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이종구 교수 김우성 자연과공생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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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종구 교수(뒷줄 오른쪽 두 번째) planet03 DB
이종구 교수 국립인천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종구 교수는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에서 야생동물의 생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동물들과 헤엄치면서 그들의 삶을 연구하는 것이 꿈이었다
어릴 때 수영을 오래 했다. 동물도 좋아하다 보니 어린 시절 꿈은 해양동물학자였다. 그러나 해양에서 연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자연스럽게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숲의 동물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은 산림과학부에서 숲의 생태계를 배웠고, 생태계의 구성 요소인 야생동물을 다루는 연구실에서 공부했다. 야생동물의 생태를 공부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연구 환경이 부족함을 느꼈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동식물에 대한 전통적인 연구의 역사가 짧다. 우리는 특정 종을 사냥감으로 관리하지도 않았고, 산림 분야에서 야생동물을 다루지도 않았기 때문에 야생동물의 생태 연구가 전반적으로 많이 뒤쳐져 있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수많은 물음들이 있었는데 그 물음들에 쉽게 답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가정환경이 어려웠기서 유학을 결정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든 과정이 어려웠다. 하지만 야생동물 연구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이 고생스럽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힘들더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유학을 떠났다.
현장에서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야생동물 연구자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다양한 영역들이 있다. 나처럼 현장에서 연구하는 생물학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제한된 공간과 조건 안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행동생태학도 가치있는 연구지만, 실제 자연에서 야생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잘 관찰하는 것이 더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다윈으로 칭송받았던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주장했듯 현장생물학이 근본이다. 이 영역이 현실적인 이유들로 점차 줄어드는 게 마음이 아프다. 반대로 기회인 부분도 있는데, 아직 연구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다. 과거에 기술적인 한계로 연구가 어렵던 부분들을 새롭게 개발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생명공학, 드론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해 밝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을 조절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생태학자들이나 환경을 걱정하는 보전론자들은 인간이 야생동물의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며, 이상론에 가깝다. 우리는 야생동물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인간은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인간의 여가활동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이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인간은 존재만으로 야생동물에게 영향을 미친다. 야생동물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말은 모순이다. 인간이 어쩔 수 없이 야생동물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 야생동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
야생동물의 수와 규모를 적절히 유지해야,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1800년대 후반 우리는 생태계의 수용력(carrying capacity)이라는 개념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식지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적정 개체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들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야생동물 서식 환경의 모든 세부적인 부분들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동물들의 적정 개체수 파악 또한 매우 어렵다. 또한 인간의 활동으로 야생동물이 사는 서식공간의 수용력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인간이 숲 근처에서 농사를 지어 식량을 생산하면 야생동물 또한 이 공간에 침입해 먹이를 얻게 된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간이 겹쳐지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적정 개체수를 유지하는 것이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을 줄일 길이다. 특정 종의 개체수가 줄어들면 우리는 보전(conservation)이라는 방식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반대로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우리는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벚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벚나무는 도시생태계 안에서 자연상태보다 수백배 혹은 그 이상 높은 밀도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벚나무와 인간 사이에 특별한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벚나무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대형 포유류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고라니나 멧돼지 같은 경우는 숲 가까이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갈등을 많이 일으킨다. 심지어 도시에 나타나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고라니와 멧돼지의 밀도가 어느 정도여야 사람들이 겪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용인할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되어있지 않다. 심지어 정확한 개체수와 밀도를 파악하는 일 또한 매우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도 중대형 포유류의 정확한 밀도를 파악하는 게 매우 어렵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적정 밀도를 설정하고 관리를 통해 인간과 동물과의 갈등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멸종은 돌이킬 수 없다
고무적인 점은 우리가 야생동물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국 자연환경 조사라든가 동계동시센서스, 도요물떼새 조사, 멸종위기종 조사와 같은 것들이 현재 진행돼 오고 있고, 비오톱 지도라든가 야생동물 서식지와 식물들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들이 함께 진행되는 것은 아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야생동물의 분포와 서식지 정보를 다양한 영역에서 유기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수원청개구리의 예를 보면, 환경부는 수원청개구리의 분포를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원청개구리 서식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그 존재를 모른다. 농사짓는 과정에서 농약을 사용하기도 하고, 도시 계획에 의해 서식지가 훼손되기도 한다. 수원청개구리의 분포에 관한 데이터만 가지고는 종의 보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환경계획이나 국토계획에 멸종위기종에 관한 데이터가 반영되고 이를 바탕으로 중요한 생물종의 서식지 보전을 고려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소유한 지주나 그 지역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도 멸종위기종에 관한 정보가 전달돼야 한다. 그 생물종이 지역에서 어떤 중요성을 가지는지 생물다양성이나 멸종에 관한 환경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수원청개구리나 금개구리와 같은 경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조사 결과와 현재 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수가 줄어들거나 사라진 지역들이 있다. 멸종은 되돌릴 수 없기에 멸종위기종이나 그들의 서식지는 지금보다 훨씬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가끔 산양이 도심지에서 발견되거나 담비와 같은 동물들이 충남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처럼 야생동물의 서식지 환경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1970년대 이후 숲을 만들고 가꿔 왔고, 밀렵도 줄어들었다. 법적으로도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규정이 마련되면서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멸종위기종의 보호는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갯벌을 매립한다거나 숲을 개발한다거나 보전 지역을 설정한다거나 휴양지를 만든다거나 하는 행위를 할 때, 그 공간이 인간만 쓰는 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그 공간 안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공간을 빼앗긴 야생동물들을 위해 대체서식지를 마련해 주는 등 그 공간에 원래 살고 있던 종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 또한 전문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국가기관에서 진행해야 한다. 토지이용의 변화가 발생할 때, 그 공간 주변에서 살아가는 생물의 서식지에는 어떤 영향이 발생하는지, 어떻게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를 좀 더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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