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10-18
2024년 10월 16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시 용산구 ‘지구와사람’에서 ‘그린 리바이어던: 기후위기와 AI 시대의 넥스트 가치(Next Value)’라는 주제로 ‘2024 기후변화 콜로키움’이 개최됐다. 경기연구원, (재)지구와사람, (사)에너지전환포럼, 사단법인 선, 한국스탠포드센터가 공동주최했다. '2024 기후변화 콜로키움'은 기후변화와 AI가 동시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에, 이를 통합적으로 조망하고 새 시대에 필요한 ‘넥스트 가치(Next Value)’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번 콜로키움은 『그린 리바이어던(Green Leviathan): 기후위기와 AI 시대에 인간의 자유는 어디까지 가능한가』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기술철학자인 마크 코켈버그(Mark Coeckelberg) 교수의 강연과 패널 토론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한계와 기술주의적 환상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이 논의되었다.
세계는 지금 기후위기의 확산과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동시에 티핑포인트로 근접해 가는 전례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두 가지의 거대하고 압도적인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고 우리는 그것에 의존하고 있다. '2024 기후변화 콜로키움'에서는 이 두 가지의 흐름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가치와 어젠다를 제시했다.
그린 리바이어던: 기후위기와 AI시대의 넥스트 가치
마크 코켈버그 교수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기술철학자로,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에서 기술과 윤리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탐구하고, 다양한 기구의 정책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마크 코켈버그 교수의 저서 『뉴 로맨틱 사이보그』, 『AI 윤리에 대한 모든 것』, 『그린 리바이어던』,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가』,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등은 국내에 번역서로 소개되었다. 이번 콜로키움에서 마크 코켈버그 교수는 AI 자체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나 AI 기술이 화석연료 산업에 활용될 때 오히려 탄소 배출이 증가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따라서 AI의 윤리적 사용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가 기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으로 AI가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최적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 코켈버그 교수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강력한 규제와 기술적 통제가 필요함을 주장하면서도 이는 인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잠재적으로 침해할 위험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속에서 인간의 자율성과 민주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윤리적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술과 윤리, 정치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접근 방식을 통해 기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공동 차원의 글로벌 협력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AI와 기후변화에 관한 토크 패널들의 다양한 의견
강연 이후에는 안병진 교수(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의 사회로 토론이 이어졌다. 김보미 변호사(사단법인 선), 오정익 변호사(법무법인 원 인공지능대응팀), 임재민 사무처장(에너지전환포럼), 임희정 선임연구원(한국스탠포드센터), 한진이 연구위원(경기연구원 기후환경연구실) 등이 패널로 참여하여, 기후위기와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가치와 제도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패널들은 AI와 기후변화의 문제를 다루며 AI가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역할과 한계를 지적했고 AI기술 발전이 기존의 지식 구조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비인간 주체의 정치적 참여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논의되었다.
기자수첩
『그린 리바이어던: 기후위기와 AI 시대에 인간의 자유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지은이 마크 코켈버그
"AI는 새로운 리바이어던이 될 수 있다 … AI는 인간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다. 그러나 자유와 자치를 위한 더 나은 조건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 만약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면, 계속해 필멸의 신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민주적 리바이어던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은 국가적-국제적 수준에서 더 포괄적이고 참여적이며 자유를 자치와 역량 개발로 지지하는 새로운 정치 기관이다. 바라건대, 민주적이지만 충분히 강력한 그 괴물은 너무 많은 소극적 자유를 빼앗으려는 시도를 자제하고, 인간과 비인간을 위한 적극적 자유, 역량의 실현, 번영, 그리고 선한 삶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그린 리바이어던』 210-211쪽-
인공지능의 현황과 전망을 비판적으로 다룬 코켈버그의 책이 국내에 많이 소개됐다. 『AI 윤리에 대한 모든 것』(신상규 외 옮김, 아카넷, 2023),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가』(배현석 옮김, 생각이음, 2023)는 특히 인공지능에 대한 쟁점들이 잘 정리되어 관점을 갖는 데 유용하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이 현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 두 가지 키워드를 함께 다루고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코켈버그는 『AI 윤리에 대한 모든 것』에서도 문제는 기후라고 말하고 있지만 기후위기 때문만이 아니라 인공지능 때문에라도 21세기판 리바이어던(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에 등장하는 괴물이다)의 등장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제한다. 『그린 리바이어던』에서 코켈버그는 21세기 리바이어던이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지는 않는지, 그럴 위험이 있다면 이를 피할 대책은 있는지 묻는다.
AI가 새로운 리바이어던이 될 수 있고 AI가 인간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다. 그러나 자유와 자치를 위한 더 나은 조건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도 말한다. 만약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면, 계속해 필멸의 신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민주적 리바이어던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것은 국가적-국제적 수준에서 더 포괄적이고 참여적이며 자유를 자치와 역량 개발로 지지하는 새로운 정치 기관이어야 한다. 민주적이지만 충분히 강력한 그 괴물은 너무 많은 소극적 자유를 빼앗으려는 시도를 자제하고, 인간과 비인간을 위한 적극적 자유, 역량의 실현, 번영, 그리고 선한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켈버그는 흔히 '자연'이라 불리는 비인간 주체들을 정치에 포함시키자는 브뤼노 라투르, 도나 해러웨이 등의 논의를 검토하고 이를 알레스데어 매킨타이어의 공동체주의에 접목시키면서 적극적 자유를 중심에 둔 정치의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한다. 그것은 인간과 비인간 모두가 무능과 타인에 대한 의존에 근거함에 바탕을 두고 관여(engagement)와 돌봄(care)에 몰두하는 정치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기후변화와 인공지능 통제에 관한 핵심을 짚고 자유의 문제와 자유주의의 한계도 함께 논한다. 이를 위해 과거 전통적인 정치 철학 연구를 논거로 기술과 환경의 미래에 대한 독창적인 주장을 펼친다. 과연, AI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의 정치적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일까? 이 책은 명확하지만 풀기 어렵고 접근이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한다.
코켈버그는 우리가 자유의 의미를 넓히고 권위주의적 선택만 하거나 정의와 평등 등 다른 원칙들을 활용하는 데만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글로벌 수준에서 협력하는 것 외에도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더 나은 조건을 만드는, 긍정적이며 관계적 의미의 자유 개념을 제안한다. AI를 활용하여 보다 새롭고, 보다 포용적인 정치 집단을 결집시키고, 우리에게 새로운 공동체 건설과 창조적 참여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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