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한상훈 | 지구 6번째 대멸종, 산불을 막아야 한다
- sungmi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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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4 한상훈
경북의 대형 산불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이 타들어 간다. 2025년 새해 벽두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에서 대규모 산림 화재가 있었다. 최근 10년 동안 지구의 허파라고 일컫는 남미 아마존에서,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그리고 세계 최대 국토 면적을 가진 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서 산림에 난 대형 화재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지구 곳곳에서 급증하는 대형 산림 화재의 실상과 그로인한 야생동물의 피해 실태, 그리고 화재 발생 원인을 살펴본다.

한상훈 동물학자로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이다.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도쿄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홋카이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생태조사단에서 일했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연구과장, 한국자연환경과학정보연구센터 대표, 사단법인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자연생태분과위원장, 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국제자연보존연맹 종보존위원회 두루미전문가그룹의 한국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지구상에 사라진 동물들』, 『한반도의 자연 환경과 야생동물』, 『한국의 개구리(공저)』, 『한국의 포유류(공저)』, 『백두고원(공저)』 등이 있다.
지구 생태계를 뒤흔든 7개월간의 호주 산불, 야생동물 코알라 30억 마리의 피해
“캄캄한 여름(Black Summer)”이라는 반갑지 않은 이름으로 불리는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림 화재는 2019년 7월 발생하여 이듬해 2020년 3월까지 장장 7개월 동안 1천만ha의 광활한 토지의 수목과 초원지대를 휩쓸고 다니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원래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 일어난 산림 화재는 독특한 지역 생태계를 유지하는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여겨져 왔다. 과거 20년간 오스트레일리아 산림 면적의 1%가 매년 화재로 소실되지만, ‘반크시아(Banksia)’라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생식물은 산림 화재로 생긴 열을 이용해 종자를 널리 퍼뜨리는 번식 전략으로 종족을 성공적으로 유지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Black Summer는 그 이전과 비교해 20배에 해당하는 대규모 토지가 불 탔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독특한 생태계의 상징 동물인 코알라와 캥거루를 비롯해 총 30억 마리의 포유류, 파충류와 조류가 생명을 잃거나 서식 터전을 잃었다. 7개월간 오스트레일리아를 불태운 초대형 산불은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이래 가장 오랫동안 발생한 산불이었고, '컴컴한 여름(Black Summer)'이라는 악명을 갖게 되었다. 코알라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WWF(세계자연보호기금)가 시드니대학교와 협력해 조사하고 분석한 오스트레일리아 산림 화재 최종보고서에 의하면 전 국토의 절반에 달하는 1900만ha가 불에 탔고, 코알라를 포함해 타서 죽거나 살 곳을 잃은 동물의 수는 약 30억 마리다. 초기 보고에 비해 10배가 증가한 숫자다. 분류군별로는 포유류가 1억4300만 마리, 파충류가 24억6000만 마리, 조류가 1억8000만 마리다.
세계 각지 초대형 산불 잇따라 … 야생동물 대량 피해 속출
지구 전체에 대형 산림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며, 서식지 소실과 함께 야생동물의 대량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4년 7월, 볼리비아 산타크루스주를 중심으로 다수의 산림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산타크루스 내 토우카바카 보호구의 원생림 100헥타르가 전소됐다. 산타크루스대학교 조사에 따르면 오셀롯, 퓨마, 재규어, 사슴, 개미핥기 등 약 230만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됐다. 볼리비아 정부는 기온 상승과 건조한 날씨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시절 제정된 농지 확대 중심의 화전 정책 법률이 화재를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남미 칠레에서는 2023년 1~2월 사이 열파와 가뭄으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피해 면적은 43만 헥타르에 달했다. 2024년에도 엘니뇨 현상으로 고온·건조 기후가 이어지며 피해가 확대됐다. 강풍과 낮은 습도는 진화 활동을 어렵게 만들었다.
2019년 남미 대륙 아마존을 중심으로 브라질, 볼리비아, 파라과이에 걸쳐 산림 화재가 집중 발생했다. 브라질에서는 쟈일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이후 아마존 보호 규제가 완화되고 개발 중심의 농지·목초지 확장 정책이 추진되며 화재 발생이 가속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서는 2024년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약 4만2000건의 산림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지역은 약 3400만 명이 거주하고 수만 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세계 최대 열대우림이다.
러시아, 매년 평균 1천만 ha 산림 소실,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 직접 타격
러시아는 매년 대형 산불이 반복되고 있다. 화재 원인은 낙뢰, 해충 구제 목적의 방화, 인위적 실화 등이다. 연간 피해 면적은 평균 1000만 헥타르에 달하며, 2021년에는 1816만 헥타르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시베리아 동북부 사하공화국(야쿠티아)에서는 2021년 5월 첫 화재 발생 이후 8월까지 약 1000만 헥타르가 소실됐다. 화재 연기는 약 3000km 떨어진 북극점까지 확산되었으며, 이는 NASA 북극 관측 사상 처음 발생한 사례다.
사하공화국은 러시아 국토의 약 18%를 차지하며, 약 130개의 자연보호구역이 존재한다. 당시 화재 진압에는 단 140명의 인력만 투입돼 한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지역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초기 진화 지점까지 도달하는 데만 1.5~3일이 소요돼 확산을 막지 못했다. 진화 후 현장을 순찰한 보호구 관리 직원들은 순록, 말코사슴, 불곰 등의 야생동물 사체는 발견하지 못했으나, 아북극 기후대의 특성상 수목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려 서식지 복구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생존 기반을 상실한 야생동물이 생태계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사하공화국은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극동표범(한국표범)의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으며, 2021년 고온·가뭄으로 인해 연해주 우수리스크 지방의 27만 헥타르의 숲도 산불로 소실됐다. 인근 비킨강 자연보호구역 등에서도 화재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의 생태학적 대가, 생존 기반 무너지는 야생동물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빈발하면서, 단순한 산림 소실을 넘어 야생생물의 대량 폐사와 서식지 파괴,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불은 단시간 내 대규모 유기물을 연소시키며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이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가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산불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대피할 시간 없이 동물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특히 이동 속도가 느리거나 땅굴·수풀에 서식하는 종은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산불 직후에는 단시간에 수백만에서 수십억 마리의 개체가 사망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는 개체군 감소뿐 아니라 유전적 다양성 축소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종 보전에 위협이 된다. 산불로 인한 산림 소실은 단순한 나무의 손실이 아니라, 특정 서식 환경에 적응한 야생동물에게 치명적인 환경 변화이다. 고유종, 멸종위기종의 경우 서식처가 단 한 지역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산불은 곧 해당 종의 생존 위협으로 직결된다.
화재 이후 잔존 개체들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더라도, 도로·도시 등 인공 구조물로 인해 단절된 생태계는 회복력을 상실한다. 화재는 특정 종의 대량 폐사를 유발하고, 이후 생태계 내에서 포식자-피식자, 수분자-식물 간 상호작용이 붕괴된다. 이는 생물다양성 감소로 이어지며, 복원에는 수십 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한대·고산·아북극 지역처럼 수목 성장 속도가 극히 느린 생태계에서는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산불 연기는 미세입자(PM2.5)와 다양한 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야생동물의 호흡기 손상을 유발한다. 연기 범위는 수천 km까지 확산되며, 비화재 지역의 생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한 소형 포유류나 조류의 경우, 고농도 연기 노출만으로도 치명적이다. 산림의 지표 식생이 사라진 후 강우가 발생하면 토양 유실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이로 인해 하천의 탁수, 침전물 증가, 수질 오염이 발생하며, 이는 수생생물의 생존 환경도 위협한다. 산림과 수생 생태계는 연계되어 있어 하나의 생태계 손상이 다른 생태계에도 연쇄적 영향을 준다.
산불은 단기간의 국지적 사건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야생동물 보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위기 요인이다. 화재 예방을 위한 산림관리 강화와 함께, 서식지 보전 및 연결성 확보, 피해종의 복원 계획 수립 등 과학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맞물린 산불, 2100년까지 최대 50% 증가 가능성,생태·경제 전방위 충격 우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가속되면서, 향후 전 세계적으로 산불 발생 빈도와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과학적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산림 생태계 파괴는 물론, 주거지 안전, 보험·관광 산업 등 사회 전반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산림화재기관연합(WFCA)에 따르면, 전 지구적인 이상 산불의 발생 빈도는 2030년까지 최대 14%, 2050년까지는 30%, 금세기 말에는 50%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단순한 화재 빈도 증가에 그치지 않고, 화재의 규모와 심각성도 함께 확대된다는 예측이다.
생태계 기반 학술지 『Fire Ecology』는 “기후 변동에 따라 산불 규모가 커지고, 특히 건조화가 심화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화재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DRI(Desert Research Institute)는 미래 기후 모델을 바탕으로 “미 대륙 전역에서 연간 산불 위험일 수가 평균 10일 이상 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산불 계절의 장기화를 의미하며, 예방과 진화 활동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화재 리스크가 높은 지역에서는 이미 기후도시부유화 현상(climate gentrification)이 관찰되고 있다. 산불, 홍수 등 기후 위험이 낮은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하면서, 이주지의 부동산 가격과 보험료가 상승하고, 저소득 거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도시의 계급화와 지역 불균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기후 기반 연구기관인 PGC는 “화재 증가와 건조 조건의 확대가 식물 생물다양성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불에 약한 식생이 줄고, 일부 강한 종만 살아남으면서 생태계의 다양성과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산불은 관광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자연경관 훼손, 대기오염, 안전 우려로 인한 관광객 감소는 해당 지역 경제에 장기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산불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변화에 따른 복합적 사회·생태 위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와 지역 차원의 통합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6억 명의 생계 터전 산림, 해마다 화염 속으로
세계 산림 면적은 약 40억ha로 육지의 31%를 차지하고 있다(WWF). 세계 전체 산림 면적의 65%를 점유하는 118개국에서 매년 1980만ha의 산림이 화재로 사라지고 있다(FAO). 2020년 4월 세계 산림 화재경보 건수는 2019년 4월과 비교해 13% 증가(WWF)했다. 세계 산림 화재 발생 원인의 75%가 인간의 부주의로 발생한다고 보고되어 있다(FAO). 세계 인구의 25% 이상 해당하는 약 16억 명의 사람들이 산림에 의존 생존하고 있다(FAO).

산불에 의한 산림 소실은 지난 20년간 약 2배 증가했고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자료에 의하면 산림 화재 소실 면적은 연간 약 5.4%씩 증가 추세로 유럽 크로아티아 국토 면적이 매년 불타고 있다는 의미다(WRI). 세계 수목 손실 가운데 화재 비율은 광업이나 임업 등에 비해 증가 추세이며 2001년 세계 수목 손실은 전 수목 대비 약 20%이었지만 현재는 약 33%를 차지하고 있다(WRI).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산림 화재에 의해 세계 전체 CO2(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평균 16% 상승하여 86억 톤에 이른다(Met Office).
지구 6번째 대멸종, 산불이 앞당긴다
초대형 산불의 발생, 그로 인한 천문학적 금액의 사회적 경제적 피해, 예측 불가능한 기후 변동(이상 기후),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 현상, 대규모 산림의 소실 그리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야생 생물의 죽음이 모든 지구적 대재앙은 우리 인간 스스로 지구 역사상 6번째 대절멸의 길로 과속 질주하는 현실이다.
산림 화재, 산불 발생 원인으로 기후 변동 즉 지구 온난화 탓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산림 관리 당국과 관련 기관, 관계자의 무책임한 의견을 언론을 통해 쉽게 접한다. 과연 그 원인 진단은 사실일까? 객관적 사실은 산불 발생의 주 원인은 산림 관리의 실패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와 산불 발생의 인과 관계는 아직 과학적으로 분명하지 않다. 기후위기 탓으로 돌리기 전에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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