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7 이담인 기자

기업만 이득 보는 기존의 태양광 모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이지만, 태양광 발전에 대한 농촌의 반감은 크다. 여론조사 결과 농촌에서 가장 반대하는 것이 태양광 발전이었다. 외부 자본이 농촌에 들어와 이익을 가져가고, 농민들은 피해만 보는 구조 때문이었다.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 경관이 훼손되어 주변 토지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주요한 이유였다. 그렇다면 마을 주민이 직접 재생에너지의 주인이 되는 모델을 도입하면 어떨지 고민하던 차, 일본의 한 마을을 알게 되었다.
구양리 마을이 하나의 태양광 발전소로
일본 히가시오사카시(市)에는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운영하는 후세라는 마을이 있다. 후세의 사례를 보자 자연스레 마을을 하나의 발전소로 전환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실현해 보기로 했다. 마을 곳곳에 소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 후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로 만들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주민들이 나누는 방식이다. 여주시에 위치한 구양리에 이 모델을 처음 적용했다. 마을의 집과 창고, 논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1MW(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소를 만들었다.
햇빛두레, 원금 아닌 이자만으로 사는 삶
구양리 태양광 발전소 운영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매달 순수익 1000만원 가량이 발생했고, 햇볕이 강한 여름철에는 더 많은 수익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태양광 발전이야말로 박경리 소설가 말씀처럼 원금을 건드리지 않고 이자로 살아가는 사업 구조였다. 이렇게 발생한 수익으로 마을 복지 사업을 시작했다. 하루 세 번 무료 행복버스를 운영해 어르신들의 병원 방문을 지원했고, 식당을 열어 마을 주민 누구나 한 끼를 무료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재생에너지로 주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태양광 모델
구양리 사례를 통해 전국의 마을에 새로운 태양광 모델을 적용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다만 구양리는 마을 공동 땅이 있었기에 발전소 설치가 가능했던 반면, 대부분의 농촌에는 그런 공유 자산이 없었다. 국가가 비상 시를 대비해 소유하고 있는 ‘비축 농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전국에 약 1만5천 헥타르의 비축 농지가 있다고 추정되는데, 이를 마을 단위로 임대해 영농형 태양광을 적용하면 농사를 계속 지으면서도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논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경우 같은 면적에서 생산하는 쌀보다 7배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농촌의 경제적 자립, 기후위기 대응, 쌀 생산량 조절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농촌의 희망, 재생에너지 전환
현재 농민들의 평균 연령은 69세이며, 곧 70세에 도달할 것이다. 대부분이 농사를 지속하기보다 땅을 팔고 정리하려 한다. 그들이 파는 땅을 국가가 산다면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부지가 확보될 것이다. 또한 수익증권 담보대출을 통해 주민들이 담보 없이 대출을 받아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경남 고성의 농협 동부지점은 마을 태양광발전소 설치로 대출 1100억 원을 실행했는데 부실률이 0%라고 한다. 태양광 발전으로 따박따박 전기료가 들어오니 부실 대출이 생길 이유가 없는 거다.
마을 단위로 5MW(메가와트)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할 경우 전국 3만6천개 마을의 50가구씩 월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구양리 사례처럼 주민이 직접 에너지의 주인이 되는 태양광 발전 모델을 통해, 농촌이 에너지 자립과 경제적 자립을 동시에 이루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의 주인이 되면 못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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