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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 오충현 동국대 교수 | 우리나라 보호지역 관리체계의 문제점과 제안

2025-04-09 최민욱 기자

 

발제 중인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오충현 교수. 사진 플래닛03 DB
발제 중인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오충현 교수. 사진 플래닛03 DB


제도 개선 없인 불가능한 목표, 보호지역 30%


1992년에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CBD)은 세 가지 주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번째는 유전자, 종, 생태계 수준의 보전이다.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 두 번째는 생물다양성의 지속가능한 이용이다. 생물다양성 보전은 보전 그 자체만이 아니라 이용을 포함해야 하며, 이 이용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세 번째는 생물자원을 이용하여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우리 사회는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개념과 생물자원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평한 공유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간과되고 있다.


현재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를 비롯한 여러 관련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현행 제도는 사실상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산 규모 또한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구조이다. 지불제의 핵심은 ‘기본 직불제’로, 토지 보유자에게 단순히 보전 행위 자체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상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조건을 충족해야만 보상이 지급되는 ‘조건부 지불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로 환경 침해로 손해를 입는 토지 소유자가 오히려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 설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가적 또는 국제적 목표인 보호지역의 30% 확대는 결코 쉽게 달성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글로벌 보존 목표, 우리나라의 현황


1992년 우리가 글로벌 타깃으로 10%의 보호지역을 설정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2011년 아이치 목표(Aichi Target 11)에서 2020년까지 17%, 해안의 10%를 보전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보호지역(Protected Area)과 OECM(Other Effective Area-based Conservation Measure: 기타 효과적인 지역기반 보전조치, 자연공존지역)을 포함한 목표였다. 그러나 아이치 목표에서 제시한 수준으로는 지구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2022년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에서 전 세계 육상과 해양의 각 30%를 보호지역 또는 기타 효과적인 보호 수단(OECM)으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채택했다. 이 목표 역시 전통적인 보호지역과 OECM을 포함한 목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과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보호지역과 OECM을 합쳐 30%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정책적·행정적 역량을 갖춘 국가들조차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2030년까지 이 과제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2050년에는 전 지구적으로 육상과 해양의 50%를 보호지역 또는 OECM으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2025년 3월 13일 기준 KDPA 자료. 이제 우리나라의 보호 지역 현황. 보호 지역이 육상 17.8%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해양은 1.84%이다. 10%를 확보하는 데 상당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처 : 오충현 교수 자료집
2025년 3월 13일 기준 KDPA 자료. 이제 우리나라의 보호 지역 현황. 보호 지역이 육상 17.8%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해양은 1.84%이다. 10%를 확보하는 데 상당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처 : 오충현 교수 자료집

KM-GBF Target 3에서 2030년까지 보호지역과 OECM을 포함하여 전체 면적의 30%를 확보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OECM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게 되었다. OECM은 법적 보호지역은 아니지만, 현지에서 생물다양성을 효과적으로 보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지역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농업 방식은 그 자체로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임업 또한 사람이 이용하지만, 그 공간 역시 생물다양성 보전에 실지로 기여하는 지역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호지역은 전체 면적의 약 17% 수준으로 확보되어 있다. 따라서 남은 13%를 어떤 방식으로 추가 확보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이다. 우리 국토의 30%를 보호지역과 OECM으로 확보하려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지역만을 보전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함께 실현할 공간을 포함해 보호하는 방식이 필수적이다. 이때 OECM과 같은 지역이 매우 중요한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00년대는 우리나라에서 보호지역이 가장 활발하게 확충된 시기이다. 2000년대에는 시민단체와 국가 모두 생물다양성과 보호지역 확보를 위해 활발히 노력했다. 그 결과 다른 시기보다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냈다. 이후 보호지역 지정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2020년대 들어서 1990년대보다도 보호지역 설정이 더 적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출처 : 오충현 교수 자료집
2000년대는 우리나라에서 보호지역이 가장 활발하게 확충된 시기이다. 2000년대에는 시민단체와 국가 모두 생물다양성과 보호지역 확보를 위해 활발히 노력했다. 그 결과 다른 시기보다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냈다. 이후 보호지역 지정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2020년대 들어서 1990년대보다도 보호지역 설정이 더 적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출처 : 오충현 교수 자료집

이 현상이 단순히 국가 차원의 통계에 불과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 통계도 함께 살펴보았다. 서울시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0년대까지는 생태경관보전지역 등 보호지역의 지정이 급격히 증가했으나, 2020년대에 들어서서 최근 10여 년간은 사실상 신규 지정이 전무할 정도로 급격히 감소했다. 국민 전체의 관심은 점차 식어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신호다. 결국 생물다양성과 보호지역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참여를 유도할까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보호지역은 지정 목적에 맞게 관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보호구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 인식이 퍼질 경우 문제가 생긴다. 보호지역 확대가 재산권 침해로 여겨질 수 있다. OECM 지정에 따른 보상 체계가 없다는 인식도 퍼질 수 있다. 이런 불신은 국민의 공감과 토지 소유주의 협력을 얻기 어렵게 하며, 30% 보전 목표 달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종합적인 관리 체계의 문제점과 제한


우리나라 보호지역 관리체계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환경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문화재청(유산청), 산림청 등 여러 부처가 각기 다른 법률에 따라 보호지역을 운영한다. 보호지역 관리에 대한 법률이 중복되고 상충되는 사례 또한 있다. 이러한 부조화한 구조는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체계의 복잡성에 그치지 않는다. 관리 실태 자체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환경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문화재청(유산청), 산림청 등 여러 부처가 각기 다른 법률에 따라 보호지역을 운영한다. 부처별로 용도에 맞는 구역도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역이 실제 생태적 가치나 위기 수준을 반영하는지는 의문이다. 많은 보호지역에서 지정 목적과 관리 실태가 어긋나 있다. 이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벌채가 금지된 지역에서 벌채가 이뤄지거나, 케이블카와 활강경기장 같은 대형 시설이 설치되는 사례도 있다. 보호지역의 지정 목적과는 명백히 어긋나는 행위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보호지역 관리가 근본적으로 비합리적으로 이뤄짐을 보여 준다. 보호지역은 ‘핵심 구역’, ‘완충 구역’, ‘협력 구역’으로 구분된다. 이 중 핵심 구역은 생태계 보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인간의 접근이나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반면, 완충 구역이나 협력 구역에서는 일정 수준의 농업이나 임업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구역조차도 각종 개발과 인프라 확장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면, 실질적인 토지 활용이 어려워진다.


국립공원에서 농지나 임야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경계를 조정하는 사례가 반복되면, 전체적인 보전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 오히려 핵심 구역은 철저히 보전하면서도, 주변의 토지를 완충 또는 협력 구역으로 포함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정서적 반감을 고려해야 한다. 보호지역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여전한 상황에서는,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OECM과 같은 유연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협력적 보전 모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호혜적 관계라는 인식 속에서 관리·규제 체계가 정립되어야


산림을 보유한 산주의 입장에서 해당 토지는 중요한 재산이며, 이를 기반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은 보호지역이 제공하는 맑은 공기, 아름다운 경관, 휴식 공간 등 다양한 혜택을 무상으로 누리는 반면, 정작 토지주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호지역 안에 토지를 가진 주민의 입장은 매우 열악하다. 소통의 부족,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보상 체계 부재 등은 보호지역 관리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보호지역 관리를 총괄할 수 있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둘째, 관련 법률의 정비가 요구된다. 관리 주체 간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체계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보완해야 한다. 셋째, 보호지역 지정 시 핵심, 완충, 협력 구역 간 위계와 관리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예산 확보와 행정적 뒷받침도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 토지주와의 협력이 핵심이다. 보호지역이나 OECM 내의 토지주가 “내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고 있다”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인식이 형성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보호지역 제도는 실질적인 개선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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