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에서 삽니다. 동물들은 어떨까요?
우리는 도시에 삽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90.7%는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의 도시화율은 97.1%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우리는 왜 도시에 살까요? 사람들은 자연 가까이에서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10년 넘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자연과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현관 바닥은 흙 먼지와 낙엽 부스러기로 계속 지저분해지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들이 끝없이 집으로 들어옵니다. 지네에 물리거나, 가끔 쥐를 잡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편의점은 너무 멀고, 좋은 식당을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대중교통은 너무 먼 이야기이고, 자가용 없이는 이동이 어렵습니다. 일자리를 찾아서, 문화적인 혜택을 찾아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찾아서,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도시에서 살아갑니다.
반면 인간이 아닌 다른 종들은 점점 도시 밖으로 밀려납니다. 도시에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이 적고, 작은 하천은 복개천이 되어 땅속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금자리도 활동공간도 모두 부족합니다. 도시는 인간이 아닌 종들이 살아가기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공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살아가는 작은 곤충들이 있고, 꽤 다양한 종의 새들도 우리 주변에서 살아갑니다. 길고양이도 도시에 잘 적응한 동물입니다. 최근 서식환경이 좋아지면서 도심 하천에서 수달을 만났다는 목격담 또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서식지 다양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곁의 자연에서 만나는 다양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산들이가 만난 줄장지뱀은 옆선과 긴 꼬리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손목 위에서 쉬는 줄장지뱀을 오래 관찰했는데, 산들이 팔에 오줌을 쌌습니다. 장지뱀은 주로 평평한 풀밭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이러한 곳은 개발에 의해 훼손된 경우가 많습니다. 줄장지뱀의 서식지인 풀밭이 줄어들면 줄장지뱀 개체군의 크기도 줄어듭니다. 풀밭을 지키면 귀여운 풀밭 친구들의 행복한 삶도 지켜줄 수 있습니다.
산들이가 난생 처음 배추흰나비를 잡은 순간입니다. 울산의 태화강에는 유채나 갓처럼 배추흰나비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십자화과 식물이 풍부합니다. 나비는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기고, 수정된 꽃들은 이내 열매를 맺습니다. 자연은 그렇게 서로 관계를 맺고, 우리는 그 가운데 있습니다. 산들이는 배추흰나비가 다치지 않게 얌전히 관찰합니다. 그리고 나비가 날개를 다치기 전에 다시 풀밭으로 돌려보내 줍니다. 많은 나비들은 풀밭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꿀을 빨고 알을 낳습니다. 풀밭이 도시로 변해갈 때마다 나비들은 서식지를 잃어버립니다. 도시에도 꽃과 나비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건강한 풀밭이 있어야 합니다.
산들이가 친구들과 강가에 놀러 나왔다가 참게를 잡았습니다. 아이들은 손가락을 물렸지만 처음 잡아본 게가 신기했는지 오랫동안 게를 잡고, 관찰하고, 다시 강으로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도시를 흐르는 강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곳에서 게와 가재, 다양한 종류의 조개와 물고기, 그리고 이들을 먹고사는 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시에는 강을 비롯한 습지가 있고, 습지의 진흙이 있고, 그곳에 자라는 풀이 있고, 도시숲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생물들이 살아가는 서식지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시흥숲1976의 입구에 있는 나무 위에 앉아 다소곳이 인사하는 청서입니다. 도시 주변의 숲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청서는 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나무의 씨앗을 여기저기에 저장해 두는데, 가끔 찾아서 꺼내 먹지 못하는 씨앗들도 있습니다. 이 씨앗들은 이듬해 봄에 싹을 틔우고 작은 나무로 자라납니다. 숲은 청서를 기르고, 청서는 숲을 기릅니다.
시흥숲1976에서 만난 상모솔새입니다. 상모솔새는 몸길이가 10㎝ 정도로 참새보다도 작습니다. 몸의 윗면은 올리브색이며, 아랫면은 회색인데, 암수 모두 정수리에 노란 깃털이 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쁜 상모를 쓴 상모솔새를 만나보세요. 상모솔새 사진은 글의 흐름과 무관하게 귀여워서 슬쩍 끼워 넣었습니다.
시흥숲1974에서 만난 큰오색딱다구리입니다. 딱다구리들은 먹이를 찾거나 둥지를 짓기 위해 죽은 나무에 구멍을 뚫기도 하고, 살아있는 나무에 구멍을 뚫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분해하기 힘든 죽은 나무들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다른 새들에게 둥지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죽은 나무 또한 우리 주변에서 중요한 먹이 터와 서식지로서의 역할을 다합니다. 딱다구리들은 더 많은 작은 존재들이 나무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곁의 자연을 소중하게 지켜주세요
희귀한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을 지키는 일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자연을 관찰하는 모든 사람이 희귀한 종을 만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과 가까운 곳에서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종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세요. 까치, 직박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딱새, 박새와 곤줄박이와 자주 만나고 그들의 서식지인 도시숲과 공원을 지켜주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작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 기록은 사진이나 그림이어도 좋고, 글이나 이야기여도 좋습니다. ‘알면 사랑한다.’는 아주 중요한 문장입니다. 우리가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는 일에 마음과 시간을 쓰면, 우리 곁의 자연이 달라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음 쓰지 않았던 길가의 가로수가 ‘개화 시기를 맞이한 배롱나무’가 되기도 하고, 이름 모를 작은 새가 ‘번식기를 맞이해 노래하는 수컷 딱새’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사랑하게 될 작은 존재들과 함께 그들의 서식지 또한 함께 소중하게 여겨주세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이 우리 곁의 자연을 바라보는 눈을 뜨고 세상을 조금 더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글 사진 김우성 woosung.kim83@gmail.com
생태정치포럼 운영위원장
자연과공생연구소 소장
전)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서울대 산림과학부 석사
『청년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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