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야구를 위해 행동하는 야구팬들의 모임, '크보플(KBO 팬 for 플래닛)'은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각자 영역에서 기후위기와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2024-11-13 박성미 총괄
기후위기로 야구장이 변하고 있다
프로야구 ‘직관러’들에게 2024년 시즌은 사뭇 달랐다. 울산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4 케이비오(KBO)리그 엘지(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리그 42년 역사상 처음으로 폭염 때문에 취소되었다. 추석까지 이어진 더위로 관중들은 35도가 넘는 추석 날씨에 이른 퇴장을 해야 했다. 팀 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인 ‘가을 야구’ 때도 비가 자주 내려 경기가 취소되기도 했고, 한국시리즈 처음으로 서스펜디드(경기 연기)되기도 했다. 야구팬이라면 ‘기후변화’를 다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4명의 관중이 온열 증세로 119구급차를 타고 이송되었고 잠실구장에서도 4명의 온열 환자가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기후위기는 야구장도 피해가지 않았고 KBO의 경기 운영 방침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로 변하는 야구장, 팬들이 지킨다
크보플은 'KBO 팬 for 플래닛'의 줄임말로 열정적인 KBO 팬들이 "지속가능한 야구"를 목표로 2022년 만들어졌고, 지난 '기후정의행진'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크보플은 출범과 함께 야구팬 1891명의 서명을 받은 10가지 요구 사항을 KBO와 10개 구단에 전달했다. ‘지속가능한 한국 프로야구를 위한 협의체 구성’, ‘전 구단 구장 내 다회용기 도입 및 일회용품 사용 중단’, ‘일회용 굿즈 및 응원용품 판매 중단’ 등이다. 크보플은 열성 야구 팬들로 '직관러'의 시선으로 기후위기의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대신 대나무로 만든 '대짝이'는 흔들면 박수 소리가 나는 응원 도구다. 선수들에게 다회용기 커피차를 보내기도 했다. 야구팬들은 홈 경기 때 선수나 구단 운영진들에게 커피차를 보내곤 한다. 10개 구단이 연간 약 70회의 홈 경기마다 100∼200개의 일회용 컵을 쓴다면 1년에 약 10만개의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셈이다.
구단, 선수, 팬들이 다 합심해야 '야구'는 계속된다.
크보플은 K리그가 2021년 스포츠기후행동협약(Sports for Climate Action)에 가입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는 등 환경 보호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며, KBO도 K리그처럼 환경협약에 가입하고 지속가능한 운영 방안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크보플이 KBO에 제출한 요구는 전 구장에 다회용기 전면 도입, 막대풍선 사용 금지 홍보 강화, 기존 판매분에 대한 책임있는 재활용 이행, 플라스틱 응원용품 생산 감축, 생애주기(생산⋅소비⋅폐기⋅재활용 등) 전반의 기후⋅생태 영향 최소화를 위한 응원용품 제조 규정 마련, 폐기물 배출량 감축에 대한 구체적 목표 설정과 계획 수립, 이행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이다.
2024년 잠실야구장에는 코랄색 다회용기와 반납함이 등장했다. 치킨과 맥주 등을 다회용기에 제공하는 시범사업이다. 잠실을 비롯해 수원 KT 위즈파크, 인천 SSG 랜더스 필드 등 일부 구장에서 시행되고 있다. 잠실구장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모니터 화면을 통해 다회용기 사용에 관한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크보플은 경기장 쓰레기통의 크기 부족과 배치 문제로 인해 분리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상을 지적하고,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함께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크보플의 한 회원은 인스타크램에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소중한 것,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각자의 영역에서 기후위기와 싸워야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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