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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 최정화 | 기후위기 시대, 문학의 역할

 

2025-02-26 최민욱 기자

최정화 작가, 기후정의작가행동. 사진 플래닛03
최정화 작가, 기후정의작가행동. 사진 플래닛03

문명의 편리함, 우리는 중독되어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솔직해져야 한다. 문명이 가져다 준 편리함과 풍요로움, 합리성, 속도에 인류가 완전히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중독 상태에서는 실제로 닥친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마치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속 인물들처럼 눈이 멀어 연이은 재난 소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 우리가 중독자라는 것을 고백하는 순간 우리에게는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생긴다.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서처럼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고 또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을 공유하는 일들이 시작할 거라고 생각한다.


문학, 현실에 맞선 상상력의 힘


문학을 한다는 것은 현실에 맞선 상상력을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다. 소설을 쓰는 과정은 작가에게 용기와 사랑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세계에 발을 딛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인간과 인간 사이를 단절시키고 기계 문명에 종속시키는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했다. 현대 작가들은 매일 혼자 작업하며 이메일, 카톡, 줌 화면을 통해 소통하고, 때로는 편집자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책을 출간하기도 한다. 더 많은 책을 더 빨리 출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연결과 관계 측면에서는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드는 기분을 느낀다. 일을 더 많이 할수록 고립감은 심화되고, 진정한 소통의 시간은 줄어든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 회복이 핵심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관계의 단절,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


작가로서,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은 산업혁명이나 플랜테이션 농업이 아닌 인간과 자연과의 연결이 끊어진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버린 생수병을 먹고 죽은 새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편리한 로켓 배송을 위해 야간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모두 기후위기와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다. 편리한 문명에 중독되어 자기 통제력을 상실하고, 다른 존재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이러한 문제는 자연이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인간이 태도를 바꾸지 않고, 성장과 개발, 경제성과 이윤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계속 밀어붙이는 데서 심화된다.


"기후정의 작가 행동", 문학의 새로운 역할


이 시대 문학이 해야 할 일은 단절된 연결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후정의 작가 행동"이라는 모임을 2024년 여름에 결성했다.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의 모임이다. 현재 50여명의 작가들이 카카오톡방에 참여하고 있다. 순조롭게 모임을 결성할 수 있었다. 작가들에게 자연 회복은 설득할 필요가 없는 가치였다. 기후정의 작가행동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기후정의 행진에 참여한 일이었다.

헌 옷가지와 이불로 깃발을 만들어 기후정의 행진에 참여하고, 지구를 살리기 위한 쓰레기 에세이를 함께 쓰는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한 기후위기 소설 창작 강의를 열어 소설가들과 예비 창작자들이 만나 교류하는 장을 마련했다.

기후를 위한 행동을 시작하며 겪게 된 가장 큰 변화가 있다. 작가는 보통 출판사의 청탁을 받고 글을 쓴다. 출판사에게 청탁을 받지 못한 작가는 무기력해지고 불안에 떨게 된다. 모임을 시작한 이후, 작가가 주도로 출판사에 기후위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출간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정서를 고려한 소통, 문학의 힘


기후 재난 소식을 세상에 알리는 일들을 작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맡겨 달라는 부탁과 제안을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다. 기후위기 소식을 접하는 독자들은 공포, 불안감, 우울감, 죄책감을 느낀다. 이러한 정서적 부담으로 대중은 뉴스에서 도망치거나 무기력해진다. 인터넷이나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했을 때 할 수 있는 반응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SNS에 링크를 공유하는 정도로 제한적이다. 사람의 정서를 고려한 소통에 능숙한 문학 작가들이 이 메시지 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아미타브 고시, 리처드 플래너거 같은 작가들은 모두 기후위기를 단순히 알고 있는 것과 진정으로 믿고 인식하는 것의 차이를 지적했다. 특히 '우리가 날마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의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참혹한 소식을 독자가 견딜 수 있는 형태로 정서적 배려가 담긴 글쓰기를 통해 전달했다. 기후위기 소식은 더 이상 대중매체나 인터넷만을 통해 접하기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측면을 고려한 소통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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