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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 지구법학회 박태현 교수 | 지구법을 말하다

최종 수정일: 6일 전

 

2024-09-13

박태현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2001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환경운동연합 환경법률센터에서 환경전문변호사로 일했다. 대한변협 환경인권소위원회 위원, 강원도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 서울시 환경분쟁조정위원,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 재단법인 ‘지구와 사람’에서 ‘지구법학회’를 이끌고 있다. 제주SSK연구단에서 ‘커먼즈(commons)’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공익인권 소』(공저, 2010), 『환경소송이론과 실무』(공저, 2011), 『야생의 법』(번역, 2023), 『공동자원론, 생태헌법을 제안하다』(공저, 2017), 『지구를 위한 법학』(공저, 2020), 『야생의 법』(번역, 2023) 등이 있다.

 

법인격을 가진 법적 주체로서 '지구'

재단법인 지구와사람의 총서 『지구법학: 자연의 권리선언과 정치 참여』은 나무와 돌고래, 숲과 강이 어떻게 법적 · 정치적 주체가 되는가’, ‘동식물과 자연이 참여하는 새 정치체제와 거버넌스는 가능한가’ 와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구법학(Earth Jurispudence)의 사상적 내용을 개괄하고, 자연의 내재적 가치와 권리주체성을 인정하는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 운동, 비인간 생명이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정치 체제인 바이오크라시(Biocracy), 사유재산권 제도의 대안으로서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돌보는 공동의 것인 코먼스(Commons) 개념 등을 논하면서, 생태적으로 재편된 사회의 비전을 사회과학적 상상력으로 제시한다.   2024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강금실, 박태현 외  '지구법학회' 다수의 학자가 공저로 참여했다
재단법인 지구와사람의 총서 『지구법학: 자연의 권리선언과 정치 참여』은 나무와 돌고래, 숲과 강이 어떻게 법적·정치적 주체가 되는가’, ‘동식물과 자연이 참여하는 새 정치체제와 거버넌스는 가능한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구법학(Earth Jurispudence)의 사상적 내용을 개괄하고, 자연의 내재적 가치와 권리주체성을 인정하는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 운동, 비인간 생명이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정치 체제인 바이오크라시(Biocracy), 사유재산권 제도의 대안으로서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돌보는 공동의 것인 코먼스(Commons) 개념 등을 논하면서, 생태적으로 재편된 사회의 비전을 사회과학적 상상력으로 제시한다. 2024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강금실, 박태현 외 '지구법학회' 다수의 학자가 공저로 참여했다.

우리에게 '자연법'이 있었다. 인간법 상위에 자연의 질서가 있고 그 질서가 우선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법 사상이다. 실정법이 자연법에 위반하면 그 실정법은 무효이고 인간이 만든 법이 상위 법질서인 ‘자연법’에 부합해야 된다는 사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법의 부패라고 본다. 만인의 권리(Rights of the Commons)라는 개념과 커먼즈 사상(Commons Theory)은 공유 자원(Commons)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공기, 물, 산림, 어업 자원, 공공 데이터, 지식 등을 공유자원이라고 본다. 이러한 사상과 개념들은 같은 맥락에 있지만 '지구법'은 자연 그 자체가 법인격을 가지고 법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구법'(Earth Jurisprudence)은 지구의 어떤 가치나 지구의 온전한 보존을 저해하는 인간법은 무효라고 본다. '지구법철학'은 인간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존의 법이 아니라 지구와 모든 생명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적 틀을 마련함으로써, 인간 중심에서 지구 중심으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지구법'에 의하면 자연 자체가 법적 주체로서 권리를 가진 법인격이므로, 인간법 지구와 모든 생명체의 법인격을 가진 법적 주체로 인정하고 법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 ‘지구법’은 '자연법'과 마찬가지로 민법이나 상법과 같은 개별 법률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연법’의 현대적 표현을 '지구법'이라고 볼 수 있으나 '지구법'은 법체계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의 권리를 받아들이는 또 다른 철학이다.


지구의 일부분으로서 '인간'

<지구를 위한 법학-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지구중심주의로>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환경법학자, 헌법학자, 사회학자, 변호사 등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지구법학회 회원들이 쓴 지구법학 입문서다.
『지구를 위한 법학-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지구중심주의로』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환경법학자, 헌법학자, 사회학자, 변호사 등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지구법학회 회원들이 쓴 지구법학 입문서다.

인간은 자연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부분이다. 지구법 관점으로 보면 현재의 법 체계는 지구 전체가 아닌 지구의 일부분인 인간만을 위한 법이다. 예를 들어 산림 벌채를 한 자는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아 벌채한 것이지만, 지구법 관점에서 산림 벌채는 위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법에 의해서는 허가를 받은 적법한 행위가 분명하지만 산림 벌채 행위로 인해 지구 전체의 안정성에 해가 가해진다면 그것은 인간법에서 적법한 행위일 뿐 지구법에 의해서는 위법하고 불법 행위이므로 무효가 돼야 된다는 생각이 지구법이다.

'하천법'을 예로 들어 보자. 지금까지 하천은 치수(治水), 이수(利水)라는 개념으로 접근되었다. 지구법 관점에서 보면 ‘하천’은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진 실체다. 강이 강으로서 기능하려면 기본적으로 수량(水量)이 필요하고 그 다음에 유수(流水), 물 흐름이 있어야 한다. 자연적인 유수 체계를 유지하도록 하려면 이수나 치수를 위해 댐을 건설하는 것은 위법이다. 홍수 방지와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댐’이 필요 하다는 것은 지구 전체의 일부인 인간의 주장일 뿐이다. 강 자체의 본질적 훼손이 온다면 그런 행위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구법철학이다.

법인격으로서 '자연'

'지구법'철학의 사상적 기초가 된 토마스 베리의 책 『우주이야기』는, 지금의 위기상황은 신생대에서 생태대로 비약할 수 있는 기회이고, 생태대 실현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주론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말한다.

지구법(Earth Jurisprudence)은 20세기 중반 환경 철학자 토머스 베리(Thomas Berry) 신부의 사상이 기초가 되었다. 토머스 베리는 1970년대부터 인간 중심 법체계와 산업 사회가 자연과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비판하며, 지구와 모든 생명체가 권리를 갖는 새로운 법적, 윤리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지구의 건강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사상이 지구법 철학으로 발전했다. 토머스 베리의 사상은 그의 제자인 코맥 컬리난(Cormac Cullinan), 피터 버돈(Peter Burdon), 엘에노라 펜윅 스미스(Elenora Fenwick-Smith) 등 여러 법학자와 활동가들에 의해 발전되었고 에콰도르는 헌법에서(2008년), 볼리비아는 법률인 어머니 지구법에서(2010년) 자연에 법인격을 인정했다. 뉴질랜드의 황거누이 강은 법인격을 가진 최초의 자연이 되었다.(2017년)

인간 중심적 세계관은 지구 중심적 세계관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법체계와 거버넌스가 변해야 한다. UN프로그램인 ‘하모니 위드 네이처’(http://www.harmonywithnatureun.org)는 2016년부터 지구법학의 관점을 본격적으로 접목해 국제사회에 알리고, 보고서 출간을 통해 지구법학에 대한 사례를 축적해 세계 각국이 법과 정책의 전환을 추진하게 하고 있다. 인간 중심의 법과 거버넌스에서 벗어나 지구 중심의 법과 거버넌스로 나가야 한다.


도덕적 책임이 아닌, 자연 자체가 법인격의 주체


인권헌장은 인권법을 제도적으로 발전시켜 내는 데 기여했다. '지구헌장(Earth Charter)'이 환경법 등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내는 데 역할하기를 바란다. '지구헌장'은 전 세계 수많은 전문가, 시민 단체, 종교 지도자 및 정부 대표들이 참여해 광범위한 협의를 거쳤다. 1997년에 본격적인 초안 작업이 시작되었고, 2000년에 공식적으로 헌장이 완성되었지만 UN에서 공식문서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지구헌장’이 '지구법철학'을 모두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지구법의 핵심은 자연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법인격을 가지는 것이다. '지구헌장'은 윤리적, 도덕적 접근에서 출발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책임과 자연의 보호를 말하고 있다. 지구법은 새로운 법철학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법 체계의 전환을 주장한다.


헌법에 등장한 지구법의 실현


에콰도르는 2008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세계 최초로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국가가 되었다. 에콰도르 헌법 제7장은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로 법적 주체로 자연을 인정하고, 자연이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고유한 존재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지구법 철학이 반영되었다. 이를 통해 에콰도르는 법적 시스템 내에서 자연을 단순히 자원으로서가 아니라 권리를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지구법의 원칙을 실현했다. 뉴질랜드 황거누이강(Whanganui River)은 세계 최초로 법적으로 인간과 같은 권리를 인정받은 강이다. 이 강은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이 오랫동안 신성하게 여겨 온 강으로, 강 자체가 살아있는 조상으로 여겨졌다. 이를 반영해 뉴질랜드 정부와 마오리 부족은 황거누이강에 법적 인격을 부여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 법적 인격 부여는 지구법(Earth Jurisprudence) 원칙을 법률에 반영한 사례로, 자연이 법적 주체로서 권리를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한 사례다. "황거누이강 법(The Te Awa Tupua (Whanganui River Claims Settlement) Act 2017)"은 법에 따라 강을 "테 아와 투푸아(Te Awa Tupua)"라는 법적 주체로 간주하며, 인간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나와 강은 하나이다(I am the river and the river is me)"라는 마오리족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법에 따라 두 명의 법적 대리인(하나는 마오리 대표, 하나는 정부 대표)은 강의 이익을 대변하고, 강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강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철학

근대적 사상은 사람을 주체에 놓고 나머지를 다 객체로 본다. 원주민들의 사고는 지구, 또는 세계를 통합된 것으로 인식하고 그 안에 인간은 한 요소로 사고한다. 이런 원주민의 사고와 지구법의 사고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주체이고 나머지는 객체라는 근대적 사고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면 이제 다른 사고방식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근대적 사고가 전부가 아니라, 어느 특정한 사고방식에 하나였고 다르게 사고할 수 있다는 각성이다. 근대적 사고에 따라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진보를 이루어 나가는 줄 알았는데 이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기후위기'이고 '생태위기'로 증명되었다. 당연히 받아들인 사고가 어떤 유형의 사고방식이고, 어떤 점 때문에 지금 지구에 이러한 생태위기, 기후위기를 가져왔는지 성찰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대안으로서 추구해야 할 또 다른 사고 유형은 무엇일까? 그 대답을 원주민의 사고방식에서 찾고 있다.


법체계의 전환에서 사회 전반의 전환으로


영국의 페이스인네이처 (Faith In Nature)라는 화장품 회사는 2022년 ‘자연’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후견인(Proxy)이 자연의 입장에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자연의 관점에서 발언하고 투표한다. '자연'을 법적 주체로 인정하고 그 권리를 보장하는 '지구법'의 핵심 철학이 구현된 사례다. 인간만이 권리 주체가 아니라는 사고가 기반이다. 인간만이 주인이고 나머지는 사물이거나 객체라는 사고방식은 이제 청소년 세대에게는 낡고 후진 사고다. 법을 포함해 교육이나, 정치, 경제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이런 사고의 틀이 받아들여져 각 영역에 필요한 제도들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정치에서도 의회의 의사결정에 ‘자연’이 의결권을 가지고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면 지구법적 사고가 구현되는 것이다. 각 분야에서 지구법철학이 구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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