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경 기자 2024-06-21
사회학을 전공했다. 정치경제학 비판에 관심이 많았다. 신자유주의로의 전환 이후 가계 부채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는 현상을 공부했다. 금속노조에서 활동하며 우연한 기회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주최하는 교육을 들었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 소위 티핑포인트라고 하는 임계치를 넘으면 인간이 어떤 대응을 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 엄청난 전환으로 다가 왔다. 현재는 민주노총 경기본부의 대외협력부장을 맡고 있다. 2024년 3월 지역적 기후 위기 대응 사업을 시작했다. 생각의 전환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고 있다.
지금 민주노총에는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가 있고, 지역 본부 중에는 경남본부 한 곳에서 기후특위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에서 관련 투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충북본부, 제주본부, 세종충남본부, 경기본부도 석탄과 관련한 활동에서 투쟁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에서 지역 차원의 연대와 기후 정의 활동을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25년까지 경기 지역 본부 차원의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2026년에는 지역 차원의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활동을 조직해 보려 한다.
정의로운 전환의 당면 의제, '가스발전소 전환 문제'
민주노총 경기본부의 관심사는 경기 지역의 가스발전소 문제다. 경기 지역에는 많은 가스발전소가 위치해 있고,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가스발전소로 대체하는 에너지 전환 계획을 진행 중이다. 심지어 신규 가스발전소를 경기 지역에 추가 설치한다는 계획도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의 전력 공급을 가스발전소를 통해 이루겠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에 공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기존의 석탄화력발전소뿐만 아니라 현재 돌아가는 가스발전소와 혼용된 것들을 무탄소 발전이라고 주장하며 그린워싱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발전소 인근의 지역 주민들은 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질병을 앓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비롯한 탈탄소 정립 공공재생에너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의 생존도 함께 고려해야
무엇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가스발전소로의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문제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에너지 전환이 자신의 생존이 걸린 당면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석탄화력발전소와 가스발전소의 일자리 대체율이 보통 60~70%라고 말하나 이는 정규직만이고 비정규직은 거의 제외된 수치이다. 현재의 일자리 대체 정책은 한전 혹은 한전 산하의 정규직 일자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가스발전소가 재생에너지전환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자리가 대체된다 하더라도 가스발전소가 3년이 갈지, 5년이 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일 더 극단적 기후 현상이 나타난다면 당장 가스발전소의 폐쇄가 요구될 수도 있다. 그때 가서 가스발전소 인력의 일자리를 보장하라 요구하는 것은 너무 늦다. 선제적인 요구를 통해 노동자의 삶을 지키고 일자리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전환의 과정에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결정권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미 늦은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지역 발전소의 노동자들을 주체로 세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간담회나 교육 등이 많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이 부재한다면 상층의 활동가와 간부들의 주장만 있고, 현장 노동자들은 동의하지 않는 공허한 운동이 될 것이다.
노동계, 기후 위기와 마주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근시안적인 차원에서 기후 위기는 일자리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자리 문제라든지, 전기차로의 전환이 금속 노조 조합원의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특히 이는 비정규직과 하청업체의 생존과 연관된다. 나아가 기후 위기는 일자리를 넘어선 실존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폭염, 폭우, 한파가 잦아지며 작업이 중단되는 것은 임금의 감소로 직결된다.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사회적 공정성을 전면으로 걸고 있는 노조로서 시민들의 삶과 기후 위기 대응 방안과 직결되어있다.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는 자본주의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결국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적 성장의 유지가 불가능하다. 민주노총은 어찌 되었든 노동자들이 뭉친 계급적 대중 조직이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탈성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공유되는 중이다. 현재 ‘민주노총이 향후 30년 동안 주목해야 할 사업과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기후 위기를 1순위로 꼽은 간부들은 약 6%대에 불과하다. 이것이 간부 대상의 설문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날이 갈수록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노동계 내부의 의제화가 이루어진다면 기후 위기 임계치를 넘기 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기에 노동조합이나 민주노총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목적 의식이 뚜렷하다 해도 실제 현장의 생계와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현재 확보할 수 있는 접근법은 많지 않다. 그러한 간극 속에서도 매 순간 어떤 협상을 하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에게 권한과 기회가 주어져야
가장 큰 틀에서, 에너지 산업 전환과 관련한 과정 속에 지역 주민들과 현장 노동자들이 전혀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 극복되어 노동자와 지역 주민이 결정 주체로 참여하는 사회가 만들어진다면 굉장한 변화가 있으리라 믿는다. 더 나아가 실제 현장에서 어떤 기계로, 어떤 공정으로, 몇 시간 생산하며, 어떤 원료를 사용할지를 정할 때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참여한다면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권리와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했을 때 정부나 기업이 생각하는 방향성, 이해관계의 구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굉장히 어려운 숙제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노동조합에서 해내야 한다. 진정성을 가지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어 내되, 그 과정이 정의로워야 한다.
기후 위기에 대한 공동의 문제 의식, 동지와 함께 나아갈 것
민주노총의 모든 기획단에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라는 기후 위기에 대한 공동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과학 자료가 가스발전소를 더 이상 지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가스발전소 또한 탄소를 배출한다. 여기에 동의한다면 모두가 당연히 탈탄소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낙오되는 노동자가 없도록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며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 무엇이 되었든, 2030년까지 달릴 것이다. 시간이 정말 아깝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근본적인 전환의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말하는 당면 시점인 2030년까지 정말 미친 듯이 열심히 달리려 한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동지들과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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