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5-30
‘한독숲에서 기후 위기와 지역소멸 해법을 찾다’
울주군 상북면 소호분교 강당에서 2024년 5월 30일, 31일 양일간 ‘한독숲포럼’이 진행됐다. 한독숲(울주 소호리 참나무숲)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소호리 산 192번지의 5.9ha면적의 숲으로, 1974년 조림되었다. 포럼의 주제는 ‘한독숲에서 기후 위기와 지역소멸 해법을 찾다.’이다.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에서 주최 및 주관하고 산림청, 울산광역시에서 후원, 한독임우회,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 서울대학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소호분교, 백년숲사협에서 기획, 한독숲포럼 운영위원회(생태공동체연구모임 꼼지콤, 초록숲기획, 나무극장,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그루터기제작소, 스케치더네이처, 백년숲사협)에서 운영한 이번 포럼은 투어, 개막, 축사, 기조 강연, 패널 토론, 종합 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한새롬 백년숲협동조합 이사장의 개회를 시작으로 김수환 백년숲협동조합대표의 개회사가 있었다. 남성현 산림청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서범수 울산울주군 의원이 축사했다. 기조 강연으로는 ‘기후 위기·지방시대, 우리나라 숲의 미래상’이라는 주제로 김종관 前한독산림사업소장이 발표했다. 패널 토론은 ‘한독숲을 통해 그리는 숲과 지역사회의 미래’라는 주제로 이강오 前한국임업진흥원 원장이 좌장, 김관호 산림정책과 과장과 정연용 울산 녹지정원과 과장이 정부 측, 박정희 임업인총연합회장, 이인세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장, 구자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산 지역청년활동가가 민간 측으로 참여했다.
한국과 독일이 주민과 함께 만든 산주협업체
기조 강연을 한 김종관 박사는 한독기구소장으로서 온 산과 산골마을을 누비며 산주협업체를 조직하고 운영했다. 양산 하북면 통도사 들머리에 현장사업소를 차린 한독산림경영사업기구(한독기구)는 1975년 여름부터 1976년 말까지 울주군 두서면 전체와 상북면 소호리 산림을 조사했다. 흙과 지형을 파악하는 입지조사와 나무의 상태를 알아보는 육림조사는 독일의 폰 크리스텐 박사가 기술자문을 했다. 폰 크리스텐 박사와 독일 임업사 에르하르트가 양산사무소에서 함께 산주협업체를 꾸리는 일을 도왔다. 국공유림보다 사유림이 훨씬 많고(현재 전체 산림의 67%) 각 산주가 가진 사유림 면적이 아주 작은(평균 면적 1.9ha), 우리 산의 특징 때문에 이러한 활동이 불가피했다. 1년을 뛰어다닌 끝에 1977년 12월 서하리, 소호리 협동체가, 1978년 내하리, 1979년 차리, 구량리 협동체가 꾸려졌다. 김종관 박사는 상북면 소호리와 두서면 서하·내와·차리의 산주들이 똘똘 뭉쳐 독일과 우리나라 산림전문가와 함께 나무를 심고 가꾸고, 소득 사업도 진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울주에서 만들어진 산주협업체 모델은 전국적으로 확대 보급되어 250여 곳에 산주협업체가 생겼고 우리나라의 숲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20여년간의 한-독 산림협력사업
한독숲은 대한민국과 독일이 산림 분야에서 최초로 협업한 사례이자 사유림 협업경영사업의 시범지로 양측 정부가 파견한 임업전문 기술자의 지도 아래 1974년부터 약 10년간 각종 산림사업을 시범 추진했다. 한독기구와 산주협업체는 1977년부터 1982년까지 668ha에 324만 본의 묘목을 심었다. 753ha에 천연림, 농용림 시범림과 시험림도 가꿨다. 1980년에는 침엽수 임상 파괴로 자연 발생한 어린 참나무들을 육림작업을 통해 우량한 숲으로 가꾸기 위한 천연림 보육작업 기술 개발 및 보급이 이루어졌다. 묘목을 키워 팔고 이동용 제탄기로 숯을 굽거나 표고, 싸리 재배, 양봉으로 소득을 내어 협업체 사무실과 창고를 지었다. 1981년에는 숲을 잘 가꾸기 위해 전국 최초 사유림 임도인 소호령 임도 3.2km를 만들었고, 이듬해에는 한독임도 1.6km, 1983년에는 차리(서하)임도 2.1km를 닦았다. 이후 한독기구 양산사업소는 1984년 산림조합중앙회 시범협업경영지도소로 명칭을 바꾸었다가 후에 임업기술훈련원으로 바뀌었다. 1984년 4월에는 한독사업 종료 이후 입구에 기념비 설치, 같은 해 5월에는 임업시험장 박사, 독일 헷센주 영림서장 등 양측 연구자들이 함께 가지치기한 나무 아래 비석을 설치했다. 한독기구는 1993년 말 20년간의 사업을 모두 마쳤다. 한독숲은 2023년에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2024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현재 백년숲협동조합에서 산림 교육, 숲 명상, 목공 체험 등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해 산촌 유학 등 관광 자원으로 활용 및 관리 중이다.
소호 산골마을에서 다시 시작된 마을 공동체
한독사업종료 후 잠잠해졌던 이곳이 2000년경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할배’ 김수환 씨가 1998년 소호로 귀촌해 울산생명의숲, 울산숲자연학교를 열었다. 2008년 산촌 유학을 시작해, 폐교 위기였던 소호분교는 다시 아이들로 가득해졌다. 소호마을의 귀촌인과 원주민이 함께 야생차협동조합, 절임배추작목반, 체험마을,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등 다양한 협동조직을 설립, 산골 마을공동체를 살렸다. 소호마을에서 시작된 마을교육은 상북과 울산광역시로 확장돼 울산광역시 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에서 다양한 마을시민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울주숲을 포함한 영남알프스를 지키고자 지역 문화예술인, 주민들이 손을 잡고 공부하고 있으며 상북 주민들은 상북 숲마을과 태화강 상류의 생태환경을 지키고자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2018년부터 주민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주체와 산림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의 산림일자리발전소 시범사업에 2018년 울주와 김수환 그루매니저, 2019년 북구와 박세진 그루매니저가 선정되며 숲과 관련한 다양한 그루경영체가 생겼다. 울산 울주지역 그루경영체는 ‘배내골사람들’, ‘울산산촌임업희망단’, ‘영남알프스숲길’, ‘내와리산림경영협업체’, ‘조선업태양열교육협동조합’, ‘울산장작협동조합’이 있고, 울산 북구 그루경영체에는 ‘청춘포레스트’, ‘자연그대로’, ‘숲딜리버리’, ‘칡칡폭폭포레스트’, ‘산골음식공동부엌’이 있다. 주민 대표, 산림전문가, 노동자 대표, 그루경영체, 사회적금융, 사회적경제공동체, 언론, 관련 기관, 지자체, 중앙정부 등 다양한 주체들이 2018년부터 모여 공동학습 및 워크숍, 거버넌스 회의, 토론회 등을 통해 한 이야기들을 모아온 것이 바로 백년숲 프로젝트고, 이를 담을 그릇으로 만들어진 곳이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번 포럼도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에서 주관, 주최했다.
기자수첩
한-독 산림협력 연혁
◦ 1966. 9. 한·독기술협력 기본협정 체결(베를린 조약)
◦ 1974. 7. 산림경영사업에 관한 협정 체결
◦ 1974.10. 한독산림경영사업기구 발족
◦ 1975. 4. 양산산림경영사업소 설치(경남 양산 하북 순지리)
◦ 1975. 5. 사유림 경영협업 시범사업 착수(경남 울주 두서면·상북면)
◦ 1977. 9. 사유림 산림경영협업체 설립
◦ 1982.10. 임업기계훈련원 개원(강원 명주 연곡면)
◦ 1984. 5. 시범사업 종료: 양산사업소는 산림조합중앙회로 이관
◦ 1984. 9. 한독산림경영사업 연장협정체결, 임도 실연사업 착수
◦ 1986.10. 한독산림경영사업 연장협정체결, 임목집개 기계화사업 착수
◦ 1990. 4. 산림경영자훈련 추가 실행 약정 체결
◦ 1993.12. 한독산림경영사업기구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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