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9-06
최효는 1992년생으로 음악교육과를 졸업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약 4년간 일하다 2022년 6월 해고됐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분회장으로 있으면서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윤추구를 친환경사업으로 거짓 선전하는 쿠팡을 규탄하기 위하여
쿠팡은 자체 뉴스 채널인 ‘뉴스룸’을 통해 로켓배송은 다른 온라인 쇼핑과 달리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서 탄소 발자국을 줄인 친환경 기업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쿠팡의 목표는 전 국민의 10km이내에 물류센터를 지어서 ‘어떻게 쿠팡 없이 살았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는 현장에서 노동자를 쥐어짬과 동시에 촘촘한 물류 인프라 설립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쿠팡은 지금도 물류센터를 끊임없이 증설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기업의 성장과 친환경이 양립할 수 있을까? 이는 그린워싱이다. 이번 907기후정의행진에 쿠팡물류센터지회로 7명에서 10명 사이의 인원으로 참가하려고 한다. 어쩌다 보니 역삼역에서 거점 선동 발언도 하게 됐다. 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과 더불어 이윤 추구를 친환경 사업으로 거짓 선전하는 쿠팡을 규탄하는 내용을 말할 예정이다.
쓰러지는 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건축법상 물류센터 창고로 분류되어 있다. 냉방시설과 환기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컨테이너 가건물로 만들어진 물류센터는 낮에 하루 종일 뜨거워진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습도도 굉장히 높다. 한여름에는 습도가 100%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 환기가 되지 않고 습도가 매우 높은 환경에서 엄청나게 높은 체감 온도를 느끼면서 일을 한다. 업무의 높은 강도로 인한 대사열과 합쳐서 노동자들에게 무리가 온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엄청나게 성장을 했다. 로켓배송을 마감하는 것 쿠팡의 처음과 끝이다. 관리자는 노동자에게 계속 소리를 지른다. 체감 온도가 37도 되는 곳에서 계속 시간당 생산량을 언급한다. 노동자는 그 마감과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물류센터에서 미친 듯이 달려야 한다. 나도 일하면서 잠깐 기절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열악한 환경에 관심도 없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노조의 제1요구안이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다. 그제서야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물류 노동자가 되다
아이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해서 사범대학교 음악교육과에 진학했다가 대학교 3학년이 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독립해야 했다. 근로장학금으로는 부족해 고시원에서 살면서 월세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일을 찾다 보니 자격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식당이나 카페, 공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그러다 가게 된 곳이 쿠팡 물류센터다. 2017년부터 시작해 2022년 6월까지 일했다. 물류센터 일은 잘 맞고 재미있었다. 생각이 많은 편인데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하니 잡념이 사라지는 느낌이 좋았다. 질서정연하고 각 잡혀 있는 것들을 보면 숨이 막히는 게 있었는데, 물류센터는 난잡하다. 그것이 잘 맞았다. 몸 쓰는 일을 좋아하고 잘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실적이 좋아 인정받는 것도 좋았다.
해고노동자가 되어
물류센터는 다들 거쳐 지나가는 곳으로 생각한다. 나에게도 다들 음악교육과 전공이니 오래 있지 말고 선생님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왜 물류센터 일이 사회적으로 이렇게 평가받을까?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노조가 생기면서 바로 가입했다. 2021년 6월에 노조에 가입했다. 2021년 9월부터 9개월간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다. 혼자 조끼입고 소식지 나오면 뿌리고 노조 성과를 홍보했다. 그리고 해고당했다. 2022년 해고 후 매주 수요일마다 70분씩 쿠팡 물류센터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피켓을 들고 선동 발언을 하는 형태다. 그러다 물류센터 안에서 노동자가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열사병은 특징이 있다. 너무 더운 공간에서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칼로리 소모가 많아 잠깐 정신을 잃는다. 시원한 데서 휴식을 취하면 곧 괜찮아진다. 그런데 여기서 쉬지 않고 일하다보면 심해져서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위험하다. 회사와 계속 싸우다 보니, 우리가 사유지에 조금만 들어가도 바로 신고한다. 그냥 뚫고 들어갔다. 구급차라도 따라가서 산재 신청하실 의향이 있는지 명함을 드리기 위해서 그랬다. 병원에 가서 조금 쉬시니까 괜찮아 지셨다. 그걸 보고 열사병이구나 했다. 마침 선전전 활동 도중에 발생한 사건이라 노조가 대응할 수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온열질환은 은폐되기 쉽다. 쿠팡물류센터는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열질환을 비롯한 각종 산업재해 뿐 아니라 일터 괴롭힘, 성폭력 사건들도 증거를 확보하기 매우 어렵다. 이 또한 노동조합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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