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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 | 모든 쓰레기는 바다로 모인다

 

2024-08-23

제19회청년생태학교에서 강의중인 기후생명정책연구원 장정구 박사
제19회 청년생태학교에서 강의 중인 장정구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

인천 앞바다의 경고


인천 앞바다는 현재 심각한 해양 쓰레기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해양 쓰레기는 어업 활동으로 인한 쓰레기, 해외에서 흘러들어오는 쓰레기,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나눌 수 있다. 어민들이 사용하는 1회용 꽃게잡이 그물과 같은 어구가 바다에 버려지거나 유실되면서 바다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쓰레기는 해양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며, 그물에 걸린 동물들을 질식시키거나 상처를 입히는 등 심각한 피해를 주는 원인이 되고 있다.

유령 어업은 유실되거나 버려진 어구가 바다에서 그대로 어획 활동을 지속하는 현상으로, 해양 생물들이 이 버려진 그물에 걸려 죽거나 고통받는다. 폐그물에 갇힌 물고기, 바다거북, 해양 포유류 등은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어 서서히 질식하거나 굶주림으로 죽는다. 이러한 유령 어업으로 인해 연평도, 백령도 등에서 많은 해양 동물들이 폐그물에 갇혀 고통을 받고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인천 연안에서 발견되는 중국산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포장재들은 해외로부터 유입된 쓰레기다. 인천 앞바다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해변에 방치된 쓰레기들이 비와 함께 하천을 타고 바다로 이동하는 것이다.

장정구 박사의 강의를 듣고 있는 제19회 청년생태학교 참가 학생들
장정구 박사의 강의를 듣고 있는 제19회 청년생태학교 참가 학생들

한강(漢江), 임진강(臨津江), 예성강(禮成江) 등 주요 강들은 인천 앞바다로 흘러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육상 쓰레기들이 황해로 유입된다. 인천광역시는 한강 하구를 통해 매년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으며, 특히 비닐 쓰레기와 같은 고형 쓰레기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쓰레기들은 대부분 최소 10년 이상된 것들로, 장마철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바다로 이동해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어민이 수확한 새우 속에서 플라스틱 비닐등 해양 쓰레기를 골라내고 있다
어민이 수확한 새우 속에서 플라스틱 비닐 등 해양 쓰레기를 골라내고 있다

한강 하구에 위치한 난지물재생센터, 서남물재생센터, 일산수질복원센터, 김포레코파크 등에서 처리되는 하수는 약 1300만 명에 달하는 서울, 김포, 고양, 부천, 부평, 계양 주민들의 생활 하수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방류수는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10 이하, 총유기탄소량(TOC) 25 이하 등으로 관리되지만, 바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양 쓰레기의 위험, 미세플라스틱과 생물 농축

해양 쓰레기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해양 쓰레기의 성분별 분포는 플라스틱이 83.21%로 가장 많고, 유리(4.68%), 목재(3.48%), 종이(1.59%), 고무(0.63%)가 뒤를 잇고 있다. 쓰레기 종류로는 담배꽁초(16.0%), 비닐봉지(14.1%), 플라스틱병(11.9%), 식품용기 및 커트러리(9.1%), 비닐포장지(9.4%) 등이 있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쓰레기도 있다. 인천녹색연합의 2021년 조사에서는 수도권순환고속도로 계양IC 인근 10m 구간에서 354개의 담배꽁초가 발견되었고, 목수천 우수관 하천 유입부에서도 338개의 담배꽁초가 확인되었다. 이처럼 관리되지 않은 지역에 쌓인 쓰레기들도 결국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플라스틱해양쓰레기는 8년만에 24배 급증했다.  자료 해양수산부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는 8년만에 24배 급증했다. 자료 해양수산부

특히 해양 쓰레기에는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생물 농축의 위험을 초래한다.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생물의 몸속에 축적되면서,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포식자에게 전달되고 결국 인간에게까지 도달한다. 한강 하구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심각하다. 한국연안환경생태연구소의 2021년 12월 조사에 따르면, 한강 하구의 해수에는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으며, 이는 저서생태계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생물 농축 과정을 통해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농도가 증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최종적으로 인간에게 큰 위험을 미칠 수 있다. 이 문제는 인천 앞바다뿐만 아니라 황해 전역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양 선박 사고의 10%는 해양 쓰레기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해양 쓰레기가 선박의 항로를 방해하거나, 프로펠러에 얽히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업 생산성도 저하된다. 어민들은 쓰레기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조업 시간이 줄어들고 수익이 감소된다. 관광자원의 질도 떨어진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변이 쓰레기로 뒤덮이게 되면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고, 이는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행동하는 시민들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


어구쓰레기 관리 법제화를 요구하는  '수산업법전부개정법률안 통과촉구를 위한 시민모임'의 모습
어구 쓰레기 관리 법제화를 요구하는 '수산업법전부개정법률안 통과 촉구를 위한 시민모임'

인천 시민들은 플로깅, 줍깅 등의 활동을 한다. 심곡천, 굴포천, 장수천 등 인천의 주요 하천과 마시안해변, 무의도, 영종진해변, 송도, 장봉도 등지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며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만으로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더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문제의 복합성과 방대한 규모에 있다. 쓰레기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발생원을 관리하고 수거, 집하, 운반, 최종 처리까지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제적인 협력도 필수적이다. 2024년 11월에 예정된 플라스틱국제협약 체결은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황해의 경고,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바다는 물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다는 우리가 버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만, 결국 그 영향은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의미다. 인천 앞바다와 황해는 쓰레기의 최종 도착지일 뿐만 아니라, 그 오염된 물이 다시 인간의 삶으로 되돌아오는 경로다. 해양 쓰레기가 인천과 황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해양 동물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인간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천 앞바다와 황해는 더 이상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자연 유산이 될 수 없다. 모든 쓰레기는 결국 바다로 모인다는 이 경고는,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일깨워 주고 있다. 바다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며, 더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적인 책임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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