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9-27
기획 |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 돌봄(Climate Care)’공동체를 찾아가다
<편집자주>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 돌봄(Climate Care)’이 새로운 대응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돌봄은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대상으로 한 돌봄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환경에 적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한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재난과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모색한다.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기후 돌봄은 위기 상황에서 서로를 돌보며 회복력을 키우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지역 사회가 중심이 되어 에너지 자립, 친환경 농업, 자원 순환 등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을 도입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동체는 기후 재난 시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재난 대응력과 적응력을 높인다. 성북기후행동,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노을공원시민모임 등 다양한 기후 돌봄 공동체가 이미 이러한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지역 주민들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학습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며,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함께 요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회복을 촉진한다.
최영선은 노을공원시민모임의 대표다. 사회학을 전공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일했다. 한겨레 신문 창간 때 입사해 19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교육사업단장, 문화사업국장, 경영기획실장을 거쳤다. 신문사를 나와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재단의 설립 멤버로 참여했다. 한국에너지재단에서 기획본부장, 사업본부장, 사무총장까지 15년을 일했다. 식물보호기사, 식물분류기사, 나무의사 자격증이 있다.
기자에서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까지
학생운동을 했다. 졸업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졸업 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일년 반 정도 있었다. 사회문제, 노동선교 등을 지원했다. 사회운동의 이론적 배경을 만들기 위해 정세 분석등의 연구를 했다. 이 경력이 인정되어 한겨레 신문사에 경력기자로 입사했다. 정치부로 시작해 과학부에서 한반도 지질 지형의 역사를 연재했다. 국내 지질학자들과 함께했다. 이후 『자연사 기행 』이라는 책으로 나왔는데 지질학과 교양교재로 쓰였다. 신문사를 나온 후 한국에너지재단의 설립에 참여했다. 한국에너지재단은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에너지 복지의 지속적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취약계층이 사는 집 벽의 단열 성능을 높이고 창으로 열이 새어 나가지 않게 기밀(氣密) 기능을 보강해, 적은 에너지로 추위에 대응할 수 있게 지원했다. 정부 예산을 받아 15년 동안 약 5천 억 정도를 지원했다. 방법론이 어려워 공무원이 하기에는 어려웠다. 가구를 방문해 주택을 진단하고 견적 내고 공사를 해 줘야 하는데, 표준화가 어려웠다. 중요한 자재는 중앙에서 공급하고 나머지 자재들은 전국의 집수리 자활사업단이나 사회적 기업들이 구매해서 했다. 집수리 업체들의 실력 차도 커서 업체 교육도 해야 했다. 지금은 집수리 기술이 많이 표준화됐다.
나무의사가 되다
한겨레 신문 교육사업단 단장 시절인 2001년에 나무 공부를 개인적으로 시작했다.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2001년 나무 강좌가 개설되었을 때 '나무의사 큰손 할아버지'로 알려져 있는 우종영 선생과 함께 다니면서 배웠다. 2009년에 산림청에서 발급하는 숲해설가 자격증을 땄다. 숲해설가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나무를 공부했다. 우리나라 산지의 식물 생태계를 조사하는 식생조사전문가 교육을 받았다. 2년에 걸쳐 박사들과 산에 가서 520시간을 보냈다. 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를 갔다. 3년을 다니며 나무 관련 자격증을 몇 개 더 땄다. 식물보호기사, 식물분류기사, 나무의사 자격증이 있다. 나무를 공부하며 노을공원시민모임을 알게 됐다. 지금은 나무의사라는 자격으로 아파트와 학교 수목의 병해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난지도, 아름다운 모래톱섬에서 쓰레기섬으로
노을공원시민모임은 노을공원뿐만 아니라 하늘공원까지 아울러서 활동한다. 하늘공원은 처음부터 시민 공원이었고 노을공원은 나인홀 골프장이었다. 난지도는 쓰레기 매립지다. 1978년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해서 1993년에 중지됐다. 1993년 인천에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확보되면서 멈췄다. 난지도는 굉장히 아름다운 섬이었다. 홍제천이 내려오는 물과 한강 하구가 마주치면서 그 사이에 만들어진 해발 7m의 모래톱 섬이었다. 서울에서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를 15년간 모은 결과 88만 평의 땅에 쓰레기가 98m까지 쌓였다. 분리 수거도 안 된 쓰레기를 쌓고 흙을 덮었다. 그것을 반복해 왔다. 매립을 중지하고 10년 넘게 안정공사를 했다. 1993년 이후 3년 정도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때문에 수시로 곳곳에 불이 났다. 귀화식물의 역사도 난지도가 최고다. 온갖 생활 쓰레기에 담겨 따라온 외국의 씨앗들이 발아했다.
4만6천명이 노을공원에 나무를 심다
10만평의 노을공원에 골프장이 들어섰다. 하루 최대 이용객이 320명이다. 4인 1조로 하루에 80팀 돌아가면 끝이다. 320명을 위해 10만 평을 통째로 내놓는 게 말이 되냐며 환경단체들이 싸웠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돌려받았다. 돌려받기 위한 싸움을 해 왔던 환경운동단체들이 오랜 고민 끝에 2011년, '노을공원시민모임'을 만들었다. 노을공원을 되찾기 위해 싸웠던 단체임을 기억하기 위해 '노을공원시민모임'으로 이름을 정했다. 시민들의 숲으로 만들자는 목표로 2023년까지 13년 동안 15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이 4만6000명에 달한다.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에서 식물 수종을 다 볼 수 있어
나무 심기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많다. 기업들의 후원금이 기본 운영 경비다. 정부 예산 지원은 하나도 받지 않는다. 회비를 내는 후원회원도 있지만 그 수를 늘리지 않는다. 한 달에 1만 원 내는 것보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나무심기 봉사활동에 오시기를 권한다. 노을공원시민모임은 '나무 자람터'라고 부르는 양묘장을 1500평 정도 확보해 씨앗부터 심어 나무를 기르고 있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자생하는 우리 나무를 약 150종 정도 심었다.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에는 식물원에 가야 볼 수 있는 식물 수종들이 다 있다. 나무를 심는 자원봉사자를 '개미'라고 부르는데, 2023년 9월부터 나무를 심는 개미로 등록한 사람이 1150명이다. 60~70%는 25세에서 35세인 젊은 층이다. 그 중 60%가 여성이다. 여성분들이 남성들을 데리고 온다. 나는 721번 개미로 등록되어 있다.
'시민의 숲'은 시민들의 참여가 많아야 보존된다
노을공원시민모임은 2025년이면 15년이 된다. 활동가들은 노을공원에 헌신적이다 못해, 목을 매며 일해 왔다. 다들 나이가 있다. 다음 세대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활동가들이 그들의 캐릭터,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방식으로 활동을 지속하게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을 합치면 100만 평이 넘는다. 중간에 매립가스 관리도로가 있는데 언젠가는 여기를 열어 시민들이나 숲, 생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해설을 들으며 돌아 볼 수 있는 코스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시민들의 참여가 많아야 '시민의 숲'으로 계속 보존될 수 있다.
나무를 잘 키우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어
나무를 오래 심다보니 남부 지방의 식생이 계속 올라오는 것을 본다. 남부지방에서 잘 자라던 탱자나무가 노을공원에서 잘 산다. 돌발해충 문제는 기후위기와 밀접하다. 2024년 올해는 미국흰불나방이 기승을 부렸다. 미국흰불나방이 1년에 두 번 번식하는데 기온이 올라가니 9월에 또 번식을 해서 총 세 번이나 번식했다. 이 해충은 나뭇잎 여러 장을 말아 놓고 그 사이에 알을 낳는다. 거기서 애벌레 수백 마리가 나와 잎을 싹 먹어 치우는 사이에 탈피를 네 번한다. 심한 경우 나무가 죽고 모습이 흉하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탄소 발생을 줄이는 엄청난 고통이 있어야 하고, 탄소 흡수원인 나무를 잘 키워야 한다. 모두베기하고 조림을 했다면, 4~5년은 나무가 풀에 지지 않게 풀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지 못해 황폐화되는 곳들을 많이 봤다. 탄소를 흡수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나무인데 나무가 훌륭한 목재가 되도록 가꾸고 기르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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