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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 '907기후정의행진' 이영경 기획팀장을 만나다

 

황희정 기자 2024-09-06


이영경은 대학에서 산림자원학을 전공했다. 현재 에너지정의행동의 사무국장으로 있다. 이번 907기후정의행진의 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지구를 살리는 기후위기 수업』(2022), 『내가 에너지를 생각하는 이유』(공저, 2023) 등이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짓밟히는 약자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


학생운동을 하면서 굉장히 많은 환경 문제들을 마주했다. 영흥도 화력발전소 건설 문제, 골프장 문제, 울산 신고리 핵발전소 문제, 천성산 도룡뇽 소송 등에 함께 연대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영흥도 화력발전소 건설 때 지역주민들이 굉장히 강하게 반대했고, 인천 지역도 연대했다. 영흥도의 지역주민과 만나고 보고 들은 일들이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영흥도는 포도와 바지락이 유명하다. 화력발전소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환경단체가 주장했던 것은 석탄을 태우면 갯벌과 공기가 오염되어 바지락도 못 캐고 포도도 못 키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환경적인 문제만 있었다면 끝까지 가지 않았을 것 같다. 당시 현장에서 발전소를 짓기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고자 돈을 주기 시작했다. 작은 동네안에서 누구는 찬성하고 누구는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돈이 얽히니 공동체간의 간극이 너무나 커졌다. 어떤 분은 이혼하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자살하기도 하셨다. 인간의 편리함, 전기라는 문명이, 돈이, 이렇게 하나의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구나 싶었다. 단순히 환경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환경센터를 처음 만들 때도 슬로건이 ‘자본에 짓밟히는 생명을 지키는 운동’이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짓밟히는 약자들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청년환경단체에서 에너지정의행동으로

 

내가 일하고 있는 에너지정의행동은 청년환경센터가 2000년 이름을 바꾼 것이다. 청년환경센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환경,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가진 100여 명의 청년들이 환경을 위해 무언가 해보자고 만들었다. 그때 나는 함께 연대하면서 다른 학생운동단체에서 비슷한 활동을 했었다. 어느 순간 단체는 너무 작고 환경 문제는 너무 많았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기보다는 좀 더 전문적이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자고 해서 단체명도 '에너지정의행동'으로 바꾸고 에너지 문제에 집중하게 됐다. 2001년부터 에너지정의행동에서 상근으로 일하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너지 문제와 연대하고 일반 시민 교육을 한다. 지역의 에너지 문제는 핵문제와 관련한 에너지 정책들과 방사능 문제들, 밀양 송전탑으로 대표되는 전력 문제, 석탄화력발전 문제, 이에 당연히 뒤따라오는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시민들에게 에너지가 무엇인지 알리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보통 에너지라고 하면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난 이후 ‘탈핵학교’를 만들어서 10기 정도 운영했고, 지금은 별도 협동조합으로 발행되고 있는 ‘탈핵신문’을 초반에 제안해서 제작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이나 사진 자료를 만드는 데 힘썼다.


907 기후정의행진은 기후문제가 삶의 문제로 다가오는 시간으로


2022년, 2023년에는 지금처럼 기후정의행진 집행위원을 하지 않았고, 탈핵행진이라는 연대 그룹을 만들어 참가했다. 2022년에는 별도의 탈핵 부스와 의제를 꾸리는 일을 했고, 2023년에는 반핵 아시아 포럼이라고 하는 격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시아 단위의 반핵 시위가 한국에서 열렸다. 30~40명 정도의 아시아 탈핵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일주일 동안 진행했었다. 행진 전 주 월요일부터 시작해 일 주일간 전국을 투어하고 '923기후정의행진'에서 모였다. 올해는 기획팀장으로 참여하게 됐다. 2024년은 '기후정의행진'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한지 3년 차다. 올해 참여 인원은 2만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소수인원으로 보이지만, 기후운동을 하는 사람들, 혹은 여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후정의행진’이라는 말이 일반명사처럼 퍼져나간 이슈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또 이전에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그냥 있었다고 한다면, 올해는 좀 더 큰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대표적으로 동물권이 있다. 동물권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이제 아예 동물들도 함께 행진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동물행진을 만들어 907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다. 탈핵도 마찬가지로 탈핵행진단이 더 규모를 키워서 올 예정이다. 청소년, 대학생, 빈민단체, 여성 등 다양한 목소리가 함께한다. 이제 기후 문제는 예전처럼 '화석연료를 덜 써요'와 같은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로 가고 있음을 확연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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