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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 양흥모 | 넷제로 공판장에서는 무엇을 팔까

 

2025-02-27 이담인 기자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에서는 무엇을 팔까 :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플래닛03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에서는 무엇을 팔까 :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사진 플래닛03

전국에서 찾아오는 넷제로 공판장을 만들기까지


‘에너지전환해유’(이하 해유)는 환경운동 단체인 대전충남녹색연합과 기업인 신성이엔스(주)가 함께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환경단체의 가치와 기업의 기술력을 결합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의 활동 중심지는 대전의 대청댐 아래 자리한 작은 시골 공판장,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이다. 강원도 양구부터 제주도, 울산, 전남 나주, 그리고 광명시까지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도대체 무엇이 이 작은 공판장을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 아마도 ‘제로 웨이스트’와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실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느리지만 확실한 지속가능성 체험


공판장 1층 매장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플라스틱이나 비닐 없이 알맹이만 판매하고, 샴푸 바(Bar)나 대나무 칫솔 같은 제로 웨이스트 제품도 판매한다. 2층은 공판장의 머리 역할을 하는 도서관으로 교육과 체험, 회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시골 이장님이나 주민자치위원장도 환경과 에너지 전환을 알아야 주민들을 이끌 수 있기에, 이곳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옥상에 설치된 9kW(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기가 만들어 낸 재생에너지로 빗물 집수 시설을 가동하여 공판장 마당의 소프넛 나무와 밀원수(꿀벌이 꿀과 화분을 수집하는 나무)에 물을 공급한다. 공판장이라는 공간 자체는 흔하지만,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처럼 지속가능성을 직접 실천하며 운영되는 곳은 드물다. 

가을이면 공판장 마당의 소프넛 나무에서 열매가 열린다. 다른 제로 웨이스트 샵에서 판매되는 소프넛 대부분이 수입산이지만, 우리는 지역에서 직접 생산한 소프넛을 세제로 판매한다. 천연 수세미와 함께 세트로 구성된 이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아, 지역 할머니들에게 더 많은 수세미와 소프넛 묘목을 공급해 심으시라고 장려하고 있다. 속도는 빠르지 않다. 농업이라는 것은 단순한 생산을 넘어 하나의 체험 교육이기에, 아이들은 공판장에서 ‘세제는 슈퍼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나무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배우고, 직접 거품을 내어 설거지를 해 보며 자연과의 연결을 체험한다.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전경. 사진 포럼 자료집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전경. 사진 포럼 자료집

지구도, 조상님도 좋아하는 RE100 전통주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실제로 실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는 RE100 달성을 위해 지역 양조장과 협력해 전국 최초로 RE100 전통주를 출시했다. 양조장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부족한 에너지는 우리 협동조합이 만든 햇빛발전소에서 구매해 양조장 설비를 돌린다. 금강의 물과 금강가에서 자란 쌀, 그리고 100% 재생에너지로 빚어진 약주와 청주다. 지구도, 조상님도 좋아하는 전통주라 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변화하는 넷제로 장터


넷제로 공판장은 원래 방치되던 대청댐의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공판장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이 직접 공판장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해유가 방치되다시피 하던 공판장을 리모델링해 지역 주민들이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도록 하고, 비닐과 플라스틱 없는 장터 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썼다. 비닐을 쓸 수 없으니 할머니들이 당근 한 단, 파 한 단을 짚끈으로 묶어 내놓고, 지난 달력을 뜯어 종이 봉투를 만들어 콩과 팥을 담아 팔았다. 쑥개떡은 연잎에 싸서 예쁘게 내놓았다. 그러자 소비자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장을 보러 온 대전 시민들이 장바구니는 물론, 물건을 담아가기 위해 빈 용기와 텀블러, 젓가락을 가져 왔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변해야 넷제로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꿀벌들이 밥 먹으러 오는 윙윙꿀벌식당


기후위기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벌의 감소는 농업과 생태계에 치명적인 문제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 무료급식소 같은 먹거리를 먼저 지원하는 것처럼, 해유는 꿀벌을 돕기 위해 밀원식물을 심어 식당을 만들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꿀벌들이 들깨꽃을 매우 좋아하고, 특히 겨울을 나는 데 들깨가 중요한 밀원식물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역 할머니들을 설득해 들깨를 심고 키우시도록 한 다음 해유가 전량 수매를 했다. 이렇게 수확한 들깨로 만든 생들기름을 최근 유명한 스타 셰프가 구매했다.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새 메뉴에 사용한다고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체험하는 넷제로 공판장


폐쇄된 파출소 자리에 세워져 아무도 오지 않던 이곳이 이제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지속가능한 공판장으로 거듭났다. 여전히 전국의 대부분 공판장은 건물만 있고 운영 예산이 부족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넷제로 공판장은 지자체, 기업, 환경단체, 주민이 함께 협력해 일궈 낸 넷제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공판장에서 변화를 체험하길 바란다. 체험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영향력을 끼치고, 결국 에너지 전환이라는 꿈을 이루게 해 주리라 믿는다. 그것이 해유가 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유다.



기자수첩

소프넛 나무 : 무환자(無患者) 나무라고도 불리며, 열매 껍질에 사포닌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비누 대용으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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