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 윤여창 서울대 명예교수 | 보호구역의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 planetdami
-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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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7 이담인 기자
GBF는 2050년까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자연 혜택을 인류가 공정하게 누리도록 하는 국제 전략이다. 한국도 국가전략을 수립했지만 이익 공유, 통합 관리, 시민 참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산림 분야는 여전히 목재 생산을 위한 벌채 정책 중심이고, 부처별 분산된 정책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 참여 기반의 정책 전환과 생태계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적극 고민해야 할 때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생물다양성 보전은 우리 삶의 질과 직결된다. 자연의 생태계 서비스는 우리 삶에 필수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다양한 생물종의 상호작용으로 유지된다. 현재 우리는 생물다양성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는 인간 생존의 위기와 연결된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려면 무분별한 개발과 잘못된 보조금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는 2050년까지의 생물다양성 관련 비전을 UN 회원국들이 설정한 것이다. GBF의 목표는 생물다양성을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며, 현명하게 이용해 생태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모든 인류가 자연의 혜택을 공유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네 가지 장기 목표가 수립되었다.
GBF의 네 가지 목표
첫 번째 목표는 자연 보호와 복원이다. 2050년까지 생태계의 복원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호지역을 확대하고, 산림, 농지, 도시, 해양 생태계의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멸종 위기종의 멸종 속도를 줄이고, 다양한 동식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전하여 기후변화와 같은 외부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인간 중심의 목표로, 자연과 함께 번영하기 위해 생물다양성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보존만이 아닌 지속가능한 활용이 중요하다.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에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합당한 투자와 비용 지불이 필요하다. 이런 인식 하에 생태계를 복원하고 기능을 유지해 미래 세대도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세 번째 목표는 자연의 혜택을 공정하게 공유하는 것이다. 특히 부유층과 빈곤층,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촌이나 해안 어촌에서 많은 생태계 서비스가 발생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활 경제는 도시민보다 열악하다. 생물다양성 협약의 장기 목표는 농어촌 주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개발도상국 원주민들도 오랫동안 생태적 전통 지식을 보존해왔으므로 이들의 지식과 역할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네 번째 목표는 투자와 협력이다. 개발도상국은 투자 여력이 부족하므로, 부유한 국가들이 가난한 국가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재정적 지원과 협력을 제공해야 한다.
'공정한 이익 공유'가 빠진 한국의 제5차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우리나라도 '제5차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했으나, 공정한 이익 공유라는 핵심 가치가 빠진 점이 아쉽다. 국격에 맞는 공적개발원조(ODA) 확대와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보조금 축소가 중요하다. 환경부는 이 문제를 연구 중이며, 우리나라도 농업 보조금을 공익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임업은 국가와 지방정부 재정에 80-90% 의존하고 있다. 이 재정이 생물다양성 보전과 생태계 서비스 증진을 위한 건강한 산림 생태계 조성에 쓰여야 한다. 기업과 농업인 등 다양한 주체가 생물다양성 보전에 직접 참여해야 하며, 기업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많은 노력에도 생물다양성 보전 목표가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2010년까지의 목표도 시장과 기업의 참여 부족으로 실패로 평가되어 GBF가 설정된 것이었다.
해양은 60%, 산림은 7%… 불균형한 분야별 지속가능 목표

해양 부문의 경우 총 어획량의 60%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겠다는 계획이 있으나, 산림은 7%만을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대상으로 설정했다. 국토의 63%가 산림인 현실에서 매우 부족한 목표다. 산림정책의 우선순위가 생물다양성 보전과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 한국의 산림 분야 전략은 여전히 목재 생산 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만 명 이상의 사유림 산주가 있고, 소규모 산림이 많아 경영 비용이 크다. 국가와 지방정부 지원이 부족해 산주들의 책임 있는 산림 경영이 어렵다.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장려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2005년 제정된 「백두대간보호에관한법률」은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언론, 국회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시민단체는 잘못된 개발 계획을 저지하고, 보호지역 관리 실태를 조사해 정책 보고서를 작성하며, 언론 보도와 환경교육센터를 통해 시민 인식을 높일 수 있다. 서울숲 조성도 생명의 숲이 주도한 시민단체 활동의 성과였다. 그러나 환경 보전 시민단체 후원자는 국민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벌채 중심의 실패한 산림 정책

우리나라 산림 정책은 일제강점기부터 법제화되었으며, 주로 목재 수탈 중심이었다. 해방 후에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져 2000년대까지 목재 중심 정책이 지속되었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시기에는 산림 보호가 강조되어 조림 사업이 진행되었고, 1987년에는 산림녹화에 성공해 세계적 모범 사례가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산림의 탄소 흡수 기능을 강조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산림복지 개념을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벌채 연령을 단축하고 목재를 화석연료 대체재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이는 실패였다.
목재의 탄소 흡수는 빠르지만 순환 속도도 빨라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다. 국토가 좁고 가치가 높은 우리나라는 산림을 더 높은 부가가치로 활용해야 한다. 땔감용 산림 사용은 지식과 노동력의 낭비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정책 기조를 답습하고 있다. 제4차 산림 및 생물다양성 계획은 환경부 방향과 유사하며, 5년마다 수립되지만 실제 녹화, 이용, 관리 정책과의 연결성이 의문스럽다.
1987년 산림녹화 이후 우리 국토는 아름다워지고 자연 경관이 향상되었다. 상수원이 확대되어 토사 유출이 줄고 홍수도 감소했다. 농업을 위해 시작된 녹화가 도시민에게 더 큰 혜택으로 돌아간 사례다. 도시민들은 자연 혜택의 출처를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산림 녹화에도 생물다양성이 위협 받는 이유
산림녹화는 생물다양성 증진과 생태계 서비스 공급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현재의 목재 생산 중심 정책은 생물다양성과 충돌할 수 있다. 벌채 연령 단축은 오래된 숲의 생물다양성을 저해하며, 30년 주기 벌채는 토양 탄소와 미생물을 감소시켜 생물다양성을 줄인다.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전략을 조정 중이지만, 생태계 유형별로 정책이 분산되어 있다. 예산과 법 체계도 부처별로 달라 효율적 통합이 어렵다. 예를 들어 환경부는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에 44억 원을 쓰지만, 농림부는 농업 보조금으로 3조 1천억 원을 사용한다. 전체의 0.1% 수준이다. 이런 구조로는 농지, 도시, 산림의 생물다양성 보전이 어렵다. 현재 지불제는 철새 도래지에 국한되고, 국립공원 내 사유림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아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생물 종과 유전적 다양성 보존 전략과 서식지 관리 정책 간 부조화도 문제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100마리 이상이지만, 현재 절반 정도는 추적이 어렵다. 곰은 국립공원을 벗어나 일반 산림까지 이동하는데 곰들의 먹이인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가 줄어들고 낙엽송이 심어진 경제림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다. 환경부와 산림청이 전략을 공동으로 추진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다.
인센티브도 부족하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를 농업 지불제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농민과 산주의 생물다양성 증진 활동에 보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교통세, 환경세 등 유류세 수입의 일부를 생물다양성 보전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국회, 산림청, 환경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연간 1천억 원 이상 투입되는 재선충 방제 관련, 경제림 육성을 위해 살포되는 농약이 생태계를 해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곤충과 조류가 피해를 입고 생태계 서비스가 감소한다. 농약 없이도 산림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시민사회 참여 부족도 문제다. 지역 주민 반대로 보호지역 지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를 통해 주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가리왕산 보존을 위한 시민단체와 정선군의 협력처럼, 보호지역 지정과 지역 개발을 연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산림청의 재정 지원으로 지역 주민 요구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실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명령과 통제를 넘어 참여 기반의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으로
법과 제도의 한계 속에서, 국회의원들이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길 기대한다. 현재는 명령과 통제 방식만 있을 뿐,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는 고리가 부족하다. 시민이 기꺼이 비용을 부담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하며, 농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기자수첩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숲, 습지 등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혜택을 보전하는 사람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다. 수질 정화, 기후 조절, 생물다양성 유지 같은 자연의 기능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주요 대상은 농민, 산주, 지역주민 등이며 자발적 보전 활동을 촉진한다. 한국은 일부 철새 도래지와 사유림 등에 한정해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실정에 비해 예산과 적용 범위가 작아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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