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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색기술

 
인사이트

이인식 |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청색기술을 주창한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장

1945년 광주에서 태어나 6세 때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광주서중과 광주제일고를 졸업했는데 문학을 좋아했지만, 돈을 벌고 싶어서 가장 인기 높았던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갔다. 졸업 후 첫 직장은 럭키금성(현 LG)이었다. 문학을 버리지 못해 1975년 언론에서 '과학칼럼니스트 1호'라고 부른다. 첫 칼럼은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날아가 버린다.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지만 나중 되면 다 알게 된다. 얼리 어답터가 된 이유다. 1972년 초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라는 보고서를 냈다. 인구 팽창, 공업화, 자원 고갈로 이대로 간다면 전 세계가 파멸한다는 경고의 메세지였다.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펴낸 1997년 미국의 생물학자인 재닌 베니어스 2008년 10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회의에서 발표된 '자연의 100대 혁신기술(Nature’s 100 Best)'은 생물로부터 영감을 받거나 생물을 모방한 2100개 기술 중 가장 주목할 만한 100가지 혁신기술을 선정했다. 이 보고서를 만든 사람이 재닌 베니어스와 군터 파울리다.  군터 파울리가 2010년에 자연의 100대 혁신기술을 경제적 측면에서 조명한 퍼스트 무버, 블루테크놀로지(blue technology, 청색기술)’을 주창하다 2024년 올해로 79세다. 2012년 처음 '청색기술'을 제안한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를 집필한지 10여년이 넘었다. 당시에는 '생물영감'과 '생물모방'을 아우르는 단어가 없어 ‘자연중심기술’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라는 단어도 그때 제안했다. '블루이코노미(The Blue Economy)'에서 영감을 받았다. '플랜 드로다운(Project Drawdown')과 청색기술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도전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폴 호컨(Paul Hawken)의 ’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CE)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제모델이다.


 

자연에서 배우다


자연을 본뜬 위대한 발명


인간이 발명한 많은 것들은 자연에서 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들은 38억 년 동안 많은 어려움들을 지혜롭게 이겨 내고 살아남았다. 인간들이 이 지혜들을 빌려 발명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21세기 초반부터 이렇게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과학기술이 주목을 받았고, 이 신생 분야는 ‘생물영감’과 ‘생물모방’으로 대표된다. 먼저 생물영감은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생물체의 구조, 기능, 행동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얻는 과정을 말한다. 즉 자연에서 수억 년 동안 진화된 생물학적 시스템을 인간의 기술, 디자인, 공학에 적용하려는 접근 방식이다.

 

자연을 본떠 만든 물질


연잎은 표면에 물과 먼지가 쉽게 달라붙지 않는 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자기정화 현상을 ‘연잎효과’라고 한다. 연잎처럼 표면에 작은 돌기가 많으면 물을 배척하는 초소수성 표면이 되어 물방울과 먼지의 접촉 면적이 급격히 감소해 씻겨 내려간다. 연잎효과는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때를 방지하는 자기정화 표면은 자주 청소해야 하는 생활용품에 유용할 것이다. 건축 외장재, 자동차 유리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나미브 사막에 서식하는 풍뎅이는 몸 표면에 독특한 돌기를 갖고 있어 안개로부터 물을 모을 수 있다. 나미브사막풍뎅이의 등에 있는 돌기 끄트머리는 친수성, 돌기 아래의...


 

자연에서 배우는 건축


1917년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수학자인 다르시 톰슨(D'Arcy Thompson)은 『성장과 형태(On Growth and Form』를 펴냈다. 이 책에서 톰슨은 자연과 건축물의 공통점을 밝혀 둘의 연결 지점을 많이 언급했다. 톰슨은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의 강도를 달성하는 자연의 기하학적 원리’를 강조했다. 그는 자연이 최소의 물질을 사용해 최소의 에너지가 소요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설명했다. 이러한 톰슨의 아이디어는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 특히 『성장과 형태』 출간 이후 동물들의 골격은 건축가들에게 많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인류가 직면한 위기: 해답은 자연에게 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자연 환경 훼손이 심화되면서 현재 인류는 전례 없는 환경 위기에 맞닥뜨렸다. 이에 전 세계의 학자들은 지금 인간이 직면한 문제의 해답을 자연에서 찾기 시작했다. 기존의 과학기술은 인간의 발전을 위해 자연을 희생시켜 왔다. 그런 인간중심의 기술이 지금의 문제들을 초래했다. 이젠 기존의 인간중심기술이 아닌 자연중심기술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 자연중심기술이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생태적 풍요와 경제적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기술이다. 자연과 공존 가능한 과학기술을 모색한 과학자들이 자연중심기술을 제시했다. 자연중심기술은 현재 생명공학과 나노기술, 건축, 로봇공학, 집단지능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자연중심기술의 중추: 생물영감과 생물모방


환경 위기의 심각성이 짙어지면서 자연중심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과학계에서는 자연 속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난 물질을 창조하려는 과학기술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생물체로부터 영감을 얻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물영감(bioinspiration)'과 생물을 본뜨는 기술인 '생물모방(biomimicry)'이다. 책에선 인류 역사를 통틀어 자연중심기술이 사용되었던 사례들을 되짚어 보고, 생물영감과 생물모방이 독립된 연구 분야로 자리 잡게 되는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며 인간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자연으로부터 무한한 아이디어와 해법을 얻어 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생물을 모방한 로봇


1739년 프랑스 파리, 루이 15세 궁정에는 오리 모양을 그대로 본뜬 기계오리가 있었다. 이 기계는 자크 드 보캉송이 만든 로봇으로 살아 있는 오리처럼 깃털을 고르고, 꽥꽥 소리를 내고, 곡식을 먹고, 물속에서 물장구를 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무대 위에서 포도주를 마시고 대변까지 본다고 해서 프랑스 전국에서 구경을 올 만큼 유명한 구경거리였다는 기록도 있다. 훗날 이 오리의 배설물은 실제로 먹이를 소화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빵 부스러기를 푸른색으로 염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계오리의 실제 제작도면은 남아있지 않지만, 날갯죽지 하나가 400개 이상의 부품으로 만들어졌고 한번 파손되면 고치는 데 4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인체를 보완하는 기술


인공 장기와 신경 보철 기술은 생명 연장과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하는 의학 기술로, 과학과 공학의 결합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다. 이 두 분야는 손상되거나 상실된 신체 부위를 대체하거나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인공 장기는 인간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거의 모든 부분이 연구되고 있다. 코뼈, 손가락뼈, 발가락뼈 등의 인공 뼈나 어깨 관절, 팔 관절, 무릎 관절 등의 인공 관절은 물론 힘줄, 근육, 피부 등의 인공 조직이 개발되고 실용화되고 있다. 인공 심장, 인공 신장, 인공 간, 인공 췌장 등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부분도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연구되고 있다.



 
특별기고

지구는 38억년 가동한 실험실, 자연 모방하는 혁신이 산업 변화의 핵심


인터페이스사,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모든 방식을 바꾸다

“자연이 바닥 커버링(지표면 덮기)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알아보라” 인터페이스의 수석 디자이너 데이비드 오우키는 디자인팀을 숲속으로 보냈다. 오우키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렸다. “나뭇잎 디자인을 가지고 돌아오면 안 됩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자연의 디자인 원칙을 찾아오세요.” 세계 최초로 바닥재 시장에 ‘카펫타일’을 선보인 인터페이스의 대표 제품 ‘엔트로피’가 탄생한 사연이 ‘지구환경보고서’ 25주년 특집호 ‘탄소 경제의 혁명’(2008)에 실렸다. 연간 수십 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인터페이스사는 1974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탄생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인 '엔트로피'는 실내 공간 전체에 하나의 카펫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카펫을 가로·세로 50㎝인 정사각형 타일로 이어 붙이는 제품이었다. 디자인팀은 숲속과 시냇물 바닥을 관찰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자연은 완벽한 혼돈 속에 있고 똑같은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뭇잎도 나뭇가지도 돌도 똑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제각기 다른 그 혼돈 속에는 아름답고 유쾌한 질서가 있었다. 디자인팀은 스튜디오로 돌아와 어떤 타일도 같은 디자인을 가지지 않는 카펫을 설계했다. 모두 비슷하지만 모두 달랐다. 인터페이스는 이 제품을 ‘엔트로피’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엔트로피의 장점은 놀라웠다. 쓰레기도 거의 나오지 않았고 품질도 훌륭했다. 어떤 타일도 똑같지 않다는 다양성이 시공상 하자를 없애 주었다. 시공자는 문양을 맞추려고 기다릴 필요 없이 타일이 도착하는 대로 박스에서 꺼내 나뭇잎을 펴듯이 무작위로 펼치기만 하면 바닥이 완성됐다. 문양을 맞추기 위해 창고에 보관해야 했던 엄청난 양의 재고도 사라졌다. 카펫 사용자는 카펫 전체를 교환하던 금전적 부담이 없어졌다. 손상된 타일만 부분적으로 교체하면 됐다. 무엇보다 엔트로피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인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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