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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준 |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ㅣ기후 프리즘을 만들 때

 

황희정 기자 2024-06-18



최복준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서 정책실장을 맡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1988년 전국병원노동조합연맹에서 시작되어 1889년 2월 27일 한국에서 최초로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 조직을 전환하며 탄생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별 노조이자, 보건의료계에서 일하는 100만 보건의료노동자를 대표하는 가장 큰 전국 단일 산업별 노조다. 보건의료노조의 구호는 ‘돈보다 생명을!’이다. 조합원 수는 2023년 기준 8만5517명이다.

 

코로나와 자연재해는 기후 위기의 결과


보건의료노조는 2020년 코로나 대응을 열심히 하면서 많이 알려졌다. 코로나 전에도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 등의 여러 싸움들을 하면서 계속적으로 의료 쪽 관련 고민들을 해 왔다. 그동안은 주로 의료 문제,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 등을 기본으로 생각해 왔는데, 요즘은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 어떤 연관이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전에도 사스, 메르스 같은 전염병은 있었지만 그것들을 실질적으로 기후 위기와 연관시켜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 같은 경우에는 바이러스의 탄생과 사회경제적 측면 등에 있어 기후 위기와 연결시켜 볼 수 있는 함의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대형 산불들은 당연히 기후 위기와 관련이 있다. 물 문제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폭우로 인한 강남 지역 침수 등도 기후 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러한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이 났을 때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하는 것이 우리 같은 기관들이다.


기후 위기는 의료산업의 위기이도 하다


일본은 지진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는데, 거기서 중요한 게 위기 상황에서 병원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일본에 지진이 났을 때 병원에서 가장 문제였던 것이 물이다. 산모가 아이를 씻기는 물,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물은 굉장히 깨끗해야 하는데, 그 물이이 관리가 잘 안된 상황이 발생한 거다. 이렇게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은 우리에게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탄소 배출 부분에서도 보건의료 쪽에 어려움이 있다. 일단 다양한 의료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항상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의약품 등을 일회용으로 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수가(의료비) 차원에서 보건복지부도 일회용품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다. 재사용으로 돌아가면 우선 감염의 문제가 가장 크고, 거기에 투입되는 노동자 문제도 있다. 재사용하려면 노동력이 투입이 되어야 하는데 세척에 쓰이는 약품이 매우 독하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례 하나하나를 판단하는 게 결국에 굉장히 중요한데, 큰 테두리에서만 기후 위기가 심각하니 조정하라고 압박이 내려오면 오히려 저항이 일어나기 쉽다. 이건 보건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가 마찬가지일 거다. 대표적으로 발전노동자 같은 경우 자기네 생계가 걸려 있는데 '여기서 어떻게 하란 말이냐'은 당연히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는 기후 위기 이슈는 갈등만 초래한다


일반적으로 기후 위기 이슈를 이야기할 때 양방향으로 이야기되지 않는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면 동시에 노동자의 안전의 문제, 생계의 문제, 일하는 형태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같이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게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과 같이 직접적인 변화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경우에 본의 아니게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양측의 갈등만 더 일어나고 기후 중심으로의 전환이 더디게 된다. 또 결국은 갈등의 문제로 간다. 갈등을 해결하기 좋은 방법은 기술과 돈이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 해결의 방향은 어디로 흘러가겠는가? 고성장의 문제나 사회 구조의 문제, 노동의 문제 등은 건들이지 않고 친환경 기술 개발만을 위한 시장의 형성으로 빠져서, 지금 현대사회의 자본주의적 질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손쉬운 방법일 수 있다. 어쨌든 일자리는 보존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기후 위기도 이 원리에 따라서 움직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 원리에서 우리가 벗어나려면 단지 정치적으로만 기후 문제를 설파하고 떠들고 싸우는 것만 해서는 안 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자본주의적으로 생활해 온 지금까지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 오랜 노력과 굉장히 넓은 노력이 필요하다.


중간 단계에서 움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발 적용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높은 단계(정치)의 싸움뿐만 아니라 중간 단계(산업)에서 실제적인 변화들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높은 단계 혹은 너무 낮은 단계(개인)에서 나눈 담론만 있었다. 중간 단계의 이야기가 없었다. 중간 단계라는 건 각 산업 분야를 말한다. 의료, 제조, 서비스 등의 중간 단계의 산업 분야들이 어떻게 기후 위기 담론에 끼어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의료 쓰레기와 관련한 쓰레기 문제, 탄소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 각각의 일회용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처리되는 데 탄소를 얼만큼 배출하는지 표기해 각 의료원들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 탄소 배출량 표시 제도가 없다. 요즘 음식 같은 경우에도 성분 함량을 표기해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주는데 이거는 왜 못하느냐는 거다. 또 우리나라의 의료 이용 형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공공의료기관에 환자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환자교육은 멀고 큰 병원에 가지 않고도 재활치료, 건강 관리 등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단 병원에 가서 기다린다. 사람들이 병원으로 이동하는 이동량과 수가 많다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그만큼 많이 사용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변화들이 필요한데, 대중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방식보다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대중이 자발적으로 또 다른 선택지들 선택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후 위기의 해결 방법; 산별 노조 제도화


요즘 유럽 사회에서는 노조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열심히 부르짖고 있다. 그런 것들이 가능하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왜 저 사회에서는 저런 얘기가 적극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고 다른 사회에서는 그러지 못하는가 등이 나의 고민이다. 외국에서 굴리고 있는 제도와 산업 구조 등이 한국과는 다른 상황이다. 그러면 한국에 맞는 방식을 무엇이 끌어낼 수 있을까가 내 관심사다. 우선은 '산별 노조 제도화'가 필요하다. 산업별 노조의 교섭을 제도화한다는 것은 산업별로 쪼개져 있는 공통 부분을 뽑아 올려서 이걸 가지고 사용자 전체와 교섭을 붙인다는 의미다. 우리가 산별 교섭의 요구안으로 탄소 배출에 대한 제도를 만들라고 요구안을 가져가면 사용자들은 검토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가 의료 이용 행태를 산업 단위에서 바꾸면 이용자들은 따라올 것이다.


이제 우리의 눈에 기후 프리즘을 끼울 차례


기후 문제에 대한 의식을 더 확대시키는 방법은 기후 프리즘(빛을 분산시키는 투영체)으로 모든 걸 바라보는 데 있다. 지금 이런 기후 위기 상황에 기후 프리즘이 없다. 공공의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부터 생활양식까지 다 기후 프리즘의 빛으로 비춰 봐야 한다. 개인적 단계, 정치적 단계 말고 산업별 단계에서도 기후 위기 측면에서 빛을 퍼트려 보면 거기서 해결 방법들이 나오고 논의가 들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게 앞으로의 민주주의 체계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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