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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동강할미꽃을 대하는 태도

 

김진아 편집기자 2024-04-01



동강을 바라보는 동강 할미꽃 | planet03 DB
동강을 바라보는 동강할미꽃 | planet03 DB

강원도 영월의 동강 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회색빛 석회암 바위들이 펼쳐진다. 동강할미꽃은 그 석회암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린다. 바람 따라 가냘프게 흔들리면서도 올곧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다. 매년 3월 초에 피기 시작해 말일이 되면 만개한다. 4월 중순쯤이면 다음 봄을 준비하기 위해 깊은 잠을 자러 간다.


동강할미꽃의 학명은 'Pulsatilla tongkangensis Y.N.Lee & T.C.Lee'다. 우리나라 야생화 학명은 우리꽃임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90% 정도가 일본 사람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그러나 동강할미꽃은 1997년 생태사진가 김정명이 최초로 촬영해 2000년, 한국식물연구원 이영노 박사가 '동강'이라는 이름을 붙여 세상에 알렸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귤암리의 석회암 뼝때(절벽이라는 강원도 사투리)에서만 자생하는 한국의 토종 야생화로 학계에서 인정받았다.


고개를 숙이는 특징이 있는 할미꽃과 달리 동강할미꽃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석회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는 세계 유일한 할미꽃이다. 동강할미꽃은 묵은 떡잎이 특징이다. 지난해 묵은 떡잎을 많이 가지고 있어 가파르고 메마른 바위 틈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묵은 떡잎이 뿌리를 보호하고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동강할미꽃의 특유의 자주빛은 꽃 한송이 한송이 미묘하게 다르다. 좀 더 붉은색일 때도, 좀 더 보라빛일 때도 있다. 갓 태어난 어린 새처럼 보송보송한 솜털을 가득 품은 자주빛 꽃잎을 보고 있으면 대견하기도 하고, 사뭇 의연해지기도 한다.


동강할미꽃 | planet03 DB

동강할미꽃은 귤암리마을 동강할미꽃보존회의 노력으로 보존되고 있지만 수량이 줄고 있다. 신작로를 내면서 원래의 길에 5m를 흙으로 덮어버린 것도 이유다. 동강할미꽃을 보러 온 사람들이 수분을 저장하고 있는 묵을 떡잎을 뜯어내기도 하고, 사진의 배경으로 삼고자 꽃 뒤쪽 절벽에 검은색 래커를 칠한 경우도 있다. 사진을 찍고 나서, 그 꽃을 누가 찍을까 봐 밟아버리거나 송두리째 뽑아 가기도 한다. 트럭에 사다리까지 가지고 와서 바위에 걸치고 주변을 삽으로 파내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꽃도 사람도 서로 영향을 주고 산다. 자연은 그 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 동강을 바라보며 석회함에서 적응해 살고 있는 동강할미꽃이 그 자리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동강과 동강할미꽃, 그리고 동강 주민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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