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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 | 한겨레신문ㅣ기후 저널리즘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한 방향으로

 

황희정 기자 2024-10-11

최우리는 대학에서 역사, 철학을 전공하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환경보건학을 공부했다. 이후 카이스트에서 과학저널리즘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시절부터 환경단체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 왔다. 2011년 7월,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14년차 기자로 일하고 있다. 현재 국제부 국제뉴스팀 기자다. 저서로는 『지구를 쓰다가』, 『달콤한 나의 도시양봉』, 공저로는 『인권으로 살펴본 기후위기 이야기』, 『내가 에너지를 생각하는 이유』, 『결정적 순간』, 『툭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 등이 있다. 동료 기자들과 함께 쓴 『뉴스로 키우는 기후환경지능』이 출간될 예정이다.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고등학생 때, 인문대에 진학하고 싶었다. 20대 초반에 사람과 사회에 대해 이해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원래 역사와 철학을 좋아했다. 역사에서 배울 점이 많았고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깊이 알게 되었다. 철학에서는 사고하는 방법과 사고의 힘을 배웠다. 무엇보다 인간을 이해하는 깊이와 범위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공공 영역에서 일하며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환경보도 방법론과 과학저널리즘에 대한 갈망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면서 환경보건학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미국 금융위기로 공채가 급격히 줄었다. 환경기자를 희망하고 있어서 환경단체에서 일해 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환경단체에서 활동가로 1년 남짓 근무했다. 한겨레신문에 입사해서도 환경보도 방법론과 과학 저널리즘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래서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 과정에 진학했다. 환경보건학에서는 사회문제의 원인과 개념, 대응 방법을 환경보건학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과학저널리즘 대학원에서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어떻게 보도하는가를 배웠고, 기존 연구나 사례 들을 연구했다.


녹색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기자로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에서 꾸준하게 자원활동을 하는 동안 환경단체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서울시 관할 생태문제 담당이었다. 서울시의 보호종인 '꼬리치레도롱뇽'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하천 생태계를 연결해야 바람직한지 고민하는 업무였다. NGO의 역할과 활동을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후 시험을 봐서 기자가 되었다. 현재는 회사의 부서 순환 원칙도 있고 더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형식의 기사를 써 보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환경 기사만 쓰고 있지는 않다. 입사 후 10년 만에 환경 담당 기사를 맡은 뒤에도 경제산업부 산업팀이나 국제뉴스팀에 소속돼서 일했다. 이 부서들은 모두 기후 환경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부서다. 녹색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기사를 쓸 때 가장 가슴이 뛰고 행복하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시민들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 에너지, 동물권 관련 기사를 쓰면서, 환경문제는 정말 복잡하고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사회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기후 환경저널리스트는 좋은 공론장으로 시민들을 안내하는 역할, 친절하고 부드럽게 이슈를 전달하는 역할, 때로는 기자의 근본적 자질인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구를 쓰다가』에서도 말했지만, 환경문제는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영역이니만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시민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기사를 정확하고 쉽고 친절하게 써야 한다. 외국 사례도 많이 접하고 비교할 때도 단순 비교를 하거나 주의,주장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각 나라의 역사적 맥락, 문화적 환경 등 여러 부분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기자들이 환경, 기후, 동물권 등 한 영역에만 국한해 기사를 쓰지 않기를 조언한다. 환경기자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온당한지, 끊임없이 사회와 소통하며 이를 뾰족하게 갈고 닦는 것이 필요하다.


 공감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서 한 말이 있다. 환경문제를 떠올리면, '거리에서 손을 꼭 잡고 걷지 않으면 잃어버리기 쉬운 막냇동생 같다고'. 경제위기, 정치적 혼란 등 거대 담론이 휩쓸고 지나갈 때 환경문제는 부차적으로 치부되곤 한다. 반대로 쓰레기 문제나 기후 시위 등 갑자기 유행처럼 번지는 트렌디하고 힙한 영역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언론도 산업이기 때문에 유행을 탄다. 국내 언론계가 관련 전문기자를 잘 키우고 있거나, 오랜 기간 전문적으로 이 영역을 바라보는 애정이 있다고 독자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영역은 경제, 국제,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진 융합적 영역이라 언론사 내부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언론이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지를 제안해야 하고 함께 답을 찾자고 말 걸어 주어야 한다. 기존 문법, 관행대로만 취재해서는 안 된다. 환경 보도는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소통할 지를 가장 중심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한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서 꾸준히, 장기적인 과제로 바라 보고 한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이 중심을 잘 잡아 줘야 한다.

세바시(CBS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한 최우리 기자

시민들의 감시가 있을 때, 언론이 바로 설 수 있다


기사 쓰는 일이 재미있다. 보직 순환 원칙에 따라, 지금은 국제부에서 국제 뉴스를 쓰고 있다. 외신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기후변화나 환경문제와 관련한 선진국, 개발도상국의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 국내 목소리와 비교, 분석해서 세계의 기후 대응이 어디로 흐르는지, 다른 나라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살피고 관찰하는 게 흥미롭다.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책 저술도 계속할 예정이다. 기자는 독자들 대신해서 권력자에게, 이름 모를 자연을 대신해서 전문가에게, 또 나와 생각이 다른 시민들에게 질문하는 권한을 가진 직업이다. 직업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 감정과 생각들을 시민들과 나누는 것은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좋은 일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후환경 기사를 잘 읽어 주시고 함께 고민해주는 독자, 시민들을 만날 때 힘이 난다. 기후환경보도를 하는 기자들을 응원해 주고 함께 소통해 주시면 좋겠다. 시민들의 감시가 있을 때 언론이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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