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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소장 |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 인간도 야생동물이었다

 

송민경 기자 2024-02-15


한상훈 동물학자로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이다.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도쿄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홋카이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생태조사단에서 일했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연구과장, 한국자연환경과학정보연구센터 대표, 사단법인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자연생태분과위원장, 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국제자연보존연맹 종보존위원회 두루미전문가그룹의 한국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지구상에 사라진 동물들』, 『한반도의 자연 환경과 야생동물』, 『한국의 개구리(공저)』, 『한국의 포유류(공저)』, 『백두고원(공저)』  등이 있다.


 

늑대와의 약속을 지키다


부산이 고향인 한상훈 박사는 낚시를 좋아하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자연을 배웠다. 동물을 좋아해 부산 사직동물원을 자주 찾았다. 늑대를 지켜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늑대를 사랑하게 된 열살 소년은 의대 대신 생물학과에 진학했다. 경희대 생물학과 80학번, 입학하자마자 원병호 교수를 찾아갔다. 조류학자인 원 교수는 포유류 공부를 하고 싶다면 국내에는 전문가가 없으니 유학을 가라고 조언했다. 일본 도쿄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포유동물학회와 100년이 넘는 포유동물연구소가 있는 홋카이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한 박사는 대학강단이 아닌 환경부를 선택했다.


황소개구리와의 전쟁


1997년, 정치적, 경제적 충격이 IMF라면, 생태환경적 충격은 황소개구리 소탕 작전이다. 한 박사가 환경부의 자연보전국 생태조사단에서 근무하던 시기였다. 1970년대 농가 소득을 올리려는 새마을운동의 한 가지로 미국으로부터 수입되었던 식용개구리가 전국으로 퍼져 국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었다. 환경부가 나서서 포스터를 제작하고 전국민이 황소개구리를 잡았다. 1998년 황소개구리는 '생태계 교란 야생동물' 1호로 지정되었다. 2012년 대한민국에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고 '생물종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황소개구리 퇴치 사업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생태통로(eco-corridor)를 만들다


1998 년 한박사는 지리산 시암재에 '생태통로'를 만드는데 참여했다. 생태통로(eco-corridor)는 야생동물이 지나는 길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1994년이다. 도로건설 등으로 동물들이 지나 다니던 길이 끊어진 곳을 다시 이어주는 것이다. 이때를 시작으로 생태통로 설치는 본격화 되었고, 현재 국내 생태통로는 2017년 기준 전국 415개소에서 설치·운영 중이다.



동감댐 건설을 반대하다


1997년 건설교통부는 댐 건설 예정지로 영월의 동강 유역을 지정했다. 1998년 생태조사를 위해 방문한 한 박사는 동강의 어라연을 조사하면서 댐건설은 하면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 마침 동강댐 건설 반대 시위가 있었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마디 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곳은 수많은 야생동물이 사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댐을 건설하면 안 된다는 한 박사의 발언이 기사회되고 한 박사는 환경부를 떠나야 했다. 이후 동강으로 향한 한 박사는 동강의 비경과 자연생태적 가치를 알려주고 환동운동가에게는 현장체험 경험을 제공하는 자연학교를 만들어 활동하였다. 지역 주민과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 운동으로 2000 년 6 월 5 일 환경의 날에 김대중 대통령은 댐 건설 계획 취소를 발표했다. 동강댐의 백지화는 개발의 가치보다 자연보존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최초의 사례다.


백두고원을 가다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고 '야생동물연합'을 만들었다. 2001년 KBS가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 사업으로 추진하던 '백두고원을 가다' 다큐멘터리 제작팀에 합류했다.한달동안 야영을 하며 백두산의 야생동물을 관찰했다. 북한의 자연을 룬 다큐멘터리가 여러 편 있었으나 남북이 팀을 꾸려 백두산에 야영을 하면서 야생동물을 관찰한 최초의 '야생동물학자'가 되었다.

남북방송교류 종합정책 연구 보고서


곰에 미치다

2002년 한 박사는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에 참여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곧바로 지리산으로 향했다. 국내 첫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 시도였다. 곰에 미친 사람처럼, 한박사는 주말에도 산에 올라 곰을 관찰했다. 지리산에 곰을 풀어놓기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지리산의 전체 생태계 회복과 같이 가야 하는 사업이었다. 한박사는 지리산과 설악산, 오대산 등 백두대간 전체에 곰이 자랄 수 있도록 생태적으로 연결하고 싶었다. 2004년 환경기자클럽은 한 박사를 '올해의 환경인'으로 선정했다. 2007년 한 박사는 환경부 '국립생태자원관' 동물과로 자리를 옮겼고 10년간 근무했다.


표범을 찾아

동물학자 한 박사에게 강원도 인제는 특별한 곳이다. 인제는 지역의 90%가 산림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가장 좋은 곳이다. 오염원도 없다. 북쪽에 DMZ가 있고 백두대간이 있다. 인제의 하천에는 수달이 살고 반달가슴곰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이미 멸종했다는 표범을 봤다는 주민이 있다. 인제에서 표범을 찾아내는 게 현재 한박사의 목표이자 꿈이다. 표범은 한 박사의 낭만이자 사랑이다. 노병이 전쟁터에서 죽듯이 산 속에서 야생동물을 찾다가 죽는 것이 소원이다.


야생인류의 경고


한 박사는 척추동물, 그중에서 젖먹이 동물을 연구했다. 한박사는 생명을 다루는 데 철학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동물을 잡아먹고 살았다면 지금은 아니다. 한박사는 인류 생존에 가장 큰 위협으로 기후변화와 생물종다양성의 위기를 지적했다. 생물종다양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의 본질이다.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려면 야생동물을 알아야 한다.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철학적인 방법을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야생동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야 한다. 멧돼지가 사람을 공격한다고 알고 있지만 야생동물은 인간에게 무조건적으로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야생동물의 생태를 모르기 때문에 생겨난 선입견이다. 산에서는 동물이 주인이고 사람은 손님이다. 주인의 생활을 방해하는 일은 절대 금물이라고 충고한다. 야생인류 한박사는 인간도 야생동물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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