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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영ㅣ불교환경연대 | 적게 욕망하며 만족함을 안다

 

이유경 기자 2024-07-11


불교환경연대 한주영 사무총장 planet03 DB
불교환경연대 한주영 사무총장 planet03 DB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을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불교여성개화론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2016년부터 불교환경연대에서 일하며 환경을 공부했다. 모태신앙으로 불교를 접했고, 스님이 되고 싶었을 정도로 불교에 믿음과 애정이 강하다. 불교의 행동 양식이 몸에 배어 라이프 스타일로서 환경운동이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수행으로서의 환경 운동


불교를 대표하는 환경단체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와 '에코붓다' '불교환경연대'가 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기동운동이자 삶을 바꾸는 대안 운동의 성격이 강하다. '에코 붓다'는 '정토회'가 이끌어가는 일상생활 실천에 기반을 둔 단체다. '불교환경연대'는 생태계 보전, 탈핵등의 주제를 가지고 실제 파괴가 벌어지는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지리산 댐 반대 운동을 벌이던 중, 조직의 필요성을 느껴 '즉각적 대응'과 '파괴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불교환경연대'다. 북한산 관통 도로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수경 스님이 새만금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 오체투지 운동을 하셨다. 불교의 수행법으로 환경 운동을 진행해 왔다. 불교의 수행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의 책임을 통감하여 삼보일배 오체투지와 같은 방법을 택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공업(사회 구성원이 함께 짓는 업)을 논하기도 하며, 그것에 대한 참회를 실천하려 한다. 4대강 사업이 벌어지면서 반대 운동을 진행했다. 2016년 불교환경연대와 함께한 이후 처음 참여한 활동은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활동이었다.


생태감수성, 자연을 물질이 아닌 생명으로 여기는 교육


불교환경연대는 창립때부터 직접적인 피해 현장을 다니면서 활동했다. 자연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자신만의 언어로 의사 표현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인간이 그것을 알아 듣지 못하니 계속해서 자연 파괴가 일어난다. ‘생태감수성을 일깨우자’라는 생각이 든 이유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인간과 자연은 별개의 존재, 인간은 자연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 인간은 자연을 마음껏 이용하는 것이 허락된 존재로 교육받아 왔다. 이런 세계관 이 잘못이다. 인간이 도덕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 사회 구조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며, 이것이 바뀌지 않으면 수많은 협약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처럼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것이다. '생태감수성'을 교육함으로서 근본을 바꾸려 한다. 불교환경연대는 종교계에서 유일하게 '숲해설가양성교육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20기를 모집 중이다. 여름방학마다 어린이 생태 캠프를 열어 자연 속의 사찰에서 생태감수성을 높이는 체험을 제공한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현대인들이 자연을 물질이 아닌 생명으로 여기도록 하기 위함이다.


소욕지족少欲知足, 적게 욕망하며 만족함을 안다


불교는 연기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는 ‘나’라는 인간만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모두 무수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며 내가 마시는 물, 내가 뱉는 숨까지 모두 자연에 속한다. 자연이 없다면 나 또한 한순간도 존재할 수 없다. 현재의 기계론적 세계관과는 사뭇 다르다. 불교의 생활양식 중에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이 있다. ‘적게 욕망하며 만족함을 안다’라는 뜻이다. 자본주의는 개인에게 끝없는 결핍을 주입한다. 그 안에서 개인들은 소비주의에 중독되어 ‘이걸 구매하면 행복할 거야’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스스로의 내면에서부터 충만하여 물질 소비를 줄여야 한다. 불교에서는 절약이 일상이다. 발우공양을 하는가 하면, 사용한 편지 봉투를 뒤집어 다시 쓰기도 한다. 이런 행위 하나하나가 연기론적 세계관 속 자신을 일깨우고, 소욕지족을 실천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만든다.


불교철학은 생태주의와 맞닿아 있다


불교환경연대는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불자들을 만나고, 불교의 가르침과 생활양식을 기후 문제와 접목하여 해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녹색사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직접 사람과 마주하는 접점에 한계가 있으니, 전국의 사찰과 연대하여 '불교철학' 이 '생태주의'와 맞닿아 있으며, '소욕지족'이 소비주의 극복의 해법이라는 것, 채식이 가장 확실한 기후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 나가고 있다.

'녹색사찰'은 다섯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첫째, ‘일회용품 안 쓰기’, 둘째, ‘비닐,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셋째, ‘빈 그릇 운동 실천하기’, 넷째, ‘기후 행동의 주체 되기’, 마지막이 ‘녹색사찰문화 확산시키기’다. 각각의 약속에는 상세한 실천 양식이 따른다. 현재 녹색 사찰은 전국적으로 60여개까지 확산되었다. 각 사찰에서는 신도들을 위한 강연을 진행한다. 2020년 6월 15일에 '불교기후행동'을 만들었다. 기후 행동 단체와 사찰이 연계해 올해 3회째였다. 지구의 날부터 부처님 오신 날까지 진행했었다. 2024년 올해는 환경의 날까지 7주간 캠페인을 진행했다. 매주 한 가지 기후 행동 미션을 제시하여 사람들의 참여를 촉구하기도 하고, 연등축제에 지구등을 가지고 나가 사람들이 한번 더 지구를 떠올리게 했다.


'비로자나 자연에너지 협동조합', 햇빛 발전을 확산시키다


‘비로자나 자연에너지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찰의 옥상이나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재생에너지 확산에 힘쓰고 있다. 정부가 핵발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태양광 발전 정책은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봤다. 핵 발전과 햇빛 발전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맺기 어렵고 병립하기 힘들다. 두 가지 방식으로 전기를 발전하면 전기 생산 과잉이 일어난다. 서로의 단점을 부각하는 방식이라 정부가 햇빛 발전에 소극적일지도 모른다. 핵발전소는 너무나 위험하며,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방법도 부재한다. 핵발전을 이용한다는 것은, 화장실 없는 주택에 살아가는 것과 같다. 결국 대안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에너지는 바람과 햇빛인데, 풍력 발전의 경우 소형 풍력 발전이 상용화되지 않아 소규모 협동조합이나 민간에서 이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불교는 누구나 설치할 수 있는 햇빛 발전을 확산시키고자 했다. 사찰에서 부지만 임대해 주면,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장비를 구비하고, 행정적 절차를 해결하여 더욱 신속히 햇빛 발전을 늘릴 수 있다.


종교계는 자신의 신도를 교육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종교는 가장 영향력 있는 민간 조직이다. 어떤 시민단체보다 많은 신도가 있다. 종교계는 자신의 신도를 교육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좋은 정책을 제안하고 지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유권자가 바뀌어야 하는데, 유권자의 상당수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 종교계에서도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 있겠지만, 기후 위기나 생태 문제는 인류 공통의 문제다. 모두 한 뜻으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지금의 정부와 사회는 여전히 개발을 이야기한다. 지역마다 추진 중인 신공항 건설 계획만 봐도 증명된다. 개발 이익은 소수의 이익과 연관된다. 사람들은 개발에 투입되는 돈이 국가 예산이고 자신의 돈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단기적인 이익만을 보면서 허황된 꿈을 꾼다. 결국 모두의 세금이고, 환경 보전이라는 기회비용을 날리는 일이라는 것을 차분히 이야기할 공간은 종교계다. 종교가 주권자 운동의 창구이고 소통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자비심으로 세상이 밝아졌으면 하는 마음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매일 자비명상을 한다. 자비심으로 세상이 밝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자비를 키우면 행복해진다. 마음이 넓어지고, 이해심이 깊어지니 타인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내가 먼저 선행을 베풀면 연기적 세계관에 따라 타인 또한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돕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즉각적인 보답만을 원하는 이기적인 세계가 아니라, 도울 수 있다면 돕는 사회를 원한다. 우리는 모두,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모두가 쉽게 손을 내밀고, 손을 잡아주는 세상을 꿈꾼다. 은퇴하면 도시를 떠나 단순 소박한 삶을 살고 싶다. 그때도 새만금 신공항 반대 현장, 가덕도 신공항 반대 현장,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현장 등, 전국의 농성장과 1인 시위가 있는 곳에 찾아가 행동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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