정책은 주로 산불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자연적인 산불 주기를 방해하여, 숲속에 타지 않은 나무와 낙엽, 가지 등 연료가 축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연료 축적은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였다.
즉, 산불을 완전히 억제하려다, 훨씬 더 통제 불가능한 산불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요인은 ‘도시화와 삼림 벌채’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대규모 삼림 벌채가 진행되며, 산림의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이는 숲의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산림의 회복력을 약화시켰다. 동시에 인간 정착지가 숲과 가까워지면서, 산불이 발생할 경우 인명과 재산 피해가 급증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바일런트는 특히 알버타의 오일샌드 지역이 이러한 문제의 중심지였음을 강조한다.
네 번째 요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 현상’이다. 산업화 이후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은 폭염, 가뭄, 강풍과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을 더욱 빈번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산불 발생의 직접적인 촉매제 역할을 한다. 그 비극적 결과가 바로 2016년 포트 맥머리 산불이다. 기록적인 고온과 건조한 바람이 결합되어 산불이 대규모로 확산되었던 것이다.
다섯 번째 요인은 ‘산업화된 경제와 에너지 생산’이다. 알버타의 오일샌드와 같은 화석연료 채굴 지역은 산불 발생의 위험성을 높이는 주요 지역이다. 바일런트는 이러한 지역이 자연환경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산불을 초래하는 환경적 조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즉, 기후변화를 가장 많이 유발한 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지역을 만들어낸 것이다.
경제적 손실과 심리적 영향
산불은 단순히 자연 생태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 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심리적 영향은 더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포트 맥머리 산불로 인해 약 90억 캐나다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는 보험 기록상 가장 큰 손실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또한 물리적 피해를 넘어, 산불이 남긴 심리적 상처는 더 깊고 오래 지속된다. 생존자의 죄책감과 환경적 PTSD는 산불이 인간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산불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삶의 기반을 잃은 충격으로 고통받으며, 이러한 트라우마는 사회 전체에 전이된다.
불평등과 산불의 연관성
바일런트는 산불이 단순히 환경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포트 맥머리 산불은 캐나다의 오일샌드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이곳은 화석연료 산업의 중심지다. 저자는 이러한 산업에 의존하는 지역 사회가 산불과 같은 재난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산업들이 가장 파괴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조건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경고
이 책은 단순히 과거와 현재의 산불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바일런트는 기후변화가 앞으로 가져올 더 심각한 재난을 경고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제안한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첫째, 화석 연료 의존을 줄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둘째, 산림 관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산불의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정책 입안자들이 기후위기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다루도록 압박하는 시민 행동을 해야 한다.
“우리는 오늘의 행동이 내일의 세상이 생존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We stand at a crossroads where action today determines the survivability of tomorrow's world).”
이 책은 산불 문제를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본질을 파헤치며,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개인적 차원의 실천뿐만 아니라, 정책적 변화와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 또한 함께 역설한다.
기후와 산불, 인간 사회의 연관을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존 바일런트는 …
미국 태생으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다. 『뉴요커(The New Yorker)』,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애틀랜틱(The Atlantic)』 등 세계적인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The Golden Spruce: A True Story of Myth, Madness, and Greed』(2005), 『The Tiger: A True Story of Vengeance and Survival』(2010)가 있으며, 모든 저술서이 인간과 자연의 복잡한 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하며, 환경 문제와 생태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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